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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 12월 16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로 모든 수업이 끝났다. 몇몇 학생들은 카이로에 다녀와서 좀 들떠 있는 상태였지만 별 문제 없이 잘 수업을 마무리했고, 일요일에 전체 학년이 모여 송별회 겸 종강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준비하겠다며 나에게는 아무 것도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해서 일단 파티 준비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겨 두고, 나는 작별인사를 담은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다. 짐 정리를 하고 나니 한국으로 가져가지 못 할 물건들이 꽤 많아서 파티에서 경품 추첨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으로 적당히 나누어 담아 총 열여섯 꾸러미를 만들었고, 전통 인형 핸드폰줄을 엽서에 달아 학생들 각각에게 짧은 코멘트를 적었다.

달력을 잘라 만든 엽서 뒤에 편지를 쓰고

옆에 핸드폰 줄을 달아 작은 선물 완성


일요일 오전에 하얀색 갈라베야(이집트 전통 의상)를 사서 학교로 갔다. 나름 옷을 차려 입고 여학생들이 머리까지 땋아 주어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니 1시 15분쯤 학생들이 준비를 마쳤다고 부르러 왔다. 전체 학생들과 같은 기관에서 일하시는 선생님, 개인적으로 초대한 간호 분야 시니어 선생님과 샘까지 꽤 많은 사람들이 모인 파티였다. 먼저 학생들이 준비한 인사말을 듣고, 예전에 찍은 사진들로 만든 영상을 봤는데 거기에 들어간 한국어는 번역기를 돌렸는지 완전 엉터리여서 한국어 선생님인 나로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영상을 본 다음 4학년 학생이 한국어 편지 낭독을 했고, 그 뒤로 누비안 음악을 틀어 놓고 학생들이 쿵짝 쿵짝 춤을 추다가 다 함께 케이크를 먹고 준비한 선물을 추첨을 통해 나누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선물 중에서는 특히 코이카 티셔츠나 다이빙을 할 때 받은 독도 티셔츠 같은 것이 아주 인기가 많았는데, 몇 개 밖에 없어서 못 받은 학생들이 너무 아쉬워하는 것을 보니 좀 안타까웠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학생

대체 무슨 말...?

케이크를 들고 춤추는 학생들

김'인'파 선생님? 흑흑

작은 선물에도 좋아하는 모습

가르쳐'주셔서'란다, 얘들아

2학년 리햅과 함께

뒤에서 구경하고 있을 때

4학년 아흐마드와 함께


작별의 시간이었지만,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즐겁게 사진을 찍다 보니 슬픈 마음보다는 예전의 좋은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가 되었던 것 같다. 여러 모로 부족하고 날카로운 선생님인데도 나를 믿고 좋아해준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이집트 사람들 때문에 힘들 때가 많았는데, 우리 학생들은 학업 면에서는 나를 좀 힘들게 했을 지라도 인간적으로는 항상 따뜻하고 정이 많은,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 주었기에 그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다음에 오실 선생님께서 나보다 더 따뜻하고 학생들을 잘 보듬어 줄 수 있는 분이셔서 학생들이 나의 빈자리를 못 느꼈으면 좋겠다. 


생활

약 2년 간의 룩소르 생활을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 일주일이었다. 짐을 모두 꺼내서 한국으로 보낼 것과 직접 가져갈 것을 분류하고, 학생의 도움을 받아 DHL 사무소에 가서 먼저 50kg의 짐을 부쳤다. 가져갈 것을 빼놓고 주위 단원과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것은 나누어주고, 인사해야 할 곳에 들러 작별 인사를 하다 보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게 흘렀다. 이제 다음 주면 카이로로 올라가게 되는데 아직은 이 곳을 떠난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학생이 선물로 준 머그컵

뜨거운 물을 부으면 사진이 보인다

샘하우스에서 모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