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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월화수목금요일을 보내고, 드디어 주말의 시작.

모든 수업이 이제 막 새롭게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래저래 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지난 학기와는 또 다른 분위기, 또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수업들 속에서 왠지 뿌듯했다.

며칠 동안은 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따뜻한 날씨였는데
오늘 갑자기 숨어 있던 겨울 녀석이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고자 마구 발버둥을 쳤다.
덕분에 '따뜻하겠거니'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기숙사를 나섰던 나는 덜덜 떨면서 학교에 가야 했다.

내일은 오랜만에(응?) 파리에 간다.
사실 파리는 여전히 미뤄둔 미술관들이나 여권갱신을 제외하면 별로 갈 이유가 없는
결코 '나의 사랑하는 낭만의 도시 파리' 같은 것이 아닌 좀 우중충하고 꾸질한 도시일 뿐이지만,
이번에는 ㅈㅇ언니를 만나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난 그저 신나하고 있는 중이다 ♬

새벽같이 일어나서 TGV를 타고 아침 9시에 몽빠르나스에 도착하면,
그 이후부터 다시 이 곳으로 돌아오는 오후 4시 기차를 탈 때까지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지금은 나에게 참 특별한 것이 되었구나 싶다.
한국에서라면 늘 얼굴 보고 말방에서 같이 뒹구르르, 종종 밥도 같이 먹고
시험 기간에라면 (공부 안 하면서도) 밤 새는 것쯤 뭐 일도 아니었는데...

내 길을 옆에서 묵묵히 같이 걸어주는, 그야말로 나와 '동행'해 주는 이들을 두고도
늘 투정에, 욕심에 가득 차서 소중함도 고마움도 많이 느끼지 못 했었는데
그런 사람들과 떨어져 혼자 길을 걷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큰 부분이었는지를 느끼게 된다.

어쨌거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만나러 다녀와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