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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종'에 다녀온 이후로, (2010/06/23 - [일상다반사] - 정이 가는 빵집, 오월의 종)
호밀이 90%나 들어 있다는 독일빵 전문점인 악소(Ach so)의 빵을 맛볼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요.
그러다 어느 한적한 오후, 드디어 큰 맘 먹고 한남동을 찾아갔습니다 :)

'악소'는 한남대교 건너편 순천향대학병원 근처, '리첸시아'라는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어요.
큰 길에서 가까운 데다, 채식 식당인 러빙헛 한남동점에 다녀오던 길에 눈여겨 봐 놓은 터라 찾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악소 매장도 그리 크지는 않아요


매장에 들어서니 테이블이 두세개 있고, 벽면에는 독일과 관련된 물품,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저는 독일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서 그냥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기만 했는데, 여행 다녀오신 분이라면 추억이 떠오르겠죠?

작은 테이블이 두어 개 있습니다

벽에는 독일 지도가 붙어 있구요


오른쪽에는 카운터가 있고 빵은 그 뒷쪽에 전시되어 있어요. 즉, 사는 사람이 직접 빵을 골라 담을 수는 없는 시스템이죠 :)
지난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 프랑스에서도 이런 식으로 빵을 진열하곤 하는데, 자세히 살펴볼 수 없어 약간 불편하긴 해요.
진열대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은, 그리 크지 않은 빵으로 독일인들이 아침이나 점심 때 주로 먹는다는 '브룃헨'이었고
특유의 꼬인 모양에 왕소금이 붙어 있는 '브렛젤'(프렛첼? 어떻게 쓰는 게 정확한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도 볼 수 있었습니다.

브룃헨은 위에 붙은 재료에 따라
그냥 브룃헨, 흰깨브룃헨, 검은깨브룃헨, 우유브룃헨, 라우겐브룃헨[각주:1], 호밀브룃헨, 잡곡브룃헨으로 나누어져 있었어요.
기본적으로 악소의 빵에는 버터 우유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유브룃헨은 거기서 예외인가 봅니다.
우유 브룃헨만 빼고는 비건(vegan)도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인 아저씨께 한 번 확인해 볼 걸 그랬어요 :(

진열된 빵들 :)

주로 브룃헨과 브렛젤

즉석에서 만들어 주는 샌드위치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브룃헨인 듯했지만, 제가 악소를 방문한 목적은 호밀빵에 있었기 때문에 브룃헨은 먹어보지 않았습니다. 맛있으니까 인기가 있겠죠? 그렇지만 저는 백밀가루로만 만든 빵은 돈 주고 잘 안 사 먹으니까요. (브렛젤은 원래 좋아하니까 살짝 예외 >_< 캬캬) 브렛젤은 쫄깃하고 짭짤하니 맛이 있었구요, 여기서는 로겐브로트와 폴콘브로트를 주로 소개할게요.

첫 번째 방문, 브렛젤과 로겐브로트

두 번째 방문, 폴콘브로트


사실 처음부터 폴콘브로트를 노리고 갔는데, 제가 1시 30분 경에 방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 팔리고 없었어요. 오전에 전화를 했더니 1시에 폴콘브로트가 나오는데 예약하겠냐고 물으셔서, 그냥 찾아가면 살 수 있겠거니 마음을 놓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30분 늦게 갔다고 이미 사람들이 다 사 가고 없더라는... 원래 몇 개 안 만드신 건지 어떤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런 빵의 매니아들이 있긴 있나 봐요, 확실히. 그래서 첫 방문에서는 로겐브로트를 사서 돌아왔고, 며칠 뒤에 다시 폴콘브로트를 사러 갔습니다.

그러면 로겐브로트 먼저 파헤쳐 보겠습니다! (450g 정도, 가격은 6000원)

썰기 전

썰고 나서

가까이에서

로겐브로트는 이름 자체가 호밀빵이라는 뜻이구요, 악소의 로겐브로트의 호밀 함량은 6-70% 정도 된다고 합니다.
동그랗고 반질하게 생겼는데, 겉껍질은 딱딱한 편이고 속은 그에 비하면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우유식빵 같은 부드러움은 아님!)
처음에 이 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종이봉지 속에서 빵이 호밀빵 특유의 냄새를 솔솔 풍겨서 자꾸 신경이 쓰였답니다. =_=
호밀 함량이 높으면 시큼한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저는 그 시큼한 냄새가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구요. 왜, 조청에서는 설탕 같은 데서 맡을 수 없는 곡물 특유의 구수한 향기가 느껴지잖아요? 그런 것과 약간 시큼한 향이 결합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냉동해 두었다가 자연해동해서 먹으면, 속은 그대로 촉촉하고 겉은 약간 질깃해져요. 그래서 오븐토스터에 구워봤더니 완전 바삭바삭 씹는 맛이 살아있게 구워져서 만족! (전에 만든 라따뚜이랑 같이 먹었는데 한 입 한 입 줄어드는 게 아쉬웠습니다 ㅠ_ㅠ)

다음으로, 좀 더 접근하기 힘들어 보이는 외양의 폴콘브로트입니다. (700g 정도, 가격은 7000원)

썰기 전

썰고 나서

가까이에서

일단 위에는 호밀인지 오트밀인지 모를 곡물 후레이크가 붙어 있구요, 겉은 로겐브로트보다 2배 정도로 딱딱한 것 같아요.
밑에 보이는 빵칼로 썰었는데도 상당히 힘을 주어야 했거든요. 어디선가 '돌을 써는 것 같다'고 표현했던데 왠지 동감...
로겐브로트보다 조금 더 시큼한 냄새와 맛을 느낄 수 있고, 호밀 알갱이가 들어가 있어서 입 안에서 씹히는 것이 훨씬 많았습니다 :) 알갱이 자체는 딱딱하지 않고 톡톡 터지는 느낌이어서 씹는 재미가 있어요. 크기는 로겐브로트보다 작은데 무게는 훨씬 무거운 것에서, 빵이 꽤나 밀도 높고 묵직하다는 사실을 짐작하실 수 있을 거에요.

'오월의 종'에서 제가 먹었던 빵들이 무화과, 건포도, 크렌베리 등의 첨가물로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호밀빵이었다면
'악소'의 호밀빵들은 정말로 호밀 자체의 맛과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빵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밀빵은 식이섬유가 많고 혈당을 빨리 올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이어트 하시는 분들, 당뇨 있으신 분들께 인기가 많던데요,
시중에서 파는 호밀 약간 넣은 '무늬만 호밀빵' 대신 '진짜 호밀빵'을 드셔보는 것도 좋을 거에요 :)

  1. '라우겐브룃헨'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보았더니, 물과 가성소다를 섞어 만드는 시럽을 라우겐 시럽이라고 한다고 나오네요. 빵 자체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