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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비자 인터뷰 후기

곰파 2007. 9. 11. 23:57
오늘 3시에 드디어 비자 인터뷰를 봤다 :D
아직 비자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산을 하나 넘은 기분.

1시에 유학원에 들러서 제출해야 할 원본 서류들을 받아서 한 번 더 확인한 다음 서울역으로 갔다.
3시 인터뷰인데 도착하니 2시- 들어가서 이름 확인을 하니 담당하시는 분이 3시에 오면 된다고 하신다.
내 표정을 보시고는 친절하게도 시간 때울 장소로 18층에 있는 프랑스 문화원을 추천(?)해 주셨다.

입학 면접 이후로 처음 하는 면접이라 그런지 은근 신경쓰였나 보다.
프랑스 문화원에서 이런 저런 책을 구경하는 동안에도 속이 울렁울렁, 떨리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2시 50분쯤 되었길래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이 각각 인터뷰를 하는 중이었고, 잠시 기다려서 거의 3시 경에 인터뷰를 시작했다.
나를 담당하신 분은 왼쪽에 앉으신 여자분이었는데 약간은 차갑게 느껴지는 인상 'ㅡ'
여권이랑 준비해 간 서류를 모두 전해 드렸더니 하나 하나 꼼꼼히 살펴보셨다.
사실 재정적인 면에서 발목이 잡힐까봐 조금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 서류는 그냥 넘어갔고,
오히려 재학증명서의 '국어교육과'를 보시더니 의외라는 듯 왜 프랑스어를 공부하냐고 물었다.
대강 서양고전학을 공부하는 데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더니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
처음엔 여기서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내가 공부한다는데 왜! 쳇' 이런 기분이었달까.
(꼭 불문과만 프랑스 가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흥흥)

모든 서류를 검토하고 나서 그 분이 다시 프랑스어를 왜 공부하는지 이야기를 해 보라고 했다.
대략 세 가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서양고전학, 한국어 교육, 그리고 외국어에 대한 열망.
서양고전학 때문에 불어를 배우러 프랑스에 간다는 사람은 처음 보신다며 거기에 대해 계속 질문.
심지어 왜 그리스 비극이나 신화같은 이야기가 가치 있는 문학으로 여겨진다고 생각하는지,
그 시대에 존재하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아직 특별히 문학으로 남아 있는 것들은 왜 그런 것인지.
또 프랑스어를 배워서 서양고전학을 공부함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목표...
음 여튼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상당히 어려운 질문들이었다.

그래도 너무 뻔한 질문들보다는 재미도 있었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 생각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듯.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답변을 마쳤더니, 인터뷰 하시는 분이
이제 프랑스어를 공부하려는 이유를 납득했다,고 웃으며 말씀해 주셔서 기분 좋게 빠져나왔다.

지금까지는
"국어교육과인데 왜 프랑스 가요?"라는 호기심어린 질문에 그냥 대답해주면 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인터뷰는 내가 프랑스에 가서 프랑스어를 배워야 할 이유, 그럼으로써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그 분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나에게 그런 기회를 달라고 설득해야 하는 자리였던 것.
그러고 보면 그 분이 처음에 그런 식의 반응을 보인 것이 이해가 간다 :D

아무튼 비자야 무사히 얼른 나오렴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