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0년 3월 11일 목요일.

성미산학교[각주:1] 고등과정 아이들과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진솔, 다함, 민환, 지원, 인국, 성원, 이렇게 6명 +ㅁ+  아, 한 명이 더 있는데 몸이 아파서 못 왔대요.


저에게 '처음'은 늘 어색함으로 가득한 시간이라, 이 날도 많이 떨렸어요.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 지, 어떤 식으로 오늘 나눌 이야기들을 꺼내면 좋을지
교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리저리 고민해 보았었는데 막상 들어간 이후로는 정신이 없었기에 기억도 안 납니다 ^ㅁ^;


처음으로 한 것은 '서로 알아가기' 였습니다.
자신과 관련되어 있거나, 자신을 잘 표현해 주는 단어 5개를 쓰고 그것을 소개하는 것이었는데요
골똘히 생각해서 적어 준 아이도 있는가 하면 날림으로 쓴 아이도 있어서 그 녀석은 다시 시켜야 했습니다 =_=
제가 생각했던 것 만큼 잘 진행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제 걸 쓰다보니 어렵더라구요 ^_^a


다음으로는 한 학기 동안 우리가 다룰 주제인, 책, 문학, 소설 그리고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제가 던진 질문들은
☆ 나는 책을 (좋아한다/싫어한다) 그 이유는 ....
☆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싫어한다) 왜냐하면 ....
이런 식이었는데요, 사실 이 질문들을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가다듬고 싶었지만 그것이 어려웠어요.

여기에 대해서도 아이들의 반응은 두 가지, 진지하게 또는 날림으로... 허허허.
대체 어떻게 해야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쓰도록 만들 수 있을까요 @_@ 그냥 귀찮아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나서 다음 수업에서 다룰 책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했어요.
먼저 미리암 프레슬러의 <씁쓸한 초콜릿>의 표지와 뒷날개의 간단한 설명을 나눠준 다음,
그것을 읽고 제목은 어떤 의미일지, 또 소설이 무슨 내용일지 추측해 보는 것이었지요.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었는데 어째 효과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ㅁ*


마지막으로 수업 끝내기 전 수업 평가를 간단히 작성했어요.
수업의 내용과 저의 수업 방식, 자신의 수업 참여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것이었는데
이 부분이 기대 이상으로 저에게 굉장히 좋은 피드백이 되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하려고 합니다!


와 이렇게 정리해 놓고 보니 수업이 꽤 쉽고 간단해 보이는데, 사실 이 두 시간이 결코 호락호락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단은 성원이의 스타일이 좀 독특해서, 제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고,
민환이 같은 경우 나쁜 의도는 없는 것 같지만 뭐든 대충 쓰는 듯이 보여서 이것도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했고,
그런가 하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다가 바로 바로 거기에서 뭔가를 끌어내서 넘어가야 하니까
다른 데서처럼 멍하니 앉아 있을 틈 없이 순식간에 두 시간이 지나가버리더군요.

신기한 것은 그런 과정이 별로 피곤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일단 재미있었거든요.
아직 아이들과의 관계 형성의 초기 단계라 그런 데서 오는 에너지 소모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뭔가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좋았어요.


내일부터는 목요일 저녁이 아닌 오전으로 시간을 옮겨서 수업하게 되는데,
아침에 보는 아이들은 좀 더 기운이 넘칠까요? 아니면 졸린 눈일래나 =_=
아무튼 내일을 기대하며, 저는 얼른 수업 준비하고 자야겠습니다!
  1. 성미산학교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안학교입니다. '성미산'으로 조금만 검색품을 파시면 이 동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거에요 아하하;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