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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다 편하게 쓰기 위해 반말로 씁니다 :D 그치만 여러분께 전하는 '소식'이에요 크크)

오늘은 12월 1일.
이 곳에서는 12월이 시작됨과 동시에, 크리스마스 준비도 시작되는 것 같다.
기숙사에서도 대림 첫 주인 이번 일요일 오후에 크리스마스 트리와 성탄 구유 등을 준비한단다.
그리고 다음 주 화요일에는 기숙사에 있는 소성당에서 대림 미사도 드린다고.
딱히 할 일이 없는 나는 당연히 두 가지 모두 (기쁘게) 참여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아하하.

어쨌거나 오늘은 토요일.
원래라면 노르망디에 소풍을 갔었을 날이지만,
아침 6시 반에 출발해서 밤 9시 반에 도착하는 그 일정을 보니, 자신이 없어졌다.
날씨도 꽤 추워졌는데 장소는 노르망디인데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도 꽤 길어서
그냥 나의 소중한 주말 동안 시내에서 장도 좀 보고 방에서 쉬는 편을 택하기로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Soleil d'hiver가 시작된다고 했다.
Soleils d'hiver는 12월 한 달간 도시 곳곳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등의 다양한 행사다.
이게 특별한 이름인지 아니면 다른 도시에서도 사용하는 보편적인 이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겨울의 햇살이라는 뜻이니 어쨌거나 참 예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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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발견.
이것만 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참 예쁜 광고다 :D

참! 오늘의 삽질 하나. 이걸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기 위해 디카를 꺼내서 전원을 켠 순간
'no card' 라는 빨간 글씨가 화면에 뜬다. 응? 디카 메모리를 안 넣어 왔다. 헉 이런.
이미 기숙사에서는 꽤 걸어온 터라 돌아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고 있었는데
디카 가방 앞쪽에 고이 넣어두었던 16MB 메모리가 짠 하고 생각났다.
그렇게 많은 사진을 찍진 못 하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아하하.

시내에 도착해서 St. Maurice 서점으로 가는 길에, 같은 반인 Christina를 만났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서 스페인에서 살아왔다는 이 분(아마도 49년생이신-ㅅ-)은
같은 반이긴 하지만 사실 나보다는 말을 훨씬 잘 한다. (게다가 말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기도)
아마도 모국어가 스페인어인데다, 미국에서도 5년인가를 지내서인가보다.
어쨌거나 사실 서로가 문화적으로 그리 친숙하진 않아서 앞 뒤로 앉긴 해도 데면데면한 사이인데
그래도 시내에서 만나니 괜시리 반가운 마음에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그 때만 해도 우리가 앞으로 장장 7시간을 함께 하게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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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게에서 발견한 산타 할아버지 인형. 아프리카 느낌의 물건들을 파는 가게였다 '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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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들 장난감을 파는 가게에서 ]

△ 이 가게는 전에 한 번 들렀던 곳인데, 그 때는 사람 하나 없이 썰렁하더니,
오늘은 엄마 아빠 손 잡고 온 애들로 북적북적. 크리스마스는 애들한테 참 좋은 날인 것 같다 크크.


같이 다니면서 보니, Christina가 말을 잘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큰 이유는 '자연스러움'인 것 같다.
사실 이야기하는 걸 잘 들어 보면 발음이 그렇게 정확한 것은 아니고 (스페인어와 헷갈린단다)
문법도 우리 반 애들이 다 그렇듯 현재시제를 넘어서는 순간 블랙홀이다.
그렇지만 이 아주머니의 프랑스어적인 감탄사나 '엄' '아' '울랄라' 같은 것들이
나같은 '한국에서 왔어요' 식의 프랑스어보다는 훨씬 프랑스어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거다.
물론 발음의 경우에는 내 발음이 프랑스인 같을 수 없을 바에야 한국식 발음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일본애들은 못 하는 발음이 꽤 있고- 중국애들은 성조를 쓴다. 영어권애들은 그냥 영어식 발음, 쳇.
 Christina도 내가 하는 말은 발음이 Clair해서 알아듣기 쉽다고 했다. 이거, 좋은 걸까=ㅅ=?)
감탄사나 반응은 좀 더 자연스러워지고, 또 프랑스어에 가까워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프랑스어를 듣고도 한국말로 반응하는 습관이 남아있다니까. ('아! 아~ 오호' 뭐 이런 거)

아무튼, 동행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우리 둘은 함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시내의 한 가운데에 있는 광장으로 갔더니, 평소 있던 노천카페 대신 회전목마가 들어서 있고
광장 주변에는 서울대공원에 있는 것 같은 꼬마기차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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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간 시내 주변을 도는 그 꼬마기차, 공짜라는 말에 우리는 덥썩 올라탔다.
바람이 불어서 좀 춥긴 해도 평소에 늘 걸어다니던 길을 꼬마기차 타고 다니니 참 좋다 :D 히히

꼬마기차에서 내린 다음 광장 주변의 마켓들을 하나 하나 둘러봤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무엇을 파는지 예전부터 궁금했었는데
크리스마스 장식용품도 팔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만한 것들도 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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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지갑을 파는 가게, 체스 같은 게임을 파는 가게, 목걸이들을 파는 가게 등등
그 가운데서 발견한, 예쁜 등을 파는 가게. 완전 내 취향인 물건들 T_T
그냥 보기만 해도 너무 예쁘다!  뭐 사지는 못 하니까 사진이라도 열심히 찍어야지 :D

크리스마스 마켓을 반 정도 구경하다가, 그 옆에 있는 상점에 들어가서 또 구경.
과학에 관한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은 듯 했다.
아래 사진은 그 곳에서 발견한 몇 가지 신기한 물건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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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당신도 고고학자! 공룡 뼈 발굴, 어렵지 않아요~ 직접 한 번 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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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내 손 안에~ ]

밑에 있는 칸에 적인 것들 (기후, 인구, 종교 등) 에서 하나를 선택한 다음
옆에 있는 펜으로 지구본에 있는 나라를 누르면 그 나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D
△ 이런 표시가 되어 있는 부분을 열면, 프랑스는 따로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이 가게에서 나오니 따뜻한 포도주와 프레첼을 파는 가게가 보였다.
vin chaud는 포도주에다 계피나 바닐라 같은 향신료들을 넣어서 끓인 것으로 추정된다.
프랑스에서는 독일에 가까운 Alsace 지방의 전통인 것 같은데, 여기는 크리스마스 마켓이니까!
여튼 나는 핫초코를, Christina는 vin chaud를 한 잔씩 사 들고 홀짝 홀짝 마시면서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반씩 나눈 따뜻한 프레첼을 들고)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을 계속했다.

사진은 없지만, 초콜렛을 파는 한 가게에서 시식용으로 내 놓은 초콜렛이 있어서 집어 먹었는데-
정말 최고였다! 먹어본 중에 최고! 입 안에 넣으면 차가운 그런 초콜렛인데 많이 달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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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초코와 반쪽짜리 프레첼만으로는 우리 배를 채우기 역부족이었나 보다.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바게뜨에 이것 저것 얹어 놓은 것을 먹고 있길래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
치즈를 얹은 것, 양파 치즈 베이컨을 얹은 것, 거기다가 치즈를 더 얹은 것 등 여러 종류.
이걸 오븐에 넣어서 5분 정도 따끈하게 데워서 주는데, 맛있다 :D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이 대충 끝난 다음 St. Maurice 서점으로 향했다.
아까 겨우 겨우 찾아갔었는데 12시부터 2시까지는 영업을 안 해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었다.
(이 서점은 종교 서적을 파는 서점이다 :D 신부님께 여쭤봐서 알아낸 곳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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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가 참으로 알록달록하다.
(그런데 가운데
십자가의 아래 부분, ABC를 가르치고 있는 거 맞나?'ㅡ')


성모상을 구하러 갔던 건데, 우리나라 같은 성모상은 별로 없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특히나 아기 예수님을 안은 성모님만 보인다.
(삼촌~ 이 중에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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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 마리아, 성 요셉, 그리고 아기 예수님 / 그리고 그 외의 성모상들

▽ 가운데 있는 성모상은 나무로 된 거였던 것 같다. 좀 표정이 근엄하시다 허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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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해서 더 마음에 드는. 성모님과 아기예수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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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엽서들도 구경했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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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많은 것을 구경했지만, 아침의 삽질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을 수는 없었다. (흑)
카페에 앉아서 음료수도 마시고, 모노프리에서 장도 보고, 옷도 좀 구경하고 나니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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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니 거리의 그리고 건물들의 장식에 불이 켜지고,
아직 12월 1일이건만 이 곳에는 벌써 크리스마스가 온 것만 같은 느낌이다.

비록 원래 계획했던 하루를 보내지는 못 했지만 (숙제는? 시험공부는? 아하하)
뭐랄까, 내 마음 속에서도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된 것 같다 :D 히히


+ 덧 +

오늘 이야기를 나누다가 스페인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꼭 스페인을 여행할 거라고 했더니
친절한 우리 반 아주머니가 자기 연락처에다 딸 연락처, 이메일까지 적어 주셨다.
이제 나도 스페인에 아는 사람 있다 아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