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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주머니

다시 찾은 프랑스

곰파 2010. 2. 19. 21:50
2008년 여름,
어학연수를 끝내고 섭섭하다기보다는 시원한 마음으로 프랑스를 떠나왔다.
9개월을 보내면서 즐겁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렇게 아쉬운 생각은 들지 않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행기에 올라탔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프랑스를 그렇게 그리워하며 지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그 해 가을에서 다음 해 봄까지 뉴질랜드에서 지냈기에,
2009년 3월의 나는 '이제는 떠돌아다니지 말고 좀 한 자리에서 잘 살아보자' 이런 심정이었고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친구들, 여러 활동에 더 마음이 끌렸더랬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프랑스에서, 앙제에서 보낸 시간들이 떠오르는 때는 있었지만
'그 곳에 언젠가 꼭 다시 돌아가야지!' 이런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는 거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번 겨울, 프랑스를 다시 찾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사범대학에서 주관하는 '예비교사 해외연수'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었는데,
1주일동안 프랑스의 고등학교 두 곳을 탐방하며 수업 참관, 문화 활동들을 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프랑스 외에 영국, 핀란드/노르웨이, 독일/덴마크 이렇게 세 곳이 더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생각지 않고 순수하게 가장 가 보고 싶은 곳은 영국이었으나
이 경우에 고등학교가 아닌 대학교를 구경(?)하는 것이라 별로 얻을 것이 없어보였다.
프랑스어도 공부했겠다, 그래 다시 프랑스로 가 보자 - 이런 생각을 하며 신청서를 내고 방학을 기다렸다.

(떨어진 사람은 없었지만) 참가자 발표가 나고,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고, 오티에 참여하면서도
막상 그 곳에 다시 간다는 것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아서
떠나기 하루 전 날에서야 미적거리며 짐을 챙기고, 출발 당일 환전을 하는 여유를 부렸다.

어쨌거나 그렇게 가게 된 해외 연수 프로그램. 

프랑스에서 머무른 2주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고 사람들과 공유했기에 그것을 한 번에 정리하기는 참 힘들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생각지도 않게 앙제에 가게 되었고, 예전에 살던 기숙사에서 하루를 보냈고,
베르나데뜨 수녀님과 2년 전 함께 지낸 몇 명의 친구들도 다시 만나게 되었고 등등등...
이것들은 시간 날 때 차근 차근 사진들과 함께 정리를 해야 할 것 같고..

그냥 그 곳에 있으면서, 또 돌아와서 느낀 가장 큰 것이라면
역시 삶은 내가 마음 먹은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렇기에 더욱 풍성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하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아무것도 없어 보이던 곳에도 어느 순간 길은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것.


그나저나 올 때 내 정신은 프랑스에 두고 온 것 같다. 아니면 비행기에 두고 내렸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