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먹는 호랑이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콩 세상에 콩 좋아하는 애들도 있을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리는 거 없이 뭐든 잘 먹는 아이였지만 (아, 파와 양파는 예외야. 이건 엄마도 안 드시는 거라 편식한다고 혼 날 일도 없었지!) 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거 같아. 그 때야 식탁에 올라오는 콩이라고 해도 밥에 들어가는 게 다였던 것 같은데, 일단 콩밥이 나오면 나는 콩 먼저 콕콕 골라먹었어. 콩을 남길 수는 없으니 대신 콩 먼저 먹어서 깨끗해진 흰 밥을 먹는 길을 선택한 거지. 싫은 거 먼저 해치우고 좋아하는 건 아껴두는, 그런 아이였나 봐. 지금은 콩 반 현미 반인 밥을 짓고 콩을 먼저 골라 먹는데, 콩이 싫어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먼저 먹어. 십 년 사이에 이렇게 달라졌네, 내가. 그나마 어릴 때..
중동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대추야자는 우리나라의 대추와는 좀 다른 과일입니다. 어떤 분은 대추+야자인 줄 알았다고도 하시던데, 영어로는 Date라고 하는 과일이구요, 생김새를 보면 동글 길쭉한 모양이 대추와 비슷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맛은 좀 다르지요. 일단 단 맛이 엄청나게 강하고, 말린 후에도 대추처럼 쪼글쪼글하기보다는(종류에 따라 그 정도로 바싹 말린 것도 있긴 하지만) 곶감처럼 말랑합니다. 어떤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는 생대추처럼 아삭한데 대신 떫은 맛이 강해서 말려 먹고, 또 다른 것들은 신선한 상태에서 촉촉하고 말랑해서 그대로 먹어도 아주 달아요. 품종이 매우 다양해서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Medjool이라는 품종이 크기도 엄지손가락 정도로 매우 크고 단 맛이 강해서 인기가 많다고 해요...
오늘은 요즘 저의 주 아침식사 메뉴인 오트밀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트밀은 귀리(Oat)를 먹기 편하게 가공한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것으로 끓인 귀리죽을 뜻하기도 합니다. 귀리라고 하면 왠지 말이나 먹을 법한 사료의 인상을 주고, 귀리죽이라는 단어에서는 가난의 냄새가 폴폴 나는 듯한 느낌은 어렸을 때 읽은 이야기책에서 온 것일까요? 실제로 옛날에는 밀을 살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귀리를 먹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영양적 우수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귀리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귀리는 단백질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 편이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며,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아 당뇨가 있는 분에게도 좋다-는 것이 제가 대강 알고있는 귀리의 장점입니다. 보통은 귀리를 쪄서 납작하게 누른 오트밀로 ..
제가 하루 세 끼니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아침식사입니다 :) 아침 잠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일찌감치 일어나서 씻고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만들어 먹고 있으면 아주 평화로운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아침만큼은 제가 좋아하는 빵과 과일이 주 메뉴이기 때문에(다른 식사에서는 탄수화물보다는 다른 채소나 콩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렇기도 합니다. 가끔은 슈퍼에서 산 통곡물 식빵이나 씨리얼을 먹기도 하지만, 아침에 뭔가 그럴 듯한 것을 먹고 싶을 때면 와플이나 팬케이크를 굽습니다. 와플도 팬케이크도 15분밖에 안 걸리는 데다, 그 사이 과일 깎고 이것 저것 준비하다 보면 금세 완성되더라구요. 특히나 와플에다가는 그 날의 기분 따라 다른 부재료를 넣을 수 있어서 매일 먹어도 지루하지 않은데, 요즘..
어디 가서 채식한다고 이야기하면 꼭 나오는 단골 질문 중의 하나가 "단백질은 뭘로 섭취해요?" 하는 물음입니다. 어떤 분들은 현미를 비롯한 통곡물을 먹으면 기본적으로 필요한 단백질은 다 섭취할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왠지 더 먹어주어야 할 것 같은 생각에(사실 제 몸을 생각하면 굳이 더 먹어주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흑흑) 콩이나 두부를 꼭 식단에 포함시키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한국을 떠나 이집트 특히 룩소르에 오고 나서는 두부가 직접 만들어야만 먹을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삶은 콩만 먹자니 좀 심심해서 병아리콩으로는 스프레드를 만들고, 렌즈콩으로는 스프를 끓이는 등 나름의 변화를 주던 중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올리브 렌즈콩 버거'의 레시피였습니다..
저는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백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통밀로만 만든 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로 통밀과 호밀, 잡곡을 이용한 유럽빵 계열의 건강빵을 사 먹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하게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오히려 빵을 사러 가는 것은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 등의 기본적인 재료로만 만들었다는 것이 때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빵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집트에 온 이후로는 슈퍼에서도 쉽게 통밀로 만든 완전채식 빵을 구할 수 있어 식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끔씩 갓 구운 바삭한 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또 제 맘대로 콩이니 건과일을 듬뿍 넣은 빵이 먹고 싶기도 하지요. 그..
- 메 뉴 - 콩단백 주먹밥 / 도토리묵 샐러드 / 배추된장국 녹차경단과 카카오크랜베리쿠키 + 계피차 카이로에서 가져온 콩단백을 뜨거운 물에 불려 간장, 아가베시럽, 참기름, 후추, 다진마늘로 양념해 볶았습니다. 밥은 한 김 식혀 참기름과 콩단백, 잘게 부순 김을 넣고 비빈 후 동그랗게 만들어 주면 완성 :) 열심히 지고 온 도토리묵 가루가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 도토리묵가루와 물은 1:6 비율로 넣고 잘 저어주면서 끓이다가 엉겨 붙기 시작할 때 현미유를 살짝 넣고 윤기를 낸 후 5분 정도 더 끓여 그릇에 부어 식혔어요. 양상추는 잘게 뜯어 주고 오이는 어슷썰기해서 그 위에 도토리묵을 얹고 간장, 고춧가루, 아가베시럽과 참기름, 송송 썬 파로 만든 양념장을 올렸습니다. 따로 찍은 사진은 없지..
이집트에서 처음 한 달을 보내면서 아쉬웠던 점 한 가지는 유럽풍의 담백한 곡물빵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통밀빵은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납작한 빵 '아이쉬'(걸레빵으로도 불린다는)도 제 입에는 잘 맞았지만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장인이 한 덩이 한 덩이 직접 만든 빵'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 한 달 있으면서 메리어트 호텔의 베이커리에 들러 곡물빵을 사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룩소르로 가게 되면 그것마저도 어려울 터, 결국 저는 제 손으로 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한국에 있는 동안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모니터 넘어 배운 방법으로 빵을 몇 번 만들어보긴 했지만, 근본 없는 베이킹이라서인지 결과..
몇 주 전, 친구와 이태원 부다스 벨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근처에서 예쁜 빵집을 발견해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있냐고 물었는데, 친절한 직원 분이 웃으면서 "저희 집 빵은 다 그래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한, 날개 베이커리(Wing Bakery)와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용산구에 또 다른 '날개 베이커리'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던데, 이 곳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취급하는 빵 종류를 보면 둘이 좀 다르기는 한데, '빵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
요즘 이태원에 갈 일이 많아서 FFM(Foreign food market)에도 종종 들르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구입했던 몰라세스에 이어, 오늘 요리에 사용한 것은 '껍질콩(그린빈)'과 '병아리콩통조림'입니다. 영어로는 그린빈인 껍질콩은 프랑스에 있을 때 자주 먹었던 채소인데, 볶아 먹어도 삶아 먹어도 맛있으며 니스식 샐러드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곤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는데 FFM에서 발견하고는 반가워서 무작정 집어들었어요. 다음으로 병아리콩(Chick pea)은 이집트콩이라고도 불리는데, 삶으면 포슬포슬한 식감이 아주 좋고 우리나라 콩에서 나는 콩 특유의 향이 별로 없습니다. 중동요리에서는 빠지지 않는 재료로 팔라펠(Falafel)이나 후무스(Hummus)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
정제된 백설탕이 보기에는 하얗고 예쁘지만 몸에는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재료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조청, 비정제설탕, 아가베시럽 등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딱 한 가지, 외국 레시피에 주로 등장하는 '몰라세스'라는 것은 시중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며칠 전 들른 이태원 FFM(Foreign food market)에서 이 몰라세스를 발견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사실 가장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몰라세스와 아마씨가루가 들어간 통밀빵(베가스 그녀님의 레시피)였는데, 마침 통밀가루가 똑 떨어져 주문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단은 간단한 것들만 시도해보았습니다 :) 인터넷을 통해 몰라세스(Molasses)에 대해 좀 알아보니, 한..
주식이 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밥보다 빵을 좋아라하는 빵순이인 저이지만, 가끔씩은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취생인 제가, 그것도 일주일에 몇 번 밥을 먹는 게 전부인 제가 이런 저런 밑반찬을 구비하고 있을 리가 없다 보니 밥을 해도 함께 먹을 반찬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그럴 때면 참치캔이나 계란을 이용해 뭐라도 뚝딱 만들어내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고 말이에요. 이럴 때 저는 한 그릇으로 밥과 반찬을 해결할 수 있는 덮밥을 만들곤 하는데, 특히 양파를 푹 익히고 간장으로 간을 해서 조린 것을 현미밥 위에 올린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 그렇지만 이 날은 마침 냉장고에 팽이버섯이, 찬장에는 마른 표고가 있었기에 만들다 보니 버섯덮밥이 되었..
며칠 전, 이태원에 새로 연 러빙헛에 간 김에 외국식품마트 (Foreign Food Market)에도 잠깐 들렀습니다. 저의 눈을 잡아 끄는 식재료들이 많이 있었지만 앞으로 한국에 있을 날이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몇 가지만 집으로 데려왔어요. ■ Bob’s Red Mill의 7가지 곡물 와플/팬케이크 믹스 요즘은 집에 있는 생현미가루랑 통보리가루를 섞어서 손쉽게 와플을 만들어 먹고 있는데, 이 와플 믹스에는 무려 7가지 곡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또 솔깃한 마음에 집어들었습니다. 통밀, 호밀, 현미, 퀴노아, 카무트, 옥수수, 귀리, 스펠트밀, 아마인 분말이 들어갔는데 모두 유기농이고, 베이킹파우더와 소금, 설탕이 첨가되어 있어요. 오늘 아침에 와플 반죽을 만들면서 살짝 찍어 먹어 보았더니 이미 간이 되..
채식 1년 차인 저는 아직 초보에 불과하지만, 여러 채식식당을 다니다 보니 몇 가지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다녀온 '안현필 건강밥상' (2010/09/10 - [풀먹는곰파/맛집나들이] - 몸을 살리는 식사 @안현필건강밥상)이 건강을 이유로 채식을 하는 분들이 주로 찾는 식당이라면, 동탄의 '매크로' (2010/08/17 - [풀먹는곰파/맛집나들이] - 진짜 프리미엄 버거 @매크로)는 그와는 조금 다르게,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현대적인 채식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지요. 그런가 하면 오늘 소개하려는 ‘러빙헛’은 명상단체 분들이 운영하시는 채식 레스토랑인데, '모든 존재들이 평화와 사랑 속에서 서로 그리고 지구와 조화롭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비전으로 설립되었다'고 합니다. 체..
금요일에는 여유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며 동탄 매크로에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 ‘프리미엄 버거’를 먹고 매크로에 완전히 반했는데, 같은 메뉴를 고르고픈 마음을 꾹꾹 누르고 이번에는 ‘현미 필라프 with 두부 소보로’를 주문해 보았어요. 애호박, 버섯, 우엉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 볶음밥(특히 소스가 맛있었습니다)에다, 제가 좋아하는 두부가 살짝 으깨진 채 옆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채식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그렇지만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현미 필라프’가 아니라, 매크로의 빵들이랍니다 :) 매크로에서는 직접 빵을 굽고 있는데, 어떤 빵집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있는 빵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에 갔을 때는 ‘올리브빵’, ‘잡곡호밀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