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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0 12월부터 2012 12월까지 2년을 이집트 룩소르(Luxor)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5 3월부터 우간다 글루(Gulu) 살고 있으며, 12월까지 여기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집트는 지도 상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북쪽 코너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집트에 다녀온 이후로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다녀왔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집트는 아프리카라 없다' 뉘앙스의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비해 북아프리카는 발전된 곳이라는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는 사회 문화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고, 그런 차이를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만큼 '하드코어' 곳이 아니기 때문에 북아프리카로는 "진정한" 아프리카를 경험했다고 하기 어렵다", '이집트는 아프리카로 없지' 같은 인식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본인이 참 힘들게 살았고, 그래서 그것이 특별한 경험으로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그러는 너는 이집트 봤냐' 같은 유치한 대응을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느꼈던 일종의 자격지심은, 제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나라인 우간다에 와서 살아보는 선택을 하는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습니다. 대체 뭐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경험해보자- 그런 마음이었달까요.

   

꼬박 2 가까이 생활한 이집트에 비해 아직 우간다에 지는 4개월밖에 되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 이집트에서는 코이카 봉사단원의 신분이었던 비해 우간다에서는 민간 개발협력 단체의 직원으로 생활하고 있고, 살았던/살고 있는 도시도 수도가 아니라는 공통점을 빼고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적으로 비교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까지 생활하면서 발견하게 공통점과 차이점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공통점

  • 빈부의 격차: 나라의 국제 경제 상에서의 위치는 분명히 다르지만, 계층에 따라  격차가 있다는 것은 공통적으로 확인 가능합니다. 수도인 카이로와 캄팔라에는 상류층의 소비 수준을 짐작할 있는 커다란 쇼핑몰들이 있는 반면, 시골로 들어가면 물과 전기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많습니다.
  • 풍요로움: 사실 저는 이집트에 가기 전에는 이집트=사막이므로 농사가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지내면서 보니 양파, 토마토, 오이, 양배추 같은 채소들을 아무 문제 없이 기르는 것을 있었습니다. 우간다 또한 비옥한 땅과 좋은 날씨 덕분에 사시사철 먹을 것이 풍성하다고 합니다. 우간다의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은 제가 이제껏 먹어왔던 수입 열대과일보다 훨씬 맛있습니다. (반면 이집트 바나나는 맛이 없습니다. 종류가 다른 건지 뭔지 모르겠군요.)
  • 주소 시스템의 부재: 저는 이집트에서 주소가 없는 집에 살았고, 우간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집트에서는 동네 이름과 주인 이름으로 우리 집을 설명했고, 여기서는 거리 명은 있는데 사람들이 모를 때가 많아서 아예 약도를 만들어 가지고 다닐 정도입니다. 나라 모두 편지를 받아보려면 우체국에 사서함을 개설해야 합니다.
  • 교육열: 배웠다, 산다 하는 사람들은 자녀 교육열이 높습니다. 그리고 공립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학비를 부담할 있는 이들은 자녀들을 사립학교에 보냅니다. 이집트에서는 소위 과외도 많이 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우간다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차이점

  • 날씨: 룩소르와 글루를 비교하면, 룩소르가 훨씬 덥습니다. 아래쪽인 아스완보다는 나은 편이었음에도, 여름에는 종종 40도를 넘었고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건물에 팬은 기본으로 장착이 되어 있었고, 에어컨도 많이 사용했지요. 전기가 공급되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글루는 건기라고 해도 선풍기 있으면 살만 정도입니다. 저는 비를 워낙 싫어해서 우기를 어떻게 견디나 걱정했는데, 우기인 지금은 거의 하루에 (주로 밤에) 비가 오히려 건기보다 선선하고 생활하기 좋습니다. 한국의 장마처럼 길고 지루한 것이 아니더라고요.
  • 생활 수준: 주위를 관찰한 것으로 판단했을 때는 이집트의 생활 수준이 확연히 높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단전이나 단수가 잦은 편이고, 건물 같은 것을 비교했을 때도 이집트가 현대식 고층 건물이 많은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집트에서 제가 살았던 자체가 관광도시였고, 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가까이에서 기회는 많지 않았기 때문에 경험만 가지고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실 두 나라 모두 시골로 가면 자급자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겉보기에 집이나 옷은 허름해도 먹고 사는 데는 문제가 없는데, 오히려 도시의 슬럼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삶의 질이 열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사람: 이집트에 저는 밖으로 나가면 거의 하루에 기분이 상하거나, 화가 나서 돌아오곤 했습니다. 길에서 사람들이랑 싸운 적도 종종 있었고요. 한동안은 진지하게 '내가 너무 성격이 좋은가(=쌈닭인가)' 생각도 했었는데, 주위 단원들과의 이야기를 통해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더랬습니다. 반대로 여기에서는 화를 일이 별로 없습니다. 사람들이 크고 작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점은 사실 비슷한데, 그냥 약간 실망을 하고 넘어갈 , 화를 일은 없었습니다. 경험치가 쌓여서 그런 부분도 있겠지만 성격이 180 바뀐 것도 아닐텐데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요. 이집트에서는 집을 나서서 10 정도만 걸어가도 빤히 훑어보는 노골적인 시선이 따라오고(특히, 자국인 여성한테는 그러면서 외국인 여성들에게만 그러는 ), 여기 거주민이라고 탄다고 좋게 이야기해도 번이고 마차 타라고 호객행위하고, 물건 사라고 따라오면서 귀찮게 굴고, 뻔히 보이는 바가지를 씌우고… 구구절절 흉보기는 좀 그렇지만 속상할 일들이 많았고, 투명망토가 있으면 쓰고 다니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심성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란 것은 알고가끔은 관심이 고맙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겪다보니 이집트는 저에게 애증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집트 흉을 보지만 막상 누가 이집트 까는 들으면 이유가 있다고 변호하고 싶은, 그런 기분이에요.) 그에 비해 여기 사람들은 점잖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얌전한 것은 아닌데, 사람을 귀찮게 구는 타입들은 아닙니다. 여기서는 어려움 없이 자유롭게 길을 걸어다닐 있고, 밖에서 기분 상해 돌아오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우간다에서 오래 생활하신 분들과 대화해 보아도, 나라 사람들 괜찮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있었습니다. 반대로 이집트에서는 정말 징글징글하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지요 :P

   

서로 다른 나라이니 당연히 정치, 경제에서부터 의식주와 같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아주 많은 차이점들이 있겠지만, 제가 생활하면서 다름을 직접 몸으로 느낀 부분들은 위와 같은 것들입니다.

   

이렇게 생활하면서 조금씩 알아갈수록, 나라 많은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예컨대 저는 이집트의 꼬불꼬불한 아랍어, 곳곳에서 발견할 있는 다양한 이슬람 상징, 라마단이 되면 길거리를 장식하던 등불을 좋아하고, 사막과 바다에다 선조들이 물려 엄청난 유적까지 가지고 있는 이집트는 가진 것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우간다가 가진 비옥한 땅이나 나일 강의 풍부한 수량,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들을 때면 우간다를 그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착각인가 싶습니다. 또 한편으로, 나라 자체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이들은 계속해서 가난한 채로, 자신들이 누려야 권리를 행사하지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서늘하게, 머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우간다 어느 학교의 망고나무이집트의 한 학교와 운동장


앞으로 어느 나라에 가서 살게 되더라도 나라들에 대해 느끼는 마음은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는 동안 조금씩 알게 되는 나라의 특별함에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인지라, 나라가 어느 대륙에 속해 있는지, 그곳에서의 생활이 객관적으로 힘든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같습니다. 그리고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들이 배움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꿔갈 있는 가능성을 만들 있는 곳이라면, 저의 마음을 끌어당길 것이고요. 이제는 아프리카 자격지심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