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집트로 돌아온 지도 벌써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이집트 시위로 인해 한국으로 돌아갈 당시를 떠올려 보면, 불확실한 미래와 자꾸 늦어지는 코이카 활동으로 인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일이 잘 해결되어 이 곳으로 돌아오고 나니 한 달 반의 한국에서의 생활이 '예상하지 못 한 휴가'였던 것처럼 여겨집니다.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다시 한 번 느끼고 있어요.

돌아온 이집트의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그 시간 동안 한국에서 한 것들을 정리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설날 명절을 지내고 엄마를 따라 기장에 있는 '해광사'라는 절에 다녀왔었는데, 바로 앞에 바다를 끼고 있는, 풍경이 아주 멋진 절이었습니다. 다만 근처를 거닐다 보니 푸른 바닷물 위에 사과니 북어니 하는 것들이 둥둥 떠다녀서 조금 안타까웠어요.

기장에 있는 해광사

여기 보이는 대웅전에 앞에 서면

푸른 바다와 하늘이 보입니다

절에서 조금 걸어내려오면 바다

푸른 겨울바다가 마음을 시원하게 합니다

가까운 바다 위 바위에는 용왕단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용왕님을 모셔놓은 곳이지요

용왕단 근처 바위에 놓여있던 동자승 인형

이런 경치를 누리고 살다니 운이 좋은 동자승들이에요



다음으로, 오랜만에 외할아버지를 뵙고 오기도 했습니다.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삼촌네 식구가 예전부터 찍었던 사진을 스케치북에 붙여 사진첩처럼 만들었는데 저도 옆에서 좀 거들었어요 :) 어렸을 때 외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후로는 자주 뵙기가 어려웠는데, 사진첩을 만들다 보니 그래도 중국 상해 여행, 뉴질랜드에서의 일 등 추억할 만한 일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색연필와 싸인펜으로 알록달록하게 사진첩을 꾸미면서, 앞으로 뵙기 어려울 2년 동안 건강하시기를 바랐지요.



그 외에 한 일이라면, 이집트 돌아오기 직전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들을 먹은 것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특히 12월 말에 이집트로 처음 오던 당시에는 스웨덴에 교환학생을 가 있어 보지 못 했던 김희진양 :) 이번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2년이 아니라 3, 4년을 못 보았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녀와의 만남이 조금 더 특별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근 일년 동안 보지 못 했었지만 그 사이에 있었던 일들, 계속되었던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참 행복했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공부를 하러 마침내 유학을 떠나기로 했다는 그녀의 말에 저도 뭔가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 덕분에 또 다른 길을 모색해보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얻은 걸 보면 어째 인연이 깊긴 한가 봅니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여기에 열거하지는 않겠지만, 돌아오기 전 만난 모두는 저에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었기에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 순간만큼은 이집트로 돌아가기 싫다는 생각도 살짝 한 것이 사실입니다 :P 몸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만 자주 생각하고, 자주 연락해야겠어요 정말로.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 사진은 하나도 안 찍었군요 흑흑. (아래 사진의 주인공은 초상권 침해라고 생각되면 연락하시오!) 아, 제가 쓰는 똑딱이를 다른 사람이 쓰는 거 처음 봤어요! 저는 민트색, 친구는 흰색~ 너무 신기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크크.



이제는 한국에서 있었던 일 중에 기억할 만한 것은 모두 이야기한 것 같네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꼭 이집트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