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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jane Satrapi & Vincent Paronnaud 의 <PERSEPOLIS>



요즘 어학원 작문 수업에서 책이나 영화 비평 쓰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내 준 수업 자료에 이 영화 평이 실려 있어서 읽어 보다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혹시 아직 영화관에서 하는지 찾아 보니까 이미 종영한 지 꽤 된 것 같고,

그렇다면 혹시 어둠의 경로로 구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자막까지 다 있는 거다!

기쁜 마음에 얼른 다운 받아서 (물론 3시간쯤 걸렸지만...) 어제 봤는데,

정말 '잘 만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란' 하면 '이라크' 밖에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이란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관심도 없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친숙한 '테헤란'이 그 나라 수도인 것도, 이란의 근대사가 참 복잡함도 조금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그 곳의 전통인 것으로만 알았던 히잡, 차도르...

이런 것들이 사실은 정권이 바뀌면서 훨씬 강화된 것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어떤 사실을 바라보는 데는 언제나 여러가지 시선과 입장이 있으니

내가 마르잔의 시선으로만 이란과 이슬람 근본주의에 어떤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신'의 이름으로 만들어놓은 수많은 법들과 제약들이, 과연 정말 신의 뜻일지 궁금하다.

다른 수업에서 보았던 이슬람 출신 여자 가수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자신이 남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 추는 데 대해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비판을 하는데

자신에게는 오직 '그 분'(신)의 판단만이 중요할 뿐이고, 나머지는 상관없다고.

그리고 그런 식으로 남을 판단하는 것은 사실 이슬람적인 것이 아니다, 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다시 영화 자체로 돌아와서,

몇 장면을 빼면 거의 흑백으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이고 그림 자체도 아주 단순할 뿐이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더욱 더 이 영화의 매력을 살려주는 듯하다. 느낌이 더 강하달까.

마르잔의 방황과 고통들도 이런 그림을 통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고. (책을 사야 하려나 =_=)



앗 이렇게 적고 보니 끝없이 무겁고 우울한 영화일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중간 중간 사람을 웃게 하는 적절한 유머가 녹아 있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어느 장면에서는 신(하느님)이랑 맑스가 같이 등장하는데, 아무튼 좀 웃겼음 ㅋㅋ


* 기억에 남는 대사


- 우린 미친 듯이 행복을 찾아 헤맸고 그 때문에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Nous recherchions tant le bonheur que nous finions par oublier que nous n'etions pas libres.)


- 네가 틀렸기 때문에 우는 거잖니. 스스로 실수했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그렇지?

  (Tu pleures parce que tu t'es gourée. C'est dur d'admettre ses erreurs, hein?)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_< 그냥,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