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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부활절 방학의 여유

곰파 2008. 3. 25. 06:31

지난 일요일인 부활절 덕분에 짧게나마 방학, 오랜만에 빈둥빈둥 쉴 기회였다!

그냥 기간으로 보면 4일이지만 사실 주말이 포함된 것이니 실제로 수업이 없는 것은 금요일, 월요일 뿐.

게다가 나는 월요일에 수업이 한 시간밖에 없는 터라 왠지 손해보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방학은 방학 :)

특별히 뭘 하면서 보낸 것은 아니지만 성당에서 고해성사도 보고, 부활 미사도 드리면서 충분히 쉰 듯 하다.

 

*

우리나라에서는 부활절에 예쁘게 꾸민 삶은 달걀을 나누지만, 이 곳에서는 초콜렛을 나눠 먹는다.

초코렛의 모양은 주로 토끼, 닭, 달걀, 종인데 요즘에는 이것저것 다른 모양들도 나오는 것 같다고.

재미있는 것은 초콜렛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정원 여기저기에 숨겨서 아이들이 찾도록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목요일 저녁부터 부활 밤 미사까지는 종이 울리지 않는데

아이들에게는 그 사이에 종이 로마로 날아가서 초콜렛을 가져온다고 이야기 해 준단다. 크크 'ㅡ'

일요일 미사 마칠 때는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초콜렛이 숨겨져 있다고 말씀하시면서,

부숴진 벽 틈에는 없으니 그 근처에 가지 말라는 주의사항까지 일러주셨다. (나도 슬쩍 가서 찾아볼 걸..)

나도 여기 사는 프랑스 친구가 소포로 받은 초콜렛 몇 개 + 수녀님이 주신 초콜렛 하나를 얻어 먹었다.

 

**

쉬는 동안에 <밀양>을 받아서 봤고, 오늘은 극장에 가서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봤다.

 

<밀양>을 보는 내내 눈에 밟혔던 것은 송강호가 맡았던 '종찬'이라는 인물.

그냥 보면 볼수록 "하핫, 참..." 이라는 말 밖에 안 나오는, 더 뭐라고 말을 해야 할 지 모를 인물이었다.

'용서'라는 것을 어떻게 다뤘나 궁금해서 영화를 봤지만 역시 그건 너무 어렵고도 어려운 부분이었고..

나에게는 마지막까지 종찬이 신애와 함께 남아있다는 게 그저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되더라고.

그 외에는 영화에서 '주 나의 모든 것' 이 나오길래 괜히 반가웠던 것과,

야외 기도 집회에서 '거짓말이야' 노래 튼 것을 보면서 혼자서 막 웃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ㅡ'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원어 버전에 프랑스어 자막으로 봤기 때문에, 사실 내가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자막을 읽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느라 막상 영상에는 덜 집중해야 했던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 보고 나서 '음 대강 무슨 내용인지 알겠어' + 군데 군데에서 약간의 감동, 이런 정도였으니 뭐 성공?

어쨌거나, 나는 이 영화가 혁명가로서의 체 게바라를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다.

영화에서 보여 주는 것은 그냥 두 청년이 어째어째 시작한 여행을 통해 '변화'하게 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그 뒤의 결단이라거나, 신념을 현실 속에서 지켜가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었다고나 할까.

다음에 기회가 닿으면 한국어 자막을 통해 제대로 한 번 보면서 의미를 곱씹어 보아야 겠다.

 

 

으쌰 내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다 'ㅡ' (뭐 그래봤자 2주만 지나면 다시 긴 방학에 돌입하긴 하지만...)

여전히 변덕스럽고 요즘은 춥기까지 한 이 곳의 날씨가 얼른 따뜻해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