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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기똥풀이 하는 말

                 
                                                    정일근


내 이름 너희들의 방언으로
애기똥풀이라 부르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몸 꺾어 노란 피 내보이며
노란 애기똥을 닮았지, 증명하려고는 마
너희들이 명명한 가벼운 이름, 더 가벼운 손짓에
나는 상처받고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어
너희들 속에 생명이 있다면
내 속에도 뜨거움이 있고
너희들이 이 땅에 존재한다면
나도 이 땅에 뿌리내리고 있어
이제 우리 서로 사랑하기로 해
내 너희들에게 착한 자연이 되듯이
너희들도 나의 좋은 친구가 되어줘
너희들의 방언으로 내 이름 부르기 전에
이제는 내 방언에 귀 기울여줘
내 얼마나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로
너희들의 이름 부르고 있는지 아니
귀 기울여줘, 내가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친구라고 부르는 너희들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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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채식을 시작했던 것은, 다른 거창한 이유가 아닌, 저를 위한 마음에서였어요.

저의 건강을 지키고 싶었고, 더 좋은 것들로 저를 만들고 싶었지요.

 

그렇지만 채식을 계속하면서, 자꾸 자꾸 채식을 할 이유는 늘어만 갑니다.

제 입의 즐거움을 위해 한 생명을 빼앗고 싶지 않고,

다른 많은 생명들이 살아가는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마음.

결국은 '나'에 대한 사랑을 '너'로,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이 채식 아닌가 싶어요.

 

'애기똥풀이 하는 말'을 읽으며 순간 뜨끔했습니다.

나의 가벼운 손짓으로 하나의 생명을 없애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겠구나.

갇혀 있는 멍멍이의 눈망울에 마음이 먹먹해졌듯, 뿌리 뽑힌 나무에 대해서도 마음 아파할 수 있겠구나.

 

음, 한 끼 먹을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어야겠어요.

저에게 힘을 주는 그 먹거리를 길러낸 자연과, 부지런한 손길로 저에게 그것을 전해 준 사람들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