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식탁에서 고기가 사라진 이유 국내도서>사회과학 저자 : 최훈 출판 : 사월의책 2012.12.10상세보기 ■ 왜 읽었을까? 내가 처음으로 채식에 대해 알게 되고, '채식을 해 볼까?'하고 생각한 것은 8년 전의 일이다. 대학에 들어와 읽게 된 '부엌'이라는 한국 소설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싫어서 남의 살, 즉 고기를 먹지 않는 인물이 등장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은 했으나, 그 생각이 나도 채식을 실천해야겠다는 결심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고기의 맛을 포기하기에, 또 고기를 먹지 않음으로써 발생될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3년 전, 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것들이 나를 만들어내기에,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임..
2012년 10월 15일 월요일 ~ 10월 21일 일요일 업무 1. 2학년 : 지난 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간단히 복습한 다음 연습문제로 넘어갔는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 연습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한 명 빼고 다들 헤매고 있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나는 학생들이 제대로 이해를 못 했다 싶으면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는 대신 다시 반복하는 식으로 수업을 하는데, 계속 이렇게 하자니 너무 힘에 부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 대학교에서 받았던 프랑스어 수업을 돌아보면, 빠른 속도로 요점만 정리하고 쑥쑥 진도를 나가는 식이었는데 당시에는 이해가 잘 안 되더라도 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터득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그냥 그런 식으로 할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지..
2012년 10월 8일 월요일 ~ 10월 14일 일요일 업무 2학년 수업 : 학기가 시작한 지 1주일이 넘었는데도 안 오는 학생들이 있어 다른 애들에게 물어봤더니 그 중 한 명은 아예 제2 외국어를 바꾼 것 같다고 했다. 아주 잘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도 힘든 고비를 넘기고 기초를 단단히 다지면서 1년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는데 지금 와서 그만둔다니 좀 아쉽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니 어떻게 할 수는 없다. 혹시라도 한국어 공부가 어려워서 그러는 거라면 나와 개인적으로 상담이라도 하고 옮겼으면 싶은데, 정확한 이유를 듣질 못 했으니 뭐.. 이번 주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지난 시간에 가르친 것을 많이 잊어버리고 엉뚱한 대답들을 해서 좀 힘들었다. 집에서 공부를 제대로 하는데도 이런 상황이라면 내가 더 천천히 가..
2012년 10월 1일 월요일 ~ 10월 7일 일요일 업무 10월도 되었겠다, 이제는 정말 학기가 시작된 것이라 생각하고 지난 학기에 가르치던 본 교재로 돌아갔는데 학생들의 출석률은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12월 중순이면 학기가 끝나는 데다 10월 말에는 이슬람 명절도 있어서 한 주 정도 수업이 없는 탓에 가뜩이나 수업할 시간이 모자란데, 어째 마음이 바쁜 것은 나 혼자인 것 같다. 사실 지금과 같이 느슨한 이집트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바뀌지 않는 이상 지금 내가 느끼는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울 거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뭔가 해서 조금이라도 바꿔 보고 싶은 게 여전히 욕심을 버리지 못 한 내 마음인가 보다. 수업에서는 그냥 내용을 가르치기만 하면 되..
2012년 8월 13일 월요일 ~ 8월 19일 일요일 국외 휴가 - 둘째 주 파리의 보석, 에펠탑 에펠탑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이런 추한 건축물을 파리에 둘 수 없다고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파리의 명물이 되었다. (그럼 그 사이에 미적 기준이 달라진 건가?) 에밀 졸라는 에펠탑이 꼴 보기 싫어서 에펠탑이 안 보이는 1층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와 반대로 나는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가면 탑이 안 보인다는 이유에서 지금까지도 전망대에 올라가보지 않았다. 날씨 좋은 날에는 낮에도 참 예쁘고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좀 쓸쓸하고 울적해 보인다) 반짝 반짝 빛을 발하는 밤이면 그냥 그 자체가 보석처럼 보이는 에펠탑. 특히나 이번 런던..
2012년 8월 6일 월요일 ~ 8월 12일 일요일 국외 휴가 - 첫째 주 프랑스, 익숙한 곳으로의 여행 처음 이집트에 올 때부터 프랑스로 국외 휴가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꼭 국외 휴가를 가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가게 된다면 근처에 있는 터키 같은 곳이 어떨까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갑자기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로 떠나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그냥 여기를 좀 떠나고 싶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익숙하고 내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에서 좀 쉬었으면 하는 마음. 동양 여성으로서의 나를 늘 따라다니는 눈길들과 어디를 가든 끊이지 않는 호객 행위를 벗어나서, 내가 말을 걸기 전에는 아무도 나를 아는 척하지 않는 공간, 그래..
2012년 7월 30일 월요일 ~ 8월 5일 일요일 업무 방학 중이라 수업은 없었고, 지난 토요일에 룩소르에 내려온 신규단원 분의 OJT를 도와드리는 사이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 학교에 가도 사람이 거의 없고 학생들을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 업무를 알려드리는 데 좀 어려움이 있었다. 생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에는 이고스에 가거나 다른 단원이 근무하는 기관을 방문하고,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집을 보거나 룩소르에서 여가시간을 보낼 만한 곳을 소개하는 것이 주요 일정이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 현지 식당들은 점심에 영업을 거의 하지 않고,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식당만 문을 열고 있는지라 점심을 먹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서 우리 집과 다른 단원의 집을 번..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 5월 27일 일요일 업무 지난 주에 시험 결과까지 다 제출한 이후로 진짜 방학이 시작되었다. 1학년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는데 일단 6월 1일부터는 이집트 국내 여행을 할 예정이어서 다녀온 후에 수업을 하자고 말 해뒀다. 동안과 서안의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한 허가증을 받으려고 몇 번이나 학과장을 만나러 갔으나 갈 때마다 자리에 없어서 헛걸음을 하고, 겨우 만나 허가증을 신청했는데 이것도 역시나 한 번에 쉽게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작년에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도 해주겠다, 곧 해주겠다, 내일 해주겠다 계속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예산이 없어 못 해주겠다고 해서 힘이 쭉 빠졌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직접적으로 No를 하지..
2012년 5월 14일 월요일 ~ 5월 20일 일요일 업무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에 기말고사가 있었다. 수요일에는 3학년과 1학년, 목요일에는 4학년과 2학년 시험이 각각 10시와 1시에 치러졌다. 지난 주에 봉해서 학교 측에 맡겨둔 시험지를 매 시험 전에 찾아오는데 그 때 시험지마다 학교 측의 도장을 찍었고, 시험이 끝나면 그 시험지를 다시 본부에 가져가 학생들의 인적사항을 적은 종이를 시험지에서 분리하고 번호를 부여받은 후 우리가 채점을 해서 다시 본부에 갖다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중간에 1학년 시험지가 어디로 갔는지 몇 부 사라져서 찾으러 다니고, 각 학년 본부가 어디 있는지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다니는 일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큰 문제는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작년에는 정말 어떤 식으로 기말고사가..
2012년 5월 7일 월요일 ~ 5월 13일 일요일 업무 다음 주로 예정된 기말고사를 위해 시험지를 인쇄해 한 부씩 겉장을 씌우는 작업을 했다. 사실 시험이 다 되어가는데도 학교 측에서 이 작업을 하라는 연락이 없어서 지난 일요일에 한 번 찾아가봤더니 마침 잘 만났다는 표정으로 시험지를 제출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우리 기관은 코워커가 없다보니 정말 긴급하게 연락할 일이 있을 때는 일본어 선생님인 리에를 통해서(일본어 과에는 현지인 보조교사가 있다) 이야기를 전하곤 한다. 어떨 때는 간섭이 없어서 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학사일정은 제 때 정확하게 알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한 것 같다. 아무튼 이제는 기말고사만 남았는데, 학생들이 과연 배운 걸 기억하고 있을지 걱정. 생활 지난 1년 간의 룩소..
2012년 4월 30일 월요일 ~ 5월 6일 일요일 업무 5월 중순에 있는 기말고사까지 수업이 없기 때문에 이번 한 주는 출제해 둔 시험지를 확인하고 관광한국어 교재를 만드는 일을 하며 보냈다. 우리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최대한 쉬운 한국어로 이집트 유적을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역사와 종교에 관련된 단어들은 한자어가 많다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생활 노동절이었던 화요일은 여기도 쉬는 날이었다. 나는 이미 학교가 방학에 들어간 상황이라 크게 다를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휴일 기분을 내려고 오랜만에 졸리빌 수영장을 이용했다. 요즘 기온이 40도를 넘는 날도 있을 정도로 이미 날씨가 많이 더워진 상황이라 수영하기에 딱 좋았다. 평소에는 점심을 먹을 일이 생기면 도시락을 싸 가는데, 이..
2012년 4월 23일 월요일 ~ 4월 29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월요일에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이 있었다. 집안에 일이 있어 한동안 (거의 몇 주 동안) 학교에 오지 않았던 학생까지 전원이 참석했는데, 웃는 얼굴로 마지막 수업을 하고 싶었던 내 마음과는 달리 이 날따라 학생들이 유난히 잡담을 많이 했다.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한 명씩 읽도록 시키다 보니 그 사이에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이해를 하지만, 나는 학생들이 읽는 것을 듣고 발음을 고쳐주려고 최대한 집중하고 있는데 자꾸 떠드는 소리가 들리다 보니 신경이 곤두섰다. 또, 자신이 읽는 것은 아니더라도 다른 학생들이 읽는 것을 많이 들어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텐데, 그럴 생각은 하지 않고 아랍어로 잡담을 나누는 것이 ..
2012년 4월 9일 월요일 ~ 4월 15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월요일과 목요일에 수업이 있었고, 일요일 보충은 콥틱 부활절이라 휴일인 관계로 휴강을 하게 되었다. 다음 주 월요일은 이집트 공휴일이라 수업이 없고, 연이은 휴일 때문인지 학생들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수업에 못 온다고 해서 다음 한 주는 휴강 예정이다. 이번 주에도 학생들이 좀 빠져서 평균 6명 정도만 출석했는데, 수업하는 입장에서는 한 명 한 명 발음 고쳐주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편한 부분도 있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 봤더니 시험 전 마지막 주에는 이제까지 배운 것을 총 복습했으면 한다고 해서,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는 대신 그렇게 하기로 했다. 2. 3학년 : 한동안 3학년 학생들과 화기애애하게 수업을 잘 해왔..
2012년 4월 2일 월요일 ~ 4월 8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지난 주 수업에서 고민이 생긴 이후로 좀 기운이 빠진 탓에 월요일과 목요일에는 되도록 크게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수업을 했다. 또, 전에는 학생들이 늦게 오면 일일이 늦게 오지 말라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매번 이러는 것도 피곤해서 아예 학생들이 다 올 때까지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더니 먼저 온 학생들이 늦게 오는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한 것인지, 전체적으로 수업할 준비를 갖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좀 줄어들었다. 학생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과 필요할 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둘 다 잘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도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과제인 것 같다. 일요일 수업에서는 조금 기력을 회복해서 수업 분위기도 좀..
2012년 3월 26일 월요일 ~ 4월 1일 일요일 업무 1. 1학년 : 이번 주 1학년 수업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른 무엇보다도 학생들과의 사이에 벽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참 속상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수업 자체로만 보면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교재의 구성이 간단해서 그런지, 문법을 간단히 다루고 넘어가서인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진도를 나가고 있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간단한 쪽지 시험을 보고 있는데 그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수업 중간에 학생들에게 버럭하거나 짜증섞인 말투로 대답을 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곧 내가 수업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아마 학생들 또한 내가 그렇게 반응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