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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영어교육과 관련된 갖가지 이야기가 무성하더니 이제는 좀 조용해졌다.

실제적으로 정책이 어떤 식으로 세워질 지는 좀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만

새로 뽑혔다는 대통령 아저씨가 교육을 청계천 공사 다루듯 할까봐 사실 심히 두렵다.

('한다면 한다'라든가 '안 되면 되게 하라' 같은 밀어붙여 식의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아닐까? 흑)

 

대통령이 바뀌면 교육 정책도 이렇게 싹 갈아치워질 수 있구나 싶어서 깜짝 놀란 한편

행여나 시험 쳐서 교육부 들어갈 생각은 일찌감치 접은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러니 내가 우리나라 중등교육에 몸 담고 싶지 않은 거야, 라는 전혀 도움 안 될 헛생각마저...

 

여하튼 영어 수업을 영어로 하느니 마느니, 영어 시험 방식을 바꾸느니 어쩌느니

영어 잘 하는 사람들을 보조 교사로 채용을 하느니, 거기에는 문제가 많다느니 등등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생각과 경험과 입장에 따라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나 또한 물리적으로는 먼 곳에 있지만 이건 도저히 남 일이 될 수 없는 일이라 (밥그릇 문제일까?)

처음에는 기사를 찾아 읽으며 인수위 측에서 하나씩 던지듯 꺼내놓는 정책들에 바르르 떨기도 했지만

사실 영어교육이라고는 내가 중고등학교 때 받았던 것이 전부라서 막상 조목 조목 따지려니 할 말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식의 정책 수립이 사교육을 불러올 것이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하다.

그들이 추구하는 것이 고작 몇 년 안에 속성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위한 정책이라면

그 정책 자체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가와는 별개로 사교육 시장은 활개를 칠 거다.

학교 교육은 한 가지를 바꾸려면 열 가지를 준비해야 하는 거대한 공룡인데 반해

학원이라는 것은 그 변화에 너무나 쉽고도 유연하게 대처를 할 수 있는 날랜 동물이기 때문에

결국은 준비되지 않은 속성 정책 자체가 학원에 대한 의존도만 확확 높일 것이라는 슬픈 예측이 가능하다.

 

정말로 그들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것을 개선해보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면

자기네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걸 끝내고 보여주마, 하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하긴 자기들은 전 정권에서 세운 정책을 싹 몰아서 폐기하고 있는 판국이니 다음 정권에 넘겨주기 찜찜하겠지?)

제대로 정책을 수립하고, 그에 필요한 학급 구성이라든가 교사 충원, 교과서 개정 같은 문제도 다 해결해야 하는데

대체 지금처럼 몇 년 안에 다 된다, 사교육은 줄어든다 식의 뻥으로 일관하다 얼마나 더 말아먹으려는 것인지.

 

또한 얄팍하기 짝이 없는, '오렌지, 오린지' 라든가 '기러기 아빠들' [각주:1]같은 이야기들은 꺼내지 말았으면.

문제의 한 부분, 지엽적인 것들만 이야기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진단하고 처방을 해 줬으면 싶다.

 

+ 그건 그렇고, 이번 해에는 등록금 또 얼마나 오를래나.

  오랜만에 ㅉㅎ 미니홈피 들어갔다가 글 읽어 보고 착잡했다.

  한 목소리로 주장하면 뭔가 달라질까, 그런 믿음 자체가 없는 것이 문제일까.

  1. 그래 '오렌지'는 그래도 영어 발음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다고 치자, 기러기 아빠들은 왜 말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아이들을 외국에 보낸 것은 단지 영어교육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인 교육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고

    무엇보다 그보다 더 힘든 사정 때문에 헤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들도 많은데.. 대체 뭔 소리를 하고픈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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