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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코이카를 방문한 예전 평화봉사단원분들께 메일을 보냈을 때 제가 했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첫인상'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밝아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라거나 전쟁 후의 폐허에 가까운 도시의 분위기 등 여러 답변을 받았는데 그 중 한 분은 질문에 답을 하는 동시에, 제가 파견국가로 가서 받은 첫인상은 어떨지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같이 적어주셨더라구요. 그런 메일을 읽은 다음에 이집트로 출국을 했던 지라, 평소의 저보다는 좀 더 관찰자적인 자세로 이 나라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


일단 카이로에 도착한 시각이 12시 즈음이었으니 제가 이집트라는 나라로부터 받은 '첫' 인상은 밤에 결정된 셈입니다.

먼저 비행기에서 본 카이로는 마치 크리스마스 장식 같았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깜빡이는 불빛들이 많이 보여서 그것이 꼭 반짝이는 전구처럼 보였고, 불이 켜지지 않은 쪽은 아예 깜깜한 어둠에 싸여 있었어요. 낮에 도착한 사람들은 칙칙한 건물 등을 보고 부정적인 인상을 받는 것 같던데, 이런 점에서 밤 늦게 도착한 것이 어쩌면 더 좋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불이 켜진 도로망이 마치 그림이나 문양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공항에서 카이로 시내로 가는 길에는 가로수로 야자수가 늘어서 있어 제주도 같은 느낌이었고, 밤인데도 불을 환히 밝힌 곳들이 있는 것을 보면 밤을 즐기는 사람들이 좀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 8시만 되면 집에 들어가서 밖으로 나오지를 않던 프랑스 앙제와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어쩌면 카이로는 대도시라 그런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프랑스도 파리 사람들의 경우에는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니까 말이에요.

그리고, 한 눈에 보기에도 번쩍거리고 폼이 나는 건물이 있기에 뭔가 하고 봤더니 모스크였습니다. 두 개의 높다란 첨탑이 하얀 빛을 발하면서 서 있었는데, 이태원 이슬람 사원에서 보았던, 초록색으로 된 알라 어쩌고 하는 글씨가 없었으면 못 알아볼 뻔 했어요. 유럽에서는 웬만한 멋진 건물들은 다 성당이었는데, 여기서는 웬만한 괜찮은 건물들은 모스크인가 봅니다. 제가 들어온 이 나라가 이슬람 문화권임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낮에 본 이집트는 다소 부정적인, 좀 더 혼잡하고 정신이 없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차에서 나오는 매연으로 새벽 공기조차 상쾌하다기보다는 매캐한 느낌을 들게 했고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걸레빵을 가득 싣고 비틀비틀 곡예를 하며 자전거가 지나가는가 하면


고장 나기 직전의 봉고차 같은 '마이크로버스'들이 도로를 채우고 있지요. 어디 이뿐인가요?


심지어 숫자조차도 쉽게 읽을 수 없는 아랍어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


그렇지만 이런 모습들이 나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이라면 이미 선진국일 것이고, 제가 '봉사'를 하기 위해 찾아올 필요도 없었겠지요. 활기차고 이국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위의 풍경들이 아직까지는 신기하고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것은 어디까지나 첫인상이니,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이 생각들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