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제2주일. 보라색 초가 조금씩 밝아져야 할 이 시기에 게으름을 피우다 주일 미사도 빼먹었다. 그냥 구렁이 담넘어가듯 말씀 묵상을 아예 하지 말아버릴까 하다가, 비겁하게 그러고 싶지는 않아서 부끄럽지만 몇 자 적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이사야서 말씀이 참 좋다. '그날'에 대한 예언.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지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확신, 믿음이 나에게는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아무튼 11장 3절,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는 구절을 읽으며 내가 앞으로 2년 동안, 아니 그 시간 뿐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여전히 나는 내 능력을 과신하고, 나의 잣대를 너무나 옳은 것으로 여기는 사..
천주교 신자로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나는 아직도 주일미사를 1순위에 놓는 것이 습관이 되지 않았나보다. 몇 시 미사를 갈 것인지 아침부터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7시 쑥고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고 집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대림 제1주일. 교회력으로는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기에 조금은 새로운 마음을 먹게 된다. 올해는 나와 하느님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싶은데. 과연 잘 될까.. 오늘 말씀 중에서는 1독서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주님께서 당신의 길을 가르치시어, 우리가 그 길을 걷게 되리라는 말. 그렇게 되면 서로 칼을 들고 싸우는 대신 그것을 녹여 농기구를 만들게 되리라는 예언. 요즘 같은 때에 더욱 절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 평화의 동산이 ..
※ 이 글은 '광야 속에서'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글로, 그 내용이 가톨릭 및 성경과 관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종종 비유를 들어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시곤 합니다. 어떤 때는 그 비유가 뜻하는 바가 너무도 뚜렷해서 아무런 생각 없이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어떤 때는 비유를 통해 대체 무엇을 말 하고 싶으셨는지 아리송하게 여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 말씀에 나온 '약은 집사의 비유'처럼 말입니다. 그때에 1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떤 부자가 집사를 두었는데, 이 집사가 자기의 재산을 낭비한다는 말을 듣고, 2 그를 불러 말하였다. ‘자네 소문이 들리는데, 무슨 소린가? 집사 일을 청산하게. 자네는 더 이상 집사 노릇을 할 수 없네.’ 3 그러자 집사..
처음 프랑스에 와서는 언어 때문에,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때가 꽤 자주 찾아왔다. 그럴 때 기숙사의 소성당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노라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기숙사 안에 그렇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몸과 마음이 이 곳 생활에 적응을 하면서부터 그런 감사함도 많이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청원기도도 감사기도도 많이 드렸는데 점차 내가 얻은 좋은 결과들이 마치 내 힘으로 이루어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때로는 나 혼자서도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빠져서 12월 들어서는 소성당에 가만히 앉아서 기도드리는 것에도 많이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
그러니 이제 제가 마음에 든다면, 저에게 당신의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당신을 알고, 더욱 당신 눈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탈출 33, 13) 1년 반 만에, 다시 연수생의 신분으로 들어가게 된 ㅌㅊㄱ ㅇㅅ. 마음이 싱숭생숭했고,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할 생각하니 끔찍했고, 무엇보다도 ㅇㅅ에 들어가면 결국 내 잘못이었음을 알게 될 것 같아서... 그래서 '기쁘게 ㅇㅅ에 가자!'하는 마음이 선뜻 들지 않았다. 그래도 봉사자 수진언니도 없는데 스스로 이월할 수 없고, 이번에 이월하면 날아갈 7만원이 아까워서 그냥 꾹 꾹 참자는 마음 하나로 들어간 3박 4일의 연수. ㅊㅅㄱ 때만큼 '으으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이런 마음도 없었고, 그렇다고 '여기에서 평생 살았으면 좋겠어~' 하는 생각도 들지..
나 비로소 이제 깊고 넓은 바다 간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 손을 주는 결코 놓치지 않으셨다 나 비로소 이제 폭풍우를 뚫고 간다 비바람에 흔들리는 나약한 나를 잡아 주시는 그 분은 나의 주님 주 나를 놓지 마소서 이 깊고 넓은 바다에 홀로 내 삶의 항해에 끝이 되시는 주님이시여 난 의지합니다 날 포기하지 마소서 나 잠시 나를 의지하여도 내 삶의 항해에 방향을 잡아 주시옵소서 410 파견 이후로 많은 생각들을 하고 지낸 것 같다. 그러고보니 딱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네. 지난 번과는 다른 선물을 받아 기뻤지만,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해내지 못한 몫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다 접어놓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음은 조금씩 가벼..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 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 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나는 사실 이제까지 이 곡을(특히 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전에는 이것을 절실하게 느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특별히 내 경험과 관련지어 본 적은 없는 것 같고, 나는 그냥,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 평화, 평화, 평화를 네게 주노라 사랑을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사랑, 사랑, 사랑, ..
얼마 전에 이올린에서 지역 태그 검색으로 유럽-프랑스 를 눌렀는데 '파리' 다음으로 '떼제' 가 나오는 거다. 오옷, 떼제-? 무슨 글이지? 하는 생각으로 눌렀는데, 어떤 분이 떼제 공동체에서 한 달 간 생활한 일기였다+ㅁ+ 오늘 다시 들어가서 처음부터 하나 하나 읽으면서, 아, 나도 그 곳에 가고 싶다- 라는 생각을 뭉실 뭉실 피우고 있는 중... '내년 6월에 어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면, 떼제에서 좀 있다 돌아올 수도 있지 않을까'ㅁ'?' 뭐 내 앞날이 어떻게 될 지는, 모두 그 분의 뜻에 달려 있겠지만 말이다. 여튼 글을 읽다가 너무나 내 마음을 쿡쿡 찔러대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그건 바로 떼제에서 말하는 simplicity와 마리아, 마르타에 대한 이야기였다. 예전부터 난 늘 마리아랑 마르타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