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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7일 월요일 ~ 9월 23일 일요일


업무

1. 이번 주부터 학기가 시작된다더니, 아니나 다를까 말을 바꿔서 2주는 더 지난 10월 초에 개강을 할 것 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같은 패턴으로 반복된 일이라 크게 영향은 받지 않았지만,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조금도 변하지 않은 학교의 모습이 좀 안타까웠다.

2. 2학년 보충수업 : 이번 주에도 학생들이 집중을 잘 하고,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와서 기분 좋게 수업할 수 있었다. 숫자 뒤에 붙는 '개' '명' '권' 이런 것들이 영어나 아랍어와는 좀 다른 부분이라서 다들 처음에는 헷갈려했는데, 예문을 들어 설명하는 동안 조금씩 이해를 하는 것 같았다. 직접 문장을 만들게 하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서 좋기 때문에 작문도 좀 더 시켜야겠고, 듣기도 자꾸 연습을 해야 빠른 한국어도 조금이나마 알아들을 수 있으니 빼먹으면 안 되겠고... 이렇게 할 것들이 많은 데 비해 수업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내 욕심을 좀 버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가르치자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하면 금방 실력이 늘 거라는 기대가 있다 보니 그렇게 하기가 참 어렵다. 


생활

이번 주 화요일에 룩소르를 떠난 자이카 단원 리에와 마지막으로 같이 밥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 측에서 제대로 일을 처리해주지 않아 후임 단원이 올 때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면서 떠나기 직전까지 마음을 놓지 못 하고 있었다. 1년 넘게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동안 시험이나 개강 같은 학사 일정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었고,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놀러가기도 하는 등 친하게 지냈던 터라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러고 보면 외국에 나와서 가장 가깝게 지냈던 친구들은 다 일본인이었던 것 같다. 과거사나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좋은 감정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지만, 예의바르고 조용한(최소한 시끄럽지 않은) 성향이라든지 여러 면에서 비슷한 문화, 서로 알아듣기 쉬운 영어(또는 외국어) 수준 덕분에 일본 친구들과 친해지게 되었다. 이 날도 같이 저녁을 먹은 다음 원래는 떠나는 리에에게 음료를 한 잔 대접할 생각이었는데, 리에가 먼저 자기가 사겠다면서 일본에서는 떠나는 사람이 대접하는 거라고 하는 바람에 염치없이 얻어먹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직접 만드셨다는 기모노 입은 토끼인형과 예쁜 카드까지 선물로 줘서 또 한 번 감동... 언젠가 한국 또는 일본에서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어머니가 직접 만드셨다는 인형

실로 그려진 그림이 있는 카드

기모노 입은 토끼, 귀엽다


이번 주에는 아주 오랜만에 룩소르에서 문화행사가 있었다. 17일부터 22일까지 제1회 룩소르 필름 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유럽 영화(주로 영국 영화)와 이집트 영화를 상영했다. 홈페이지에서 스케줄을 찾아본 다음 'The Iron Lady'를 보러 갔는데 저녁에 갔더니만 꼬맹이들까지 온 가족이 몰려온 바람에 꽤 시끄러웠다. 특히나 꼬마들은 영화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들끼리 영화관을 돌아다니며 떠들었고 나중에는 외국인인 나를 구경하기까지 해서 도저히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룩소르 필름 페스티벌 포스터

The Iron Lady, 아랍어 자막


요즘 샘과 다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전에 한 번 가르치다가 자꾸 숙제도 안 해 오고 공부도 안 해서 그만뒀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진지하게 공부하고 숙제도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로 했다. 남은 날들이 그리 길지도 않고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가르치고 있는데 확실히 지난 번보다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잘 하고 싶은 마음 만큼 실제로 노력을 하면 정말 금방 한국어를 잘 하게 될 텐데, 마음과 말에 비해 행동이 따르지 않는 점은 뭐 우리 학생들과 비슷하다. 어쨌거나,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다 떠나서 외로울 뻔 했는데 수업도 하고 밥도 얻어먹고 그러느라 바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가게 한 켠에 마련한 책상

열심히 한글 쓰기 연습 중

오랜만에 먹은 푸울, 감자 샐러드

오이, 토마토, 파슬리 샐러드

후식으로는 대추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