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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는 침대 옆에 놓여 있던 <다빈치 코드> 1, 2권을 읽느라고 밤을 거의 샜다 =_= 처음에는 궁금해서 책을 펼쳤는데, 읽다 보니 슬슬 무서워서 잠을 자기도 그렇고 괜히 새벽에 잠 들었다가 못 일어나는(!) 불상사가 생길까 싶어 그냥 계속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T_T

5시에 세수를 하고 부랴 부랴 짐을 챙겨 지하철 역으로 갔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리>_< 이럴 때는 사람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무섭다; 첫차를 기다리면서 나름 선크림도 바르고, 짐을 다 챙겨 왔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5시 45분쯤 버스가 출발하는 주차장에 도착해서 표를 사고, 6시에 버스를 타서 15분에 출발~ 막 졸다 보니 어느 새 7시, 버스는 공항에 도착했다. 좀 멍~한 상태로 잠시 기다렸다가 짐을 부치고, 보딩패스도 받은 후에 공항 안에 있는 까페에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시켜 가져온 쿠키와 함께 맛있는 아침 식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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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딩패스 :) 나름 귀엽게 생겼다 흐흣



검색대를 통과해서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더니, 이건 공항이라 하기에는 정말 너무 작다 =_= 그냥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같은 비행기를 타고 로마로 가는 어학원 반 친구를 만나서 이런 저런 여행 계획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다가 보딩이 시작될 때 잽싸게 줄을 서서 창가에 앉는 데 성공~ 하지만 밤을 샌 나는 비행기가 뜨고 나서 곧 잠의 세계로 빠져들었고, 깨어나니 거의 도착할 즈음이었다. 비행기가 로마 시내 위를 날아가는 덕분에 하늘에서 콜로세움, 떼르미니 역 등도 볼 수 있었는데 성냥갑만한 집들, 장남감같은 자동차들 사이 사이로 보이는 유적들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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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이륙할 때, 오른쪽은 착륙할 때- 오른쪽 사진에서는 떼르미니 역이 보인다 :)


로마에 오면 그저 따스한 햇살이 가득할 줄 알았건만 나를 반겨주는 것은 예상과 달리 우중충한 하늘, 투둑투둑 떨어지는 비였다. 어쨌거나 짐을 찾아 밖으로 나와서 떼르미니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대체 어디에서 버스를 타는 것인지 모르겠는 것이다. 그래도 잘 안 되는 영어와 그나마 익숙한 불어로 몇 번 물어본 끝에 예상보다 저렴한 6유로짜리 셔틀을 타는 정류장을 찾아냈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도착한 셔틀버스가 2층 버스라 좋아라하며 2층 창가에 앉았는데 마침 옆자리에 말많은 중국 아저씨가 앉는 바람에 로마 시내로 향하는 40분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다=_=

드디어 도착한 떼르미니역, 민박집에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동전 전화기를 찾아야 했는데 아무리 봐도 동전 전화기가 없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동전 전화기를 못 알아 본 것일 뿐이었다 orz) 전화카드는 5유로라고 하는데 그걸 다 쓸 일은 없을테고, 열심히 동전 전화기를 찾아 헤매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봤는데, 멀쩡히 잘 걸리는 것이다! 아까 이탈리아 국가 번호인 39를 누르고 했을 때는 연결 되지 않았는데... 로밍이 되면 원래 그 나라로 바로 연결되는 것인가 보다.

마중 나오신 아저씨를 따라 다른 세 분과 함께 민박집으로 향했다.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2시쯤 집을 나서서 콜로세움 쪽으로 걸어갔다. 잠시 멈췄던 비가 또 오기 시작한다 흑흑. 비 오는 우중충한 날씨 속의 콜로세움도 나름 멋있었으나 사진을 찍기에 좋은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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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를 통해 많이 봐서인지 그리 낯설지 않았던, 로마의 얼굴 콜로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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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그저 돌무더기에 불과한 (T_T) 포로 로마노



원래는 포로 로마노도 보려고 했는데 그냥 보니 다 돌덩이로만 보이고, 비도 점점 거세져서 그냥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에 들르기로 했다. 성당에 가는 길에 어떤 유적지에 들렀는데 입장료를 받길래 들어가지는 않았고(겉보기에는 별 거 없어 보였다고=_=) 대신 그 건물에 딸린 책방에 들어가서 책을 구경했다. 그 중에는 그림을 통해 로마인들의 생활상이나 고대 건물의 용도를 보여주는 책들이 있었는데 그림들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특히 종이를 들추어 가며 설명을 볼 수 있는 책이 재미있어 보였다. (프랑스어나 영어로 된 책이 있었다면 샀을지도 모른다+_+) 또, 라틴어 단어들로 스티커 놀이하는 책도 탐났다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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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들춰가며 내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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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스티커를 이용한 라틴어 단어책


여기에서 나가서 걷다가 로마군인 복장, 작은 고대 도자기 같은 것들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 물건들을 구경하고 근처 기념품 가게도 구경했다. 구불 구불 골목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성당은, 그 내부가 이제까지 내가 보아왔던 성당과는 꽤 달라 보였다. 커다란 홀, 그림을 전시하는 회랑 같기도 하고... 아무튼 성당이라 하기에는 좀 휑하고
크기만 한 느낌이라 그리 맘에 들지는 않았다 =_= (위로 높이 솟은 프랑스 성당들에 익숙해져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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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당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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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로 가득했던 성당 안, 그러나 상당히 어두웠다 =_= (이 사진들은 최대한 밝게 찍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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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이라기보다는 미술관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림도 많았고 장식도 화려했다 +_+

 
프랑스에 있는 동안은 별로 그 나라에 대해 큰 애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이탈리아에 오니까 프랑스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프랑스어가 들리면 반갑고, 말 걸어보고 싶고 이런 거? (왠 변덕이래 =_= ㅍㅎ)

구경을 끝내고 비를 맞으며 민박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 소매치기가 내 가방 바깥 주머니 지퍼를 열었다! 느낌이 나서 뒤돌아보니 아무렇지 않게 손을 거두며 떠나가는 그 아이; 당연히 그 주머니에는 중요한 것을 넣어두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가슴이 설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아무 일 없이 끝났으니 다행이긴 한데, 진짜 로마에서는 조심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나중에 민박집 도착해서 같은 방 쓰는 언니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옷핀을 꽂고 다니라고 큰 옷핀을 3개나 주셨다 *ㅅ* (그 뒤로 여행 끝날 때까지 유용히 사용!)

민박집 돌아와서 씻고, 잠시 쉬다가 저녁을 먹었다. 밥에 시금치 계란국, 매운갈비찜, 김치랑 깍두기, 겉절이, 계란부침, 소시지, 숙주 나물. 아무튼 오랜만에 한국음식을 포식한 날이었다. 내가 묵는 민박집에 사람들이 꽤 많았던 터라(거의 꽉 차서 20명 넘었던 듯) 다른 데 갈 걸 그랬나 싶기도 했는데 뭐 어디나 장단점은 있는 거니까 좋게 좋게 6일을 보내야지. 식사 후에 사장님이 주시는 와인과 과일을 먹으며 같은 방 쓰는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제 뭔가 좀 여행 온 것 같다 :)

내일은 대망의 바티칸 투어를 가는 날이다~ 가이드만 따라 다니며 설명을 들으면 되겠구나 =_=
이런 게 편하게 느껴지다니 나는야 게으름뱅이 여행자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