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채식을 시작하면서부터 백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통밀로만 만든 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로 통밀과 호밀, 잡곡을 이용한 유럽빵 계열의 건강빵을 사 먹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곳에서나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하게 생각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다보니 오히려 빵을 사러 가는 것은 즐거운 소일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 등의 기본적인 재료로만 만들었다는 것이 때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고소하고 담백한 빵들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이집트에 온 이후로는 슈퍼에서도 쉽게 통밀로 만든 완전채식 빵을 구할 수 있어 식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끔씩 갓 구운 바삭한 빵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또 제 맘대로 콩이니 건과일을 듬뿍 넣은 빵이 먹고 싶기도 하지요. 그..
이집트에서 처음 한 달을 보내면서 아쉬웠던 점 한 가지는 유럽풍의 담백한 곡물빵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통밀빵은 매우 쉽게 구할 수 있었고, 현지인들이 즐겨먹는 납작한 빵 '아이쉬'(걸레빵으로도 불린다는)도 제 입에는 잘 맞았지만 프랑스에서부터 시작된 '장인이 한 덩이 한 덩이 직접 만든 빵'에 대한 열망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그 한 달 있으면서 메리어트 호텔의 베이커리에 들러 곡물빵을 사기도 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룩소르로 가게 되면 그것마저도 어려울 터, 결국 저는 제 손으로 빵을 만들어 먹기 위해 한국에 있는 동안 빵 만드는 법을 배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전에 인터넷에서 모니터 넘어 배운 방법으로 빵을 몇 번 만들어보긴 했지만, 근본 없는 베이킹이라서인지 결과..
몇 주 전, 친구와 이태원 부다스 벨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근처에서 예쁜 빵집을 발견해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있냐고 물었는데, 친절한 직원 분이 웃으면서 "저희 집 빵은 다 그래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한, 날개 베이커리(Wing Bakery)와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용산구에 또 다른 '날개 베이커리'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던데, 이 곳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취급하는 빵 종류를 보면 둘이 좀 다르기는 한데, '빵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
금요일에는 여유로운 백수 생활을 즐기며 동탄 매크로에 점심을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 ‘프리미엄 버거’를 먹고 매크로에 완전히 반했는데, 같은 메뉴를 고르고픈 마음을 꾹꾹 누르고 이번에는 ‘현미 필라프 with 두부 소보로’를 주문해 보았어요. 애호박, 버섯, 우엉 등 각종 야채가 들어간 볶음밥(특히 소스가 맛있었습니다)에다, 제가 좋아하는 두부가 살짝 으깨진 채 옆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채식인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었어요. 그렇지만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은 ‘현미 필라프’가 아니라, 매크로의 빵들이랍니다 :) 매크로에서는 직접 빵을 굽고 있는데, 어떤 빵집과 비교해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맛있는 빵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전에 갔을 때는 ‘올리브빵’, ‘잡곡호밀빵’,..
오래 전부터 제 빵집 리스트에 올라 있었으나 가 보지 못 하고 있었던, ‘나무 위에 빵집’에 다녀왔습니다 :) 원래는 주문을 하고 빵을 가지러 갈까 했었지만, ‘이번은 1차 방문이고 다음에 또 가는 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평소에도 채식인이 먹을 수 있는 빵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문 없이 들렀어요.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어서, 솔직하게 아쉬웠던 점 몇 가지부터 먼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나. 3층에 위치한 나무 위에 빵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햄 냄새가 나고 있더라구요. 함께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 (제가 들른 시간이 12시 경이었거든요) 스팸을 굽고 계시는 것 같았는데 저는 이 점이 좀 아쉬웠어요. 제가 채식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채식을 한다고 지나가면서 삼겹살 굽는..
얼마 전에 채식 브런치 모임 포스팅 (2010/08/31 - [풀먹는곰파] - 채식 브런치 모임, 그 첫 번째) 에서 살짝 언급했던,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에서 만들어내는 갓골 통밀빵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사실 어떤 분들은 의아하게 생각하실 거에요. 아니 대체 거기 빵이 뭐가 특별하길래, 빵 사러 홍성까지 갔냐고. 그 이유를 말씀드리려면, 좀 길긴 하지만, 제 나름의 '좋은 빵' 기준을 먼저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히힛. 곰파의 '내맘대로' 좋은 빵 기준 :D 하나, 통밀로 만든 빵 (통밀이 아니라면 호밀, 잡곡 등을 사용한 빵) 정제된 흰 밀가루는 보기에는 좋을지라도 영양분이 되는 것들을 거의 다 깎아낸 것이거든요. 백미와 현미의 차이! 현미밥을 먹다 보면 백미밥이 좀 심심하게 느껴지듯이, 통밀..
8월의 마지막 날. 졸업식 때문에 부산에서 엄마가 올라오셔서, 점심을 먹으러 이태원 타이가든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는 그린커리를 먹었는데 (2010/08/21 - [풀먹는곰파] - 부드러운 매력, 태국음식 @타이가든) 이번에는 레드커리를 시켜봤어요. 맛있었는데, 사실 그린커리와 뭐가 다른지는 잘 모르겠더라구요 >_< ㅋㅋ 아무튼, 오늘의 포스팅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가든이 아니고! 원래는 타르트로 유명한, '타르틴'이라는 빵집 겸 까페입니다. 파이, 타르트, 쿠키, 치즈케이크, 버터 타르트, 루바브(Rhubarb) 파이 등등을 파는데 비건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에요, 하핫. 그렇지만 제가 여기에 갔다는 건, 우유 계란 버터 등등이 들어가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의미겠죠? :) 바로 이것, 루마니아식 아티..
오랜만에 맛있는 빵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오월의 종 (2010/06/23 - [풀먹는곰파] - 정이 가는 빵집, 오월의 종)과 악소 (2010/07/02 - [풀먹는곰파] - 호밀빵의 매력, 독일빵집 악소)에 이어서 새로운 빵집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 신사동 가로수길 끝에 위치한 이 곳, 뺑 드 빠빠(Pain de Papa)에도 호밀이 꽤 들어간 빵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실은 근처에서 약속이 있어 겸사겸사 간 것이었지만 ㅋㅋ) 뺑드빠빠를 찾아 나섰지요. Pain de Papa 라는 이름 자체가 '아빠의 빵'이라는 뜻이니, 아빠의 마음과 정성으로 만든 빵을 기대해 볼 수 있겠죠? :D 매장 내부 일단 매장에 들어서니, 질서 정연하게 선반 위에 놓인..
'오월의 종'에 다녀온 이후로, (2010/06/23 - [일상다반사] - 정이 가는 빵집, 오월의 종) 호밀이 90%나 들어 있다는 독일빵 전문점인 악소(Ach so)의 빵을 맛볼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요. 그러다 어느 한적한 오후, 드디어 큰 맘 먹고 한남동을 찾아갔습니다 :) '악소'는 한남대교 건너편 순천향대학병원 근처, '리첸시아'라는 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어요. 큰 길에서 가까운 데다, 채식 식당인 러빙헛 한남동점에 다녀오던 길에 눈여겨 봐 놓은 터라 찾기는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니 테이블이 두세개 있고, 벽면에는 독일과 관련된 물품, 지도 등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저는 독일에는 한 번도 간 적이 없어서 그냥 신기한 눈으로 쳐다 보기만 했는데, 여행 다녀오신 분이라면 추억이 떠..
통밀빵을 직접 만든 것 (2010/06/22 - [일상다반사] - 직접 만든 100% 통밀빵) 으로는 성에 안 찼던지, 결국은 한남동 러빙헛에서 있었던 한울벗 번개에 가는 길에 제가 좋아하는 빵집에 들렀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전 일단 하나가 생각나면 그것을 다 끝내기 전까지는 다른 걸 하기가 힘들어요 -ㅁㅠ) 바로, 이태원에 있는 '오월의 종 베이커리' 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빵은 거친 곡물과 소금, 물, 효모(이왕이면 천연 효모)로만 만들어진 빵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폭신하고 부드러운 흰 빵이나, 달달한 슈크림이 들어간 크림빵, 파이 이런 것들을 좋아했는데요, 프랑스에서 지내는 동안 바게뜨의 참 맛을 알게 되면서부터 조금씩 담백한 빵으로 취향이 바뀐 것 같아요. 또 흰밀가루나 정제설탕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