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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러면 안된다는 건 확실해. 이러기엔 너무 늦었어.
선택하려면 훨씬 전에 했어야 됐어.

지나고 난 다음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나중에 한참 지나고 나서 지금을 돌아보면 그 땐 어떤 생각이 들 거 같애? 그 때도 그렇게 생각할 거 같애? 지금은 너무 늦었어라고?


가끔은 정말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늦었다고 생각했던 그 때 그 길을 선택했더라면...
그 때는 늦은 줄 알고 포기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때도 늦지 않은 것이었구나 하는 뻔한 후회.

아마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 수록 그런 후회와 미련은 늘어만 갈 것이다.
이제 내 나이는 스물셋. 아마도 스물다섯이나 여섯쯤 되었을 때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있을 거다.
'아 내가 스물셋이었다면 이걸 선택했을텐데, 지금은 너무 늦었어' 라고.
그리고 스물 여덟이나 아홉쯤 되었을 때는 또 이렇게 말 하겠지.
'스물 다섯이면 많은 나이인 줄 알았는데, 그 때 선택해도 늦지 않았었을 텐데.' 하고.

선택의 갈림길에서는 두 길을 갈 수 없기에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고,
때로는 그 포기해야만 하는 대가가 너무 크고 무시무시하게 보이기에
우리는 종종 안전한 곳에 머무르는 것을 '선택'하곤 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선택을 미루는 것인지도 모른다.
 

K양, 행복해지고 싶죠? 행복하기가 쉬운 줄 아십니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 보고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다.
목사님...
은호야, 최선을 다 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니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상도 행복해진다. 하나님한테는 내가 같이 용서를 빌어주마. 행복해져라, 은호야.


연애시대에서 '은호'는 많은 것을 참아내는 사람이다.
자신의 감정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서 그것을 가지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의 감정은 어떤지 생각하는 것이 몸에 벤 사람.

이 부분을 보면서 은호가 행복해지기를 나도 함께 응원했던 것은, 은호가 그런 사람이었기 때문.
자기 행복만 너무 잘 챙기는 사람이었다면 '너만 행복해지면 다야' 하고 비뚤어졌을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은호 아빠인 목사님의 말에 나도 눈물이 핑했다.

내가 아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그렇게까지 남을 배려하지 않아도 되는데, 배려 아닌 배려를 하느라
막상 자신이 원하는 것은 돌보지 못 하고,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 못 하는 배려쟁이들.
물론 그런 모습 때문에 내가 그 사람들을 예뻐하고,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때로는 너만 생각해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력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 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들으면서 너무나 공감했던 나레이션.

이번 겨울을 이 곳에서 보내면서 가장 생각나는 것은 지난 겨울.
물론 특별했던 시간인 것도 맞고, 참 많이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 때도 나는 누군가 때문에 아파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크고 작은 실수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그저 그 때를 '행복했던' 때라고 명명한다.

많이 떨고, 걱정하고,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여기 저기 징징거렸던 여름 또한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속에서, 기억은 추억이 되고 모든 것은 '행복했던' 시간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내년 쯤에는 또 그렇게 말하겠지.
프랑스에서의 시간은 참 행복했었다고...


+
이틀 꼬박 걸려 다운받은 연애시대.
지금 다시 봐도 손예진은 참 예쁘고 (뭘 입어도 뭘 하고 있어도 예쁘다'ㅡ')
전체적으로 잔잔한 그 분위기, 드라마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 등 역시 멋진 드라마 :D
(근데 왜 난 이 순간 뜬금없이 '환상의 커플'이 보고 싶어지는 거지'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