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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삽질이 전공이다. ← 이 날 하루를 간단히 요약한 말

맨 처음, 기차에서 내려서 대사관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나름 파리에 적응되었답시고 표지판도 보지 않고 룰루랄라 걸어 가다가 방향을 잘못 드는 바람에
몽빠르나스역의 그 긴~ 무빙워크를 왕복한 것이 바로 그 시작이었다.


그래 이건 뭐 아주 가벼운 삽질이었다.

한인마트인 에이스마트에 간답시고 캐리어 끌고 열심히 걸었는데(40분 정도?)

내려진 셔터문 앞에 도착한 내 눈에 띈 것은 바로 "월요일 휴일"

(그래도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어떻게 보면 문 안 연 것이 다행이었지만-_-)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리 시내의 한 정원 옆을 지나면서... (이 때까지만 해도 뒤에 벌어질 일을 몰랐음=_=)



가장 결정적인 삽질은 엄밀히 따질 때 이 날 저지른 것은 아니었다고 할 수 있다.

파리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Bauvais 공항,

그 곳에 가기 위한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를 탈 정류장과

내가 이 날 신세 지기로 생각하고 있었던 얄라네 집-

단순히 파리는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에 위치를 따져보지 않았다는 점이 바로 문제가 될 줄이야.

9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6시까지 정류장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야 했는데,

알고 보니 그 정류장과 얄라네 집은 완전 끝과 끝이었다. orz


미리 이 점을 알았더라면 근처의 숙소를 잡아놓거나 아예 처음부터 기차를 타는 거였는데...

라는 생각에 그러지 않으려 해도 속상한 기분을 어찌 할 수 없었다.

파리에 도착해서 여권 연장 문제를 잘 해결할 때까지만 해도 여행 떠난다고 신나 있었는데

삽질로 인해 생각지 못 한 숙박비를 지출하게 되었고, 질질 끌고 다닌 발은 아프기 시작하고.


어쨌거나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부랴부랴 앙제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근처 숙소 정보를 부탁했다.

루브르 근처에 있는 까페에서 커피를 한 잔 시킨 다음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숙소들에 연락을 해 봤는데,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던 Ibis 호텔에서는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125유로' 라는 가격을 이야기해줬기에

당장 전화를 끊고 다른 숙소 정보를 구해서 결국 약 1시간 반만에 40유로짜리 민박집을 찾아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정류장이 위치한 역에서 3정거장 정도 떨어져 있는 민박집이라

첫차를 타면 아주 안정적으로 도착할테고, 동네도 안전한 곳이라 걱정이 덜하다는 점이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리 잡고 앉아 숙소를 알아보던 까페의 세면대 앞에서...
그 와중에도 셀카 찍을 정신은 있었던 것인가! (뭐 표정은 좋지 않다)



급한 불을 끈 뒤에 얄라와 만나 저녁을 먹었다.

갑자기 비가 주륵주륵 오면서 날씨가 급격히 추워져서(아 도대체 뭐 이런 상황이...=_=)

둘 다 덜덜 떨면서 루브르 근처 일본 라면집으로 들어가 각자 미소라면과 닭고기 덮밥을 시켰다.

따뜻한 국물 + 오랜만에 친구와 수다 떠는 즐거움을 통해 기운을 up!


저녁 먹고 얄라와 헤어져서 라데팡스(안경점이 아닙니다=_=) 근처에 있는 민박집으로 갔다.

40유로짜리 1인실은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내일 새벽까지 거기에 머무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이었다 :)

씻고 자리에 누워 이 날 하루를 정리해 보면서,

그래도 늦지 않게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도움을 얻어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을 감사히 여기고

이 일 자체를 여행 전 액땜 같은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ㅅ= //
내일부터는 진짜 여행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