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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뉴스들을 보면서

곰파 2008. 5. 19. 20:50

대통령 씨, 자기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있어서 단연코 1등이 아닐까 싶다 :) 자기 나라 임금이 누군지도 모르는 시대가 태평성대라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정말로, 근 몇 년 이래 이렇게 뉴스 열심히 찾아 보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볼 수록 암담하기만 하지만...

어느 전문가가 이 분의 심리 및 정신세계를 좀 분석해줬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 머리 속에 "나는 옳다 + 나는 했는데 너희는 왜 못 해 + (그야 말로 안타까운) 부지런함 + 강한 것이 정의다 + 무조건 경쟁 +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대략 이런 것들이 들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별로 알고 싶지는 않지만 자라난 배경이나 걸어온 길들을 차근 차근 돌아 보면 이것들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재미있는 사례일 것 같다 =_=

어떤 것들은 나도 가지고 있는 부분들이기에 이 분 볼 때마다 좀 뜨끔하다. 예를 들어, "나는 했는데 너희는 왜 못 해" 같은 경우 내가 교사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했다. 나는 적어도 학교 다니는 동안은 별로 실패해 본 적 없이 원하는 바를 이뤘고, 성격 상으로도 한 번 계획을 세우면 끝을 봐야 하는 타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나는 심정적으로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 "너희는 왜 이 재미있는 수학을 싫어하니?" 라고 애들 염장을 지르던 선생님이 생각 난다. (그렇다고 그 선생님이 안 좋은 선생님이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나도 머리 속으로는 그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애들을 억지로 이해하려 들게 될 것 같아서, 그것을 하고 싶지 않은 것 뿐.)
 

어쨌든,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같이 일 할 때 자신도, 남도 피곤하게 만들게 된다. 일단 내가 옳기 때문에 양보를 하지 않고, 부지런하기 때문에 속속 일을 만들고, 일 안 하는 남 때문에 혼자 속 터져 하고, 자신의 열성을 남에게 강요한다. 문제는 이런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서면, 밑에 있는 사람들이 고생을 바가지로 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일 안 하는 남(어디까지나 자기 기준이겠지만)을 일 많이 하도록 달달 볶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때로는 괜찮은 방향으로 이끌어서 보다 나은 성과를 얻기도 하겠지만, 이상한 방향일 경우 밑사람들 달달 볶으며 아주 빠른 속도로 큰 구덩이를 팔 수도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마 '끝'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옳다는 생각은 버리지 않겠지...


지금이 70년대였으면 이런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룰 수 있었을 텐데. 지금처럼 사사건건 발목 잡고, 인터넷에서 궁시렁거릴 일도 없을 테니 청계천 공사하던 실력으로 쫙 밀어붙이다 보면 7%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물론 그 뒤에는 측근들의 비리(대체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은 왜 다 그럴까. 정의는 고사하고 양심은 있는지 의심스럽다)나 있는 사람들의 부 축재, 환경 파괴 같은 부산물이 고스란히 남겠지만, 그것도 경제 성장이라는 이름 뒤에 묻어둘 수 있겠지. 그렇지만 지금은 2008년이고, 아무리 사람들이 경제 성장을 위해 대통령으로 뽑았다 한들, '이건 좀 아니다' 라는 생각을 두 달 만에 하게 된 거다. 최소한 다른 사람 이야기도 좀 '제대로' 들어보라고...


+ 교육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실력 없는 교사를 퇴출한다고 하는데, 실력 없는 교사는 어떤 교사일까? ... 예전에 내가 학생일 땐, 자습서에 적힌 거 그대로 읽어 가며 아무런 준비도 열의도 없이 시간을 날려보내는 선생님들이 싫었다. 그런데 요즘도 학교에 이런 교사 많은가? 내가 참관 갔을 때 본 중학교의 수업 풍경은, 6년만이었지만 꽤 많이 달라져 있었는데... 늘 '실력 없는 교사'를 욕하는 분들은 요즘 학교를 아시는 분들인 것일까? 혹시 자기가 학교 다니던 몇 십년 전만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지. '교사'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기 때문인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놀고 먹으며 월급 받는 철밥통 교사'를 욕한다. ... 어쨌거나, 능력 없는 교사의 기준은? 혹시 '이른바 학원 명강사 = 실력 있는 교사' 인 거라면, 할 말 없음...

+ 교육에서 경쟁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경쟁해야 하는 사회 체제이고, 그 속에서 교육만 '평등'을 운운하며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없애는 것은 오히려 더 불리한 조건을 만들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을 좀 더 다양화하고 그것을 공교육에서 책임질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의 수능 위주, 국영수 오지선다형 시험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고 또 그 학생의 학업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입으로 말하고, 자기 손으로 쓰게 만들고 그러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하는 교육... 그렇지만 모호한 평가의 틀은 지금과 같은 경쟁 구조 속에서 결코 받아들여지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