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다반사

새 학기의 첫 날

곰파 2008. 2. 12. 06:01

아침에 기숙사를 나설 때까지만 해도 별로 새 학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학교에 도착해서 홀에 붙여진 종이와 그 주위에 바글바글한 사람들을 보니 좀 실감이 났다.

나에게는 연속적인 선 위의 한 점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정말 새로운 시작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강당에 모여서 앞으로의 CIDEF 생활에 대한 안내, 학생들 국적 소개, 선생님 소개 등을 들었는데

Bonjour 말고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듣겠어서 답답했던 지난 학기 첫 날이 문득 생각났다.

여전히 실생활에서는 못 알아듣는 말이 반이지만, 그래도 나름 발전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기말 시험으로 반편성이 끝난 줄 알았는데, supérieur 레벨은 또 한 번 시험을 쳐야 하는 것이었구나.

남아서 1시간 반 정도 독해 및 작문 시험을 봤는데 확실히 나와는 동떨어진 시험 수준이었다 T_T

그냥 어디든 넣어주세요, 하는 심정으로 시험을 끝낸 후 기숙사로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

첫수업이었던 예술사 수업에 들어갔는데 아주 학생들이 북적 북적 강의실을 꽉 채우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방학 이후로 학생들이 많이 빠져나가 황량했던 학기 말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드디어 (4달 만에!) 체류증을 획득하기 위해 경시청에 갔다.

생각해 보니 오늘이 새 학기의 첫 날인데 나는 이제서야 체류증을 받는 것이구나.

이 동네의 전체적인 '속도'란, 빛의 속도를 누리며 살던 한국인에게는 거북이 속도처럼 느껴지지 싶다.

물론 살다보니 조금씩 적응은 되고 있지만 나의 급한 성격으로는 그냥 한국에 사는 것이 수명 연장의 길인 듯.

이제 또 주택보조금을 신청해야 할 텐데, 이건 과연 얼마나 걸릴지 궁금하다.  (한국 가기 전에 받을 수 있을까?)

 

새 학기 공책을 사서 기숙사로 돌아왔는데 우편함에 뭔가가 들어있었다.

편지인가 하고 열어봤는데 뜻밖의 소포, ㄷㅂ의 선물이었다 'ㅡ'

책 한 권 그리고 예쁜 편지지 세 장을 빼곡히 채운 낯익은 글씨. 모처럼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쁨... :D

 

모처럼 열심히 편지를 써서 봉투에 집어넣고 우표까지 딱 부쳤다. 내일은 내 소식을 우체통에 집어넣어야지~

정신 차려보니 벌써 밤 10시가 되어버린 새 학기 첫 날이지만, 그저 마음이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