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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후기를 미루다 보니 이제야 쓰게 되었네요 흑.
일주일 전에 있었던 두 번째 수업 후기입니다!

3월 18일에 있었던 두 번째 소설 읽기 수업에는 고등과정 7명의 학생이 참여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번 얼굴을 봤다고 낯이 익은 6명, 그리고 전에 얼굴을 보지 못 했던 다훈이.
모두와 간단하게 인사를 한 다음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음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조금은 급하게 책을 구해야 했던 터라, 이 날의 텍스트인 '씁쓸한 초콜릿'을 읽지 않은 아이들이 반이었던 것이죠.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다 읽어 온 학생들에게는 활동지를 나누어 주고,
그 아이들이 줄거리와 읽은 후의 느낌, 생각 등을 쓰는 사이 읽지 않은 아이들은 책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게 했습니다.

그렇게 30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줄거리와 읽은 후의 (또는 읽는 동안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때부터 수업을 진행하기가 조금 더 어려워졌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반응들이 있는 것이야 당연하고, 그것들을 통해 이해를 넓히는 것 자체가 수업의 목표이지만,
다만 문제는, 그런 서로 다른 생각들을 나누기에 우리들의 관계가 아직 모르익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한 아이가 그 책을 읽고 생각한 것이 "에바처럼 뚱뚱한 여자애 말고 날씬한 여자 친구를 사귀어야겠다"였는데
저는 이 발표(?)를 듣고 그 아이와 대체 어떤 대화를 이어나가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 애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가 그런 생각을 부정할 수도 없고;;

이제까지 제가 만나온 사람들은 저와 생각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대화를 나누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정말로 저와는 다른 가치관, 생각을 가진 존재를 만나게 되니 과연 '소통'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심도 들었지요.

그렇지만 저를 더 힘들게 한 것은 몇몇 아이들의 태도였어요.

제가 기본적인 예의라고 생각하는 것들,
이를테면 사람을 앞에 두고 엎드려 있다거나 (저는 이러한 행동이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거부처럼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딴 이야기를 하며 시시덕거리는 것? (이건 정말, 존중하는 태도가 아니잖아요!)
이런 행동들에 대해 하나 하나 지적하자니 마치 제가 잔소리꾼이 되는 것 같아 싫고
그러자고 그런 행동들을 무시하고 아이들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없고...

이러고 있으니 제가 왜 그 공간에 있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더라구요.

저는 분명히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통해 소통의 즐거움을 얻고자 그 곳에 갔는데,
오히려 제 존재의 필요성에 대한 의심이 들고, 감정은 상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지는 그런 기분.

일단은 이런 속에서도 서평과 독후감에 대해 간단히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한 다음
오늘 읽은 책의 서평을 쓰도록 과제를 내어주고 수업을 마쳤습니다.

나중에 수업 평가를 보니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아서
그 부분을 제가 좀 더 충실히 준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한 데 대해서는 반성을 했습니다.


아무튼 두 번째 수업을 끝내고 든 생각은
어떻게 하면 우리들이 좀 더 즐거운 소설 읽기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쉽게 풀릴 문제는 아닌 것 같아 머리가 조금 아팠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싫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어요.
수업을 마치고 고등과정 담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왠지 다시 힘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는, 다음 번 포스팅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