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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MBTI 유형과 나

곰파 2007. 4. 29. 04:21
얼마 전에(라고 해도 벌써 한 달 쯤 전-_-! 시험 치는 사이 세월이 다 갔네-)
경력개발센터에서 MBTI 검사를 받고, 함께 검사 받은 사람들과 해석을 들었다.

나의 MBTI 유형은 INTJ (그런데 N이 1이기 때문에 ISTJ 일 수도 있다고+_+)

대표적 표현들을 보면,
독립적인  논리적인  비판적인  독창적인  체계적인 마음
확고한  비전이 있는  이론적인  기준이 높은  객관적인  전체적인

이런 것들이 있다.


설명을 보면서 좀 움찔 움찔했는데, (-_-;)

행동과 사고에 있어 독창적이다. 내적인 신념과 비전은 산이라도 움직일 만큼 강하다. 16가지 유형 중에서 가장 독립적이고 단호하며, 때때로 문제에 대하여 고집이 세다. 자신이 가진 영감과 목적을 실현시키려는 의지와 결단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자신과 타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며, 목적달성을 위하여 온 시간과 노력을 바쳐 일한다.

복잡한 문제를 다루기를 좋아하며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일이라면 조직력을 발휘하여 일을 추진시키는 능력이 있다. 목적을 향해 외곬로 치닫는경향으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경시할 수 있어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로 자신과 타인의 감정이나 가치관을 소홀히 다루는 탓으로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의 예기치 않았던 힐책을 당할 수 있다.

INTJ들은 "영감"에 대해 확실한 가치를 두고 그들의 영감이 실제로 행해지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수용되고 응용되는 것을 보고 싶어하며 그러한 목표에 이르기 위하여 시간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한다. 그들은 결단력과 인내력이 있고, 그들 스스로 열심히 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도 일을 열심히 할 것을 기대하고 그렇게 하도록 한다.
[이 부분 완전 공감-_-;; 난 내가 열심히 하는 걸 남이 대충 하는 건 눈 뜨고 못 보겠..]


주의하고 개발할 점 中
- 자신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자신의 이상을 추구함에 있어서, 상이한 비전을 가진 타인을 비평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들어 생각하는 거. 내 스타일이 남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정말.]

작업장에서 기능이 중첩되거나 노력이 겹치거나, 불필요한 사무, 업무, 인적, 물적 자원의 낭비과다 등을 보면 상황을 바로 잡는 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들이다.
[허허; 내가 그렇다는 걸 나도 얼마 전에 알았다고- 그치만 이러면 인생이 너무 피곤해=ㅁ=]

부모로서는 헌신적이고 매우 진지하다. 아이들은 이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아이들을 지지하고 자기가 선택한 방향대로 나아가도록 허락한다. 자기들의 규율에는 엄격하고 일관성이 있으나 아이들이나 타인들에게 한 번 내린 지시를 반복하지는 않는다.
[이건 내가 그럴 지는 (아직 안 되어 봐서) 모르겠는데, 읽으니까 울 오마니 생각이 나서- 엄마는 날 지지하는 것도 맞고, 또한 그것이 엄마가 허락한 방향이기도 하니까-ㅅ- 흠, 그럼 혹시 나도 담에 부모가 되면 저렇게 된다는 이야긴가?;;]

일반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믿는 한 타인의 무관심, 혹평이 이들을 신경쓰게 하지는 못 한다.
[그래도 난 신경쓰는 편인데-! 근데 물론 신경 안 쓰는 사람들은 완전 제외니까...]


뭐 성격 유형을 보면서 '헉 내가 이렇단 말인가' 하고 놀란 부분도 많았지만
사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옛날에는 영 다른 유형이었다는 거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가, 아님 중학교 1학년이었던가.
아무튼 그 즈음에 이 검사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나의 유형은 ISFP였다 (쿠궁)

그 유형에 대한 설명을 보면,

'말없이 다정하고 온화하며 친절하고 연기력이 뛰어나며 겸손하다'
말없이 다정하고, 양털 안감을 넣은 오버코트처럼 속마음이 따뜻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상대방을 잘 알게 될 때까지 이 따뜻함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동정적이며 자기 능력에 대해서 모든 성격 유형 중에서 가장 겸손하고 적응력과 관용성이 많다.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를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으며 반대의견이나 충돌을 피하고, 인화를 중시한다. 인간과 관계되는 일을 할 때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결정력과 추진력이 필요할 때가 많을 것이다. 일상활동에 있어서 관용적, 개방적, 적응력이 있다.


뭐야 이거 지금의 나랑은 완전 반대잖아! 라는 생각에 왠지 좀 그랬다.
나의 '양털 안감을 넣은 오버코트처럼' 따뜻하던 속마음은 다 어디로 간 거냐고요.
아무래도 우리 엄마에게 적응하고 살아가면서 극도의 ISTJ가 된 것 같기는 한데
한편으로 요즘의 나를 보면, 옛날의 나 속에도 분명 이런 것들이 숨어 있었을 거야 싶기도 해.
변하기는 했어도, 가끔 나를 저렇게 봐 주는 사람이 남아 있기도 하고..(속으시는 거에요)


여튼, 이걸 보고 나니까
왜 내가 어떤 사람들과는 잘 지내고, 또 다른 사람과는 그렇게 못 하는지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지금 내 옆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거의 T 를 갖고 있지 않을까? (-_-;)

위에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을 써야 한다, 는 말이 반복되는데
(경험상) 특히나 F가 높은 사람의 경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거란다. 어떤 친구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T인 사람은 그 친구가 친구긴 하지만 그건 잘못된 거라는 식으로 반응하고
F인 사람은 그 친구가 친구니까 그런 점을 감안해서 감싸주는...
그렇다보니 F에게 위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T가 해 줄 수 있는 말이, 위로가 될 리 없다-_-

그런데 사실 이건 뭐 일방적으로 신경을 쓰고 배려하고 말고의 문제라기보다는,
서로 다른 거니까 서로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내 경우에 감정을 '몰라서' 그렇게 반응하지 못 한다기보다,
알긴 알겠는데 자연스럽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이 억지스러워서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또 한편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반응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헌신적이거나 감정을 쏟을 수도 있는데
또 다른 어떤 유형들에게는 그렇게 하기 이전에 판단이 앞선다.
대체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걸까?


물론 이런 16가지 유형으로 어떻게 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은 다양하고 제각각이지만
이런 유형으로 볼 때 조차도, 그렇게나 사람은 다르다.
그런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면서
나 또한 쉽게 꺼낼 수 없는 상처들을 받고, 안고 살아간다.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내가 아픈 것을 잘 말 하지 못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았을 때,
그것들을 그냥 가벼운 것으로 여기고 빨리 넘기려 하고,
그 상처가 다 아문 다음에야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나에게 '나 너에게 상처받았어'라고 말을 하면,
난 '나도 너한테 상처 받았던 적이 있고 그 때 많이 아팠는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걸 말하지 못 하고 입을 다물고 만다.

그래서 요즘의 난, 쉽게 상처받았다고 말 꺼낼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아, 정말로 '쉽게' 상처받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