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2년 5월 21일 월요일 ~ 5월 27일 일요일


업무

지난 주에 시험 결과까지 다 제출한 이후로 진짜 방학이 시작되었다. 1학년 학생들이 보충수업을 받고 싶다고 했는데 일단 6월 1일부터는 이집트 국내 여행을 할 예정이어서 다녀온 후에 수업을 하자고 말 해뒀다. 동안과 서안의 유적지를 방문하기 위한 허가증을 받으려고 몇 번이나 학과장을 만나러 갔으나 갈 때마다 자리에 없어서 헛걸음을 하고, 겨우 만나 허가증을 신청했는데 이것도 역시나 한 번에 쉽게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작년에 교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을 때도 해주겠다, 곧 해주겠다, 내일 해주겠다 계속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예산이 없어 못 해주겠다고 해서 힘이 쭉 빠졌었던 것을 떠올려보면 직접적으로 No를 하지 않고 일을 미루며 포기하기 만드는 것이 일종의 거절 방식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이건 에어컨처럼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니까 끝까지 찾아가서 받아내야지. 이고스에서 일하는 교사증이 있으면 그냥 들어갈 수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과연 그럴 지는 잘 모르겠다. 허가증 받는 김에 교사증도 같이 받아서 한 번 시도해볼 생각이다. 

 
생활

이번 주 수요일과 목요일(23, 24일) 이틀 동안 대통령 선거 투표가 있었다.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결선 투표가 아니라 그런지 예상과 달리 그냥 조용하게 지나갔다. 선거가 취소될 것이고 그러면 다시 정세가 급속도로 불안정해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었는데, 그것이 그저 '카더라 통신'에 불과했다는 것이 다행이다.

작년에는 40도를 넘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아직 5월인데도 45도를 넘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밖에 나가면 숨이 턱 막히는 것이 마치 건식 사우나에 들어간 느낌이다. 대신 수영장을 쓰기에는 아주 좋은 날씨여서 운동을 하러 간 김에 잠깐씩 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곤 했다. 하루는 이웃들과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상 수영장에 가서 수영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가져간 게임도 하면서 놀았는데 더위 때문이었는지 너무 피곤해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만 먹고 8시에 쓰러져 잤다.

아이샤가 만들어 준 지라시스시

수영장에서 먹은 주먹밥

오랜만에 구운 빵

감자빵인데, 좀 촉촉했다

비트를 넣은 병아리콩 스프레드


일요일에는 아이샤와 리에가 일본에서 여름이 오면 먹는다는 '히야시 츄카(냉중화면)'를 만들어 먹는다고 초대를 해서 옆에서 좀 거들면서 어떻게 만드는지 배웠다. 익힌 라면은 차갑게 식혀두고, 고명으로는 오이, 토마토, 미역, 햄, 계란 등을 준비하고, 간장 식초 설탕 참기름 등을 배합한 소스를 만들면 되는 것이라 그리 어렵지는 않았고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메인 요리 말고도 둘이서 미리 준비해 둔 주먹밥, 된장국, 가지요리, 샐러드, 나물 등으로 풍성한 식탁이었다. 너무 잘 얻어먹어 미안할 정도였는데,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 아껴둔 메주콩으로 콩국수를 만들어 한 번 대접해야겠다 :-)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

히야시 츄카에 올라가는 고명들

내가 먹는 것들로만~

병아리콩 샐러드와 초록 나물

우메보시가 들어간 주먹밥

살짝 매콤하니 맛있는 가지 요리


다음 주 금요일이면 한국에서 언니가 날아와 함께 이집트 여행을 하게 된다. 한창 더울 때라 좀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이 참에 구석구석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좋다. 아마도 다음 주에는 여행 준비를 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