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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업을 마치고 고민에 빠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도 즐겁고, 아이들도 즐거운 소설 읽기 수업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러다 번뜩, 이 수업이 의무 과목이 아니라 선택 과목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시간표 상에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제 수업에 들어오지만,
만약에 선택권을 주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듣도록 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고등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수리와 심순께 상의를 했고,
세 번째 수업이 있는 주의 화요일에 확인을 했더니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그 즉시 수강 신청서를 만들기에 돌입했습니다.
일단 제가 생각하는 소설 읽기 수업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고,
이제까지의 두 번의 수업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이 이 수업을 들을 이유가 있는지 적어서 제출하도록 했지요.


이 수강 신청서를 만들면서 지난 학기에 들었던 '삶과 교육' 강의의 내용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제2기 교육학에서 정의하는 '교육'이란 '어떤 상태를 만들어내거나, 인간의 성장이나 발전을 이룩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의 규칙을 가지고 행해지는 하나의 활동'이며 본질적인 목적 또한 교육의 내부에 있습니다.
그러니까 교육이 가치있는 것은, '교육을 하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어서'처럼 외부 목적에 기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이전에 교육이라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재미와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입장에서 교육적 관계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학교에서 보듯이 이미 정해진 교사-학생의 관계가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사람(상구자)과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하화자)이 만나 서로의 내공을 파악하고,
각각 배울 것과 가르칠 것이 동일하다고(최소한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이것을 저의 경우에 적용해 보면,
저는 성미산 학교에 제가 '소설 읽기'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고자 찾아간 것이고
그 아이들은 제가 제안한 수업을 보고 만약 그것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와 어느 정도 비슷하다면 OK를 하는 것이 되겠죠 :)

이전 수업에서 제가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이러이러한 것을 하자~고 내놓았는데 아이들은 OK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보니
뭔가 시큰둥하고 뜨뜻미지근한 반응에 저는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지원서를 작성하면서 각자 자신이 수업을 들으려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또한 제가 수업을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규칙들을 인지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에서 저 글을 썼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저는 아이들의 신청서를 수요일에 받을 수가 없었어요.
아이들 사이에 발생한 '관계'의 문제로 분위기가 상당히 침울해져 있었고, 지원서를 요구할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결국 세 번째 수업이 있었던 3월 25일에는 예정되어 있었던 수업을 하는 대신에,
저의 이러한 의도를 글이 아닌 말로 전달하고 각자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부터 별로 들을 생각이 없어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힌 아이도 있었고,
방식 면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 한 아이도 있었어요.
여러 가지 의견들을 모두 다 반영할 수야 없겠지만,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은 역시 중요한 것 같아요.

아주 매끄럽게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스콜라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더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이렇게 해서 겨우 겨우 지원서 작성을 하는 단계까지 넘어간 소설 읽기-
네 번째 시간에서는 확 줄어든 인원과 함께 수업하게 됩니다 =_=a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