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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프랑스에 와서는 언어 때문에,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든 때가 꽤 자주 찾아왔다.

그럴 때 기숙사의 소성당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있노라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래서 기숙사 안에 그렇게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몸과 마음이 이 곳 생활에 적응을 하면서부터 그런 감사함도 많이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만큼 청원기도도 감사기도도 많이 드렸는데
점차 내가 얻은 좋은 결과들이 마치 내 힘으로 이루어낸 것 처럼 느껴지기도 했고
또 때로는 나 혼자서도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빠져서
12월 들어서는 소성당에 가만히 앉아서 기도드리는 것에도 많이 소홀해진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에 혼자 떠났던 여행.
콜마르(Colmar 꼴마)를 돌아다니다 추위 때문에 잠시 쉬어갈 겸 들렀던 성당에서 발견한 이 기도문은
여행이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에게 아직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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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Lord!
Let this candle that I burn here
Be the light that leads me in my difficulties and decisions.
Let it be the fire that burns all selfishness, pride and impurity in me.
Let it be the flame that warms my heart.
I cannot stay long in this your house;
By letting this candle burn
It is part of myself I want to give you.
Help me to carry on my prayer in today's activities.


언제나 나의 모든 것을 돌보시는 그 분께 한 발 더 가까이 가고픈 마음은 있지만
막상 일상 속에서 그것은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 생각으로만 남게 될 때가 많았다.
또한 미사를 드릴 때는 나를 반성하고, 좀 더 너그럽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청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과 나에 대한 자만심은 늘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 기도문을 읽고 초 봉헌대에 작은 초를 하나 봉헌하고 돌아온 뒤로는
그 곳에 봉헌한 초가 아직도 작은 빛을 발하고 있을 것 같아서 왠지 마음이 든든했다.
당장 내가 그 분께 많은 것을 봉헌하거나 주위의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을지라도
나의 어려움들 속에서 나를 이끄는 빛, 나의 이기심과 자만심을 태우는 불,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는 불꽃이자 그 분께 드리는 나의 일부
로서 그 곳에 봉헌한 초가,
또 초를 봉헌하며 이 기도를 드렸던 내 마음이 빛을 잃지 않고 있다면...

지난 해와는 참 많이 다른 겨울을 보내고 있지만
이 속에서도 분명 그 분이 마련해 놓으신 좋은 것들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이번 겨울 연수도 모두 사랑이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해야지 :D


+ 그 성당에서 발견한 안토니오 성인.
  '함께 기도해 주시겠지?' 하는 생각에 안심한 탓에 막상 나는 기도를 안 하고 있다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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