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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속에서

공평하신 하느님

곰파 2007. 5. 4. 00:28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 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 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나는 사실 이제까지 이 곡을(특히 가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전에는 이것을 절실하게 느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특별히 내 경험과 관련지어 본 적은 없는 것 같고, 나는 그냥,
평화를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평화, 평화, 평화, 평화를 네게 주노라
사랑을 너에게 주노라, 세상이 줄 수 없는, 세상이 알 수도 없는 사랑, 사랑, 사랑, 사랑을 네게 주노라
하는 노래를 들을 때- '아, 그 찬양에서 말하는 게 이런 건지도-'하는 정도로 생각해보기만 했던 듯.

그런데 요즘 생활 속에서 이 찬양을 조금씩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정말로 이 찬양에서 말하는 게 그런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내가 받은 '나의 몫'과 관련해서이다.


나는 늘 내가 받은 몫이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꾸만 내가 받은 몫을 남과 비교하게 되고, 내 몫이 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 몫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몫이 사실은 다 좋은 몫이라고 생각해야만 한다고 여겨왔기 때문에
늘 남들에게는 '내 몫을 봐, 이렇게나 좋다~'하고 자랑을 해야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게 겉으로 꾸미려고 해도
세상을 살아가다보면 나보다 많이 받은 것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거다.
'아 저 사람은 대체 뭘 했길래 저렇게 좋은 몫을 받는 거지? 저 사람을 특히 사랑하시나봐-'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몇몇 사람을, 나는 만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사람을, 또는 그 사람을 특히나 사랑하시는 것 같은 하느님을 미워하게 되었다.
마치, 하느님이 아벨의 제물만을 기꺼이 굽어보셨을 때, 카인이 얼굴을 땅에 떨어뜨리고 화를 내었듯이.
하지만 나는, 대놓고 미워하면 더 나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카인처럼 마음 놓고 미워하지도 못 했다.

지난 겨울에도 그랬다.
'아 이렇게나 좋은 몫을 주시다니~'라고 막 기뻐하면서 들어갔는데,
막상 그 속에서는, 그렇게 사랑이 넘치는 그 곳에서는,
나는 많이 기쁘지 않은 것 같았고, 많이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고...
내가 받은 것이, 내 몫이, 내 은총이... 남들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그런 아픔과 슬픔을 가지고 세상으로 나오면서, 그런 내 모습에 또 실망해야 했다.

그런데 그 날 저녁,
내가 그 전에 받았던 좋은 것들은 생각하지 못 하고,
그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것을 주시지 않는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똑같은 것을 주시겠지 하고 기대한 거 아니야? 하느님은 그렇게 획일적이신 분이 아니야-'
라는 말이 내 마음을 쿡쿡 찌르고, 또 찔렀다.

사랑이 흘러 넘치던 그 곳에서 단순히 도구로서 사용될 수 있음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겨울을 아픔 하나 없이 기쁘고 행복하게, 사랑만 하면 지낼 수 있었음이 또 얼마나 큰 은총인지,
원래라면 나에게 허락되지 않았을지도 몰랐을 그 시간 자체가 당신의 은총인 것을-
그제서야, 나에게 필요한 때에 가장 필요한 것을 주신 그 분께 감사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온 요즘도, 나보다 은총을 많이 받은 듯한 사람은 늘 있다.
그렇지만 예전보다는 조금 덜 시기하고, 덜 미워하게 된 것 같다.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지만 공평하신 하느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라는 이 가사를 이제서야 마음으로 이해하게 된다.


하느님은 모두를 똑같이, 그렇지만 각기 그 사람에 맞는 방식으로 사랑하신다.
이것이 내 머리로는 전부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보니 이번 여름이 더욱 고민된다.
어떤 것이 그 뜻에 맞는 길일까?
내가 고민하는 것은 나를 위해서일까, 아니면 그분을 위해서일까.
답을 내려주세요, 잉잉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