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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

오늘은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로 가는 날이다.
날씨도 추운 겨울에 북쪽으로 올라가는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동네라서 꼭 이 시기에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12시 24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파리 동역으로 왔다.
'혹시 늦으면 안 돼!'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늘 도착시간은 30분 전이 기본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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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지붕이 뚫려 있어서 사진에 보이는 쪽으로 가면 너무 추웠다.
사진에 보이는 시계가 12시를 가리킬랑말랑 하는 것을 보니 이 날은 40분쯤 일찍 도착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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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석이랑 1등석이 2유로인가 밖에 차이가 안 나서 편하게 가자는 생각에 1등석을 끊었다 :D
혼자 앉는 자리인데다 좌석이 굉장히 넓어서 기차 안에서는 정말 편했는데,
문제는 출발 전. 이 날 내가 탄 TGV는 15분쯤 늦게 출발했다. 명색이 TGV인데 이게 뭐야!

스트라스부르 역에 도착하자마자 일단은 짐을 들고 유스호스텔로 갔다.
몇 번 버스를 타는지, 어디서 내리는지 등은 다 조사를 해 와서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버스 정류장에 내렸더니 대체 유스호스텔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아주머니께 물어봤더니, 저 쪽(어디?) 공원 안에 있다고.
그렇지만 그 공원이 어디인지도 잘 모르겠고, 오후 4시도 안 된 시각에 벌써 하늘은 어둑어둑.
그 때부터 질퍽질퍽한 눈과 얼음이 남아 있는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차라리 사람이나 많은 길이면 덜 무서우련만, 차만 쌩쌩 달리고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공원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 들어갔더니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몇몇 사람이 보인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붙잡고 물어본 결과, 약 30분만에 유스호스텔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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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길을 10분 정도 걸어 들어가야 유스호스텔이 나온다.
여름이라면 나뭇잎들도 초록색일테고 싱그러운 느낌이 나는 공원일지 모르겠으나
겨울 회색 하늘 아래 앙상한 나무들만 남은 이 길은 으시시하고 스산했다 흑.

유스호스텔도 홈페이지에 나온 사진(여름에 찍은 것 같다! 날씨 좋은 날)과는 달리 스산&침침
그래도 일단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D
짐을 내려놓고, 시내 구경을 갈까 말까 5분 정도 고민했다.
이미 호스텔에 들어올 때도 하늘이 어두웠던 터라 나중에 돌아올 때는 좀 무서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안 나가고 호스텔에 있는다고 해도 별 재미는 없을 것 같아서 구경을 나가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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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 바로 앞에 있는 호텔.
벽면의 JOYEUX NOEL 조명이 예쁘다!
낮에 봤더니 창문 마다 선물상자도 하나씩 붙어 있었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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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불빛들로 가득한 골목 골목.
각 골목마다 다른 조명들로 꾸며 놓아서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였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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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군밤 파는 아저씨를 발견했다.
군밤 자체는 파리에서도 많이 봤는데, 이 동네는 군밤차를 통일한 것인인지 온통 귀여운 기차들이다.
프랑스 군밤은 어떨까, 한 번 먹어 보고도 싶었지만 이것 저것 많이 먹었으므로 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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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들 자체가 아기자기하고 예쁜 데다,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도 많이 한 듯 보였다.
추운 겨울 밤에 저렇게 불이 켜진 예쁜 케잌 가게를 보고 있으니 왠지 성냥팔이 소녀가 막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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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라파예트 백화점(Galeries Lafayette) 이다!
별빛이 쏟아 내리는 듯한 조명 :D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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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 있는 커다란 트리.
트리라고 하면 빨간색+녹색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파란색 톤의 트리도 예쁘구나 싶었다.
하긴 뭐 수백개의 불빛이 반짝반짝하는 커다란 트리인데, 무슨 색인들 안 예쁠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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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으로 향하는 길, 정말 천사 불빛과 옆에 늘어선 예쁜 알자스 양식 건물들.
뒤에 어렴풋이 보이는 건물이 높디 높은 스트라스부르 대성당이다.
이 날은 밤이라 대성당은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고, 그냥 주변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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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여기 저기 돌아다니려니 너무 추웠다. 정말 손과 발이 꽁꽁 어는 느낌.
몸을 조금이나마 녹이기 위해 이 가게 저 가게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는데
그러던 중 발견한 과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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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게에 들어서니 오른쪽에서 점원이 맛 보라고 쿠키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공짜라서인지 더 맛있는 쿠키! 가게를 둘러보니 굉장히 많은 종류의 쿠키들이 있었다.
결국은 고심 끝에 쿠키 4개를 잘 골라서 계산하고, 예쁜 봉지에 담아주는 걸 받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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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가게에서 나온 뒤에는 대성당 주변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했다. (이건 따로 사진으로~)
따뜻한 와인이나 브레첼 등을 파는 곳이 굉장히 많았고
이미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그래도 트리 장식품들도 여전히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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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사람 많은 관광지에 가면 볼 수 있는 회전목마, 여기에도 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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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구경을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역 근처로 갔다.
그 때는 너무 추워서 덜덜 떨면서 별 생각도 못 하고 걸어갔는데
지금 사진을 보며 생각하니 내가 그 때 걸어온 길이 정말 빛이 깔려 있는 듯한 길이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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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언제나 깨달음은 늦다.
그 당시에는 힘들게만 느껴지고 눈 앞에 어려움들만 가득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났을 때야 비로소 그 때가 얼마나 좋은 시간이었는지 알게 되곤 한다.


호스텔에 돌아와서 잘 포장된 쿠키 봉지를 열어봤다.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 고민 끝에 고른 쿠키 네 개 :D
왼쪽 초코렛 색깔 쿠키는 다른 것들이랑 좀 다르게 많이 푸석푸석한데 어쨌거나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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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방을 쓰게 된 프랑스인 두명과도 인사를 나누고, 약간의 이야기도 했다.
여전히 잘 못 알아듣지만 그래도 인사에 필요한 것들은 대충 알아들을 수 있는 나의 의사소통 능력 'ㅡ'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나보다 나이는 좀 더 많고 사는 곳은 어디이고 등등.

아무튼 꼬마 당근이랑 감자칩, 아페리티프로 준 꼬마 술(손가락만한 병)까지 넙죽 잘 얻어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