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010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약 2년을 이집트 룩소르(Luxor)에서 생활하였습니다. 그리고 2015년 3월부터 우간다 글루(Gulu)에 살고 있으며, 12월까지 여기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집트는 지도 상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동북쪽 코너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이집트에 다녀온 이후로 한국에서 아프리카 지역에 다녀왔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집트는 아프리카라 할 수 없다'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이 말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비해 북아프리카는 발전된 곳이라는 것.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북아프리카는 사회 문화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고, 그런 차이를 부인할 생각은 없습니다. ..
오늘의 교육 16호 _ 나는 왜 공부하는가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 위하여 - ‘나’에서 ‘우리’로,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공부 은파 piyabba@gmail쩜com 가르치고 배울 때 눈이 반짝이고, 느리지만 조금씩 세상을 바꾸는 일에 가슴이 뜁니다. 멀리 이집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돌아와 지금은 한국 안과 밖의 교육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곰파’라는 별명으로 블로그(gomp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부와 유예된 행복 우리 집에서 공부를 한다는 것은, 밥을 먹는 것만큼이나 아주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지만 부모님, 그러니까 할머니, 할아버지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지 못한 까닭에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
2012년 12월 24일 월요일 ~ 12월 27일 목요일 24일 한국에 가져갈 것들을 사러 마트를 돌아다님. 짐 정리 대강 끝냄. 25일 동기 언니가 지인들에게 밥 얻어먹는 틈에 꼽사리. (언니 고마워요 ㅠㅠ) 26일 감사장 수여하러 대사관. 마지막 저녁 식사. 27일 이집트에서의 마지막 날. 공항으로~ 지금까지의 이집트 생활 돌아보기 이집트는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고 문화 유산이 많고, 자연 재해도 없다. 날씨가 좀 덥긴 해도 살만 하다. 이집트 사람들은 다른 사람 일에 관심이 많고, (좋게 말하면) 정이 있다. 다만 나쁜 의도를 갖고 접근할 때가 종종 있어서 조심하할 필요가 있다.(이건 꼭 이집트 사람들의 특징이라기보다, 외국인이다 보니 나쁜 사람들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아서 그런 듯.) 도둑질이나 ..
2012년 12월 17일 월요일 ~ 12월 23일 일요일 업무 사무실에 있던 내 물건을 정리하고, 후임단원에게 드릴 업무 인수인계 서류와 함께 학생들에 대한 설명을 쓴 문서를 프린트해서 책상 위에 가지런히 두는 것으로 모든 업무는 끝이 났다. 직접 얼굴을 뵙고 인수인계를 해 드릴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다. 생활 월요일에는 룩소르 단원들끼리 모여 송별회를 했고, 화요일에는 아이샤와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며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예전 단원들이 떠나서 한창 심심했을 때 아이샤마저 없었다면 정말 쓸쓸했을 것 같은데, 이제는 내가 떠나는 입장이 되어 혼자 남겨두려니 외롭지 않을까 좀 걱정이 된다. 원래는 함께 크루즈로 덴데라에 다녀올 계획으로 휴가까지 신청해 두었지만 요즘 날씨가 많..
2012년 12월 10일 월요일 ~ 12월 16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로 모든 수업이 끝났다. 몇몇 학생들은 카이로에 다녀와서 좀 들떠 있는 상태였지만 별 문제 없이 잘 수업을 마무리했고, 일요일에 전체 학년이 모여 송별회 겸 종강 파티를 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자기들이 알아서 준비하겠다며 나에게는 아무 것도 가져올 필요가 없다고 해서 일단 파티 준비는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맡겨 두고, 나는 작별인사를 담은 편지와 선물을 준비했다. 짐 정리를 하고 나니 한국으로 가져가지 못 할 물건들이 꽤 많아서 파티에서 경품 추첨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생각으로 적당히 나누어 담아 총 열여섯 꾸러미를 만들었고, 전통 인형 핸드폰줄을 엽서에 달아 학생들 각각에게 짧은 코멘트를 적었다. 일요일 오전에 하얀색 갈라베야..
2012년 12월 3일 월요일 ~ 12월 9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목요일에는 아인샴스 대학교에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열려서 몇몇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보러 카이로에 다녀왔다. 마침 대통령 선거 재외국민 투표 기간도 겹쳐서 나는 비행기를 타고 하루 일찍 올라가 대사관에서 투표를 하고, 다음 날 대회가 열리는 곳에서 학생들과 만났다. 우리 학생들은 직접 참가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는 것이다 보니 나는 별로 할 일이 없었는데, 다른 한국어 선생님들은 리허설과 행사 진행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셔서 좀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말하기 대회에는 초급 5명, 중급 4명 모두 9명의 학생들이 참가해서 한국어 말하기 실력을 겨루었는데, 특히 아인샴스 학생들은 발음이 정말 좋아서 내용을 알아듣는 데 아무..
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 12월 2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수업 : 요즘은 가격 묻고 답하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데 천천히, 여러 번 반복해서 했더니 큰 문제 없이 따라오고 있다. 그러나 종종 지각과 결석을 하는 한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문제를 다 풀 때까지 반도 못 푸는 경우가 있어 좀 고민이 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야 할 것 같기도 하지만, 잘 모르는 상태로 넘어가면 그 뒤로도 계속 문제가 될 테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수요일에는 다수의 학생들이 20분 정도 지각해서 잔소리로 수업을 시작했다.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은 나중에 한국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할 때 큰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더 좀 엄하게 이야기를 했다. 학..
2012년 11월 19일 월요일 ~ 11월 25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수업 : 평상시처럼 월요일, 수요일에 수업을 하고 토요일에는 지난 주에 빠진 것을 보충하기 위한 수업을 했다. 토요일 보충수업은 학생들이 강하게 원했던 것인데 막상 수업에 지각한 학생들이 반 이상이라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수업을 했다. 연습문제를 풀 때는 한 명 한 명 아는지 모르는지 확인하는 것을 좀 줄이고, 전체를 대상으로 문제를 풀이하고 넘어가는 식으로 하니까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다. 아마 학생들도 좀 덜 부담이 될 듯. 2. 4학년 수업 : 12월 초에 있을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대해 공지를 했는데, 보러 가겠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직접 참가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구경을 하는 ..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 11월 18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에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현지평가회의가 있어 후루가다에 가야 했기 때문에 월요일에만 수업이 있었다. 2학년 수업에서는 한 달 이상 모습을 보이지 않던 학생이 갑자기, 아무런 양해도 구하지 않고 수업에 들어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일단 그냥 수업을 한 다음 그 학생에게 한국어 말고 다른 언어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머리가 좋은 편이라 이제까지 빠진 수업을 따라오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 불성실한 태도로는 한국어를 계속 배워봤자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약속을 했던 것이 벌써 여러 번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4학년 수업..
2012년 11월 5일 월요일 ~ 11월 11일 일요일 업무 4학년 수업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고, 욕심을 좀 비우고 가르치기로 마음 먹은 뒤로 순조롭게 수업을 하고 있다. 그에 반해 2학년 수업에서는 지난 주에 숙제로 냈던 질문 15개의 답을 확인하다가 드디어 폭발했다. 지금까지 몇 번을 반복해서 가르친 것이고, 숙제로 내 주었으니 생각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을 텐데 왜 도대체 이런 답을 써 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학생 한 명은 숙제를 안 해 왔으면서 내가 숙제를 보자고 하니까 마치 해 온 것처럼 찾는 척을 하고, 화장실 다녀왔다는 핑계로 다른 학생들이 본문을 쓰는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고 있어서 결국 두 배로 혼이 났다. 대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왜 이런 식으로 낭비하는 것..
2012년 10월 29일 월요일 ~ 11월 4일 일요일 업무 명절이 끝나고 수요일부터 다시 수업을 시작했다. 2학년은 복습 위주로 수업을 하면서 지금까지 배웠던 내용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어 답을 써 오도록 숙제를 내 주었고, 4학년은 문법책을 빠르게 훑고 문장만들기 숙제를 내 주었다. 생활 월요일까지는 학교에 수업이 없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시내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룩소르 신전 앞 광장에는 명절을 맞아 놀러 나온 수많은 이집트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사진은 아침이라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저녁 무렵에는 정말 사람도 많고 시끄러웠다. 함께 명절을 즐기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떠들썩한 분위기는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지난 주 금요일에 일본에서 아이샤가 돌아왔다. 친하게 지내..
2012년 10월 22일 월요일 ~ 10월 28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 월요일 수업에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 수업 중간에 학생 두 명이 쓰던 펜에 문제가 생겨서 밖에 펜을 구하러 갔다 온 것 정도? 한국에서는 필통에 여러 자루의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보통 학생의 자세인 데 반해, 여기에서는 필통은 커녕 펜도 제대로 안 가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 필기구가 없으면 내가 혼내는 걸 아니까 다들 펜은 하나씩 가지고 다니는데 딱 하나씩만 가지고 다니다 보니 어쩌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친구한테 빌릴 수도 없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이 연필이나 샤프가 아닌 펜으로 쓰다가 실수를 해서(실수가 적으면 몰라) 찍찍 긋고 다시 쓰는 것도 내 마음에는 영 안 드는 부분이지만 이것까지 간섭하자니 너무 기력이 달려서..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 10월 21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 지난 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히 복습한 다음 연습문제로 넘어갔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연습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 빼고 다들 헤매고 있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나는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싶으면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는 대신 다시 반복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계속 이렇게 하자니 너무 힘에 부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받았던 프랑스어 수업을 돌아보면, 빠른 속도로 요점만 정리하고 쑥쑥 진도를 나가는 식이었는데 당시에는 이해가 잘 안 되더라도 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식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지..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10월 14일 일요일 업무 2학년 수업 : 학기가 시작한 지 1주일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 다른 애들에게 물어봤더니 그 중 한 명은 아예 제2 외국어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도 힘든 고비를 넘기고 기초를 단단히 다지면서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지금 와서 그만둔다니 좀 아쉽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한국어 공부가 어려워서 그러는 거라면 나와 개인적으로 상담이라도 하고 옮겼으면 싶은데, 정확한 이유를 듣질 못 했으니 뭐.. 이번 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난 시간에 가르친 것을 많이 잊어버리고 엉뚱한 대답들을 해서 좀 힘들었다. 집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더 천천히 가..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 10월 7일 일요일 업무 10월도 되었겠다, 이제는 정말 학기가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 학기에 가르치던 본 교재로 돌아갔는데 학생들의 출석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12월 중순이면 학기가 끝나는 데다 10월 말에는 이슬람 명절도 있어서 한 주 정도 수업이 없는 탓에 가뜩이나 수업할 시간이 모자란데, 어째 마음이 바쁜 것은 나 혼자인 것 같다. 사실 지금과 같이 느슨한 이집트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지금 내가 느끼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뭔가 해서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 싶은 게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 한 내 마음인가 보다. 수업에서는 그냥 내용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