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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 12월 2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수업 : 요즘은 가격 묻고 답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데 천천히, 여러 번 반복해서 했더니 큰 문제 없이 따라오고 있다. 그러나 종종 지각과 결석을 하는 한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문제를 다 풀 때까지 반도 못 푸는 경우가 있어 좀 고민이 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넘어가면 그 뒤로도 계속 문제가 될 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수요일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20분 정도 지각해서 잔소리로 수업을 시작했다.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중에 한국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할 때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좀 엄하게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이 마이크로 버스가 운행을 잘 하지 않아 늦었다고 이야기해서, 그처럼 사정이 생겨 늦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럴 때는 상대방에게 연락을 해 먼저 알리는 것이 좋다고 말해 주었다.  

2. 4학년 수업 : 월요일 수업에는 딱 한 명만 나와서 처음에 좀 썰렁한 분위기였는데 일대일로 수업을 하다 보니 평소보다 진도도 빠르고 집중력도 좋아서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었던 것 같다. 목요일에는 전원이 출석한 상태에서 회화책과 보충 프린터를 이용해서 수업을 했는데, 예전에 문법책에서 다 배운 것을 다들 전혀 모른다는 표정이 있어서 답답했다. 교실 밖에서도 배운 것을 계속 복습해야 자기 것이 되는 건데, 우리 학생들은 지금 당장 수업에서 배우고 있는 것 외에는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

3. 다음 주 목요일인 12월 6일에는 아인샴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린다. 이번 해에도 이고스에서 참가하는 학생은 없지만, 2학년 학생들에게 보러 갈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몇 명이 관심있어 했다. 처음에는 학생들만 보낼 생각이었는데 내가 가지 않으면 안 가겠다고 해서 결국 나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마침 대통령 선거 기간도 그 즈음이라 카이로에 간 김에 투표도 하고, 말하기 대회를 본 다음, 학생들과 카이로의 명소 몇 군데를 구경하고 내려올 계획이다. 요즘 시위가 다시 슬슬 시작되고 있다고 하는데 부디 별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생활

수업 외에는 평소처럼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2011년에 졸업을 하고 룩소르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학생인 쉐이마가 이번에 카이로에서 시험을 본다고 해서 틈날 때마다 만나 도와 주었다. 안 본 사이에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예전보다 한국어 공부에 대해서 진지해졌고 한층 어른스러워진 느낌이었다.

일요일에는 요즘 아이샤가 가르치고 있는 일본어 학생들의 초대를 받아 서안에 갔다. 서안에는 앨러배스터(alabaster, 설화석고) 조각품을 만드는 작업장이 많이 있는데, 이 학생들의 가족도 그런 작업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처음 간 집에서는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구경을 하고 만들어 놓은 조각품을 둘러보았고, 다음 집에서는 직접 설화석고로 작은 피라미드를 만들어보았다. 나는 겨우 겨우 제일 작은 피라미드를 하나 만들었는데 다른 학생들이 도와준 덕분에 기자의 피라미드 3개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아주 멋진 작품을 만들지는 못 했지만, 직접 손으로 만들어 보니 그냥 구경만 하는 것에 비해 훨씬 재미있고 특별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준비된 보트를 타고 서안으로

이 날 함께 한 일본어 학생들

설화석고 작업장에 도착

설화석고에 대한 설명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톱으로 자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러 종류의 설화석고

여기는 작업장 옆의 비둘기집

조각품이 전시되어 있는 가게 안

큰 규모로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오른쪽 하얀 돌이 설화석고

다음으로 간 집에서, 돌 고르기

50년 동안 조각을 해 오신 달인

열심히 만들어봤으나 어려웠다

기자의 피라미드 군 완성!

아랍어로 '마쓰르' = 이집트

아랍어로 '파이루즈' = 내 이름


학생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아이샤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나도 우리 학생들과 좀 더 그렇게 지냈다면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나는 학생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여자 선생님이고 학생들에 비하면 체구도 크지 않다 보니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이 곳에서의 생활도 거의 끝나 가니 그런 걱정을 내려 놓고 학생들과 좀 더 친구처럼, 마지막 추억을 만들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