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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유, 그리스>, 권삼윤, 푸른숲.


실로 오랜만에 술술 읽은 '책'이었다.
이 곳에 온 이후로 책이라고 할 만한 것은 구경도 하지 못 했으니 T_T
아니지, 여기 와서도 책은 많이 보았는데 그것이 죄다 프랑스어 교재였을 뿐이다!

프랑스어 책들은 내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아무리 잘 해봤자 그건 '해석'이다. 아니 '해독'인가? 독서교육론에서 배웠었는데!)
그에 비해 우리말로 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편한지.
단어에 신경쓰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렇게 기쁜 일이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읽은 것을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읽은 것은 종이로 된 한 권의 책이 아니라 "전자책" 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책', 아니 뭐라도 내가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읽을거리를 찾던 중에
문득 서울에 있을 때도 한 번 이용해 보았던 학교 전자책 도서관이 생각났다.
혹시 휴학생이라고 이것마저 이용 못 하게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이용가능했다.
아주 다양한 도서가 구비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읽을 만한 책들이 꽤 있었다.
그래서 시험 삼아 몇 권의 책들 가운데 한 권을 골라 대출 받아서 읽어본 것.

전자책의 아쉬움이라고 하면

첫째로, 종이 책 자체가 주는 종이의 질감이나 잘 선정된 글꼴, 예쁜 표지 등이 없다는 점!
이런 것들을 꽤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냥 책의 내용만 읽어내려가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나는 책 뿐만 아니라 엽서, 소책자 등 빳빳하고 예쁜 종이 인쇄물이라면 다 좋아하는 듯♪)

둘째로, 책을 읽다가 덮어두거나 얼마나 읽었는지 손으로 가늠하는 것 등이 불가능하다는 점!
물론 책갈피 기능도 있고, 쪽수를 통해서 자신이 얼마나 읽었는지 알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책은 그런 '기능' 없이도 그냥 잠깐 종이를 꽂아두고 밖에 나갔다 올 수 있고,
책을 잡아보기만 해도 얼마나 남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인쇄된 책이 아니다 보니 왠지 그 내용도 완전하지 않을 것 같은 선입견이 작용했다.
오늘은 읽는 내내 '어 이거 갑자기 왜 이런 얘기가 튀어나와?' '내용이 전문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글쓰신 분 좀 감상적이신 거 아닌가' 등등의 생각들이 머리 속을 돌아다녔다.
만약에 내가 이 책을 진짜 책으로 읽었다면 오늘처럼 궁시렁대면서 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차라리 블로그에 포스팅된 글이었다면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추고 읽었을 것이고
(블로그에 포스팅된 글이 수준이 낮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적으로, 그것이 '출판'된 책이라면,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한층 정제되어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게 된다는 것일 뿐이다.)
또한 오히려 인쇄된 책이었다면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지 않고 '책' 자체가 주는 그 느낌 덕분에
이 책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아쉬움 점들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에서 쉽게 한국어로 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것도 무료로) 분명 큰 장점이다!


아 마지막으로 책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하면
(제목은 책 제목인데 내용은 줄창 전자책 이야기'ㅡ' 니가 더 문제다 으이그)
이 책은 4월에 여행할 그리스를 미리 알아보려는 '준비운동'의 일환으로 선택한 책으로서,
비록 중간 중간 '2년 전에 내가 쓴 레포트를 다시 읽어볼 때의 기분'을 떠올리게 하기는 하지만
일단 내용이 쉽고 흥미로우며 그다지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괜찮은 책인 듯.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좀 더 어렵지만 밀도 높은 책을 읽고 싶어졌다.
술에 물 탄 것 같은, 물에 술 탄 것 같은 그런 내용 말고 뻑뻑한 원액이라 넘기기도 힘든.
물론 또 그런 책을 손에 잡으면 생각이 달라지겠지만 뭐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