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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결석한 3명을 제외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온 다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수업에 참여하려는 아이들에게서 신청서를 받아냈습니다 :)

우여곡절이라 함은, 각각 수요일 오후와 밤 12시에 신청서가 들어와서 2명 수업 자료를 준비했는데
다음 날 성미산 학교에 갔더니 메일함에 또 하나가 들어와 있었고, 마지막으로 교실에 가서 하나를 받았거든요.
이렇게 해서 총 네 명의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의 소설 읽기를 해 나가게 되었습니다.
(아 정확히는, 안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아이들이 두 명이니까 다섯 명이 될 가능성도 있군요.)

신청서를 읽어 보았더니 책이랑 친해지고 싶다는 이유에서 수업을 듣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원래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해서 듣는다는 아이도 있었어요.
저에게는 이유 자체보다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그런 차이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고,
아이들이 낸 신청서에는 저의 생각을 담은 편지를 적어 돌려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목요일인 4월 1일에는 네 번째 수업이 진행되었어요.

예정대로라면 전에 과제로 냈던 '씁쓸한 초콜릿'의 서평을 마무리하고 손창섭의 '잉여인간'을 읽고 토론할 생각이었으나
막상 과제를 해 온 사람이 한 명 밖에 없어서 먼저 독후감이든 서평이든 끄적거려 보도록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대다수 아이들이 미적거리고 있기에 왜 그러냐고 물어보았더니 책이 영 마음에 안 든 모양이더라구요.
저는 나름 공감도 되었고 괜찮은 청소년 소설이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취향은 다른 것인가 봐요 하하.

그래서 방향을 약간 바꾸어, 왜 그 소설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적어 보도록 했습니다.
사실 이 자체(왜 나는 이 책이 좋았는가/싫었는가)가 하나의 좋은 토론 주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아직 아이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그런 의견을 나눌 분위기는 만들어지지 않아서 그냥 각자 생각을 적는 데서 그쳐야 했습니다.
이 점이 조금 아쉬웠고, 앞으로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할 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미 과제를 해 온 A에게는 '잉여인간' 텍스트를 읽도록 하고 저는 그 사이 A의 글을 읽어 보았습니다.
전에 이야기했듯 서평과 독후감을 비교하며 서평을 써 오도록 한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을 준 것 같았는데
그래도 나름 줄거리와 책을 읽으면서 느낌 점을 잘 정리해서 왔더라고요 :)
거기에다 책에 대한 A 자신의 생각만 조금 더 보태면 좋을 것 같다고, 시간이 날 때 완성해서 오면 다시 보자고 했지요.


이렇게 수업을 하다 보니 금세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날 수업을 마치고는 계획과 달리 하나를 깔끔하게 시작해서 마치지 못 한 점이 좀 아쉬웠고,
또 앞으로 쓰기 과제는 무조건적으로 내 주기보다는 그냥 선택 과제로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은 후에 짧은 글이라도 쓰면서 정리해 보면 좋을테지만 오히려 이것이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고, 
또 과제를 안 해 온 것에 신경을 쓰느라 다음 책으로 넘어가지도 못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요.
뭐, 충분히 읽고 생각하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쓰고 싶은 욕망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니려나요 T_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