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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사랑한수식
카테고리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지은이 오가와 요코 (이레,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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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읽었을까?
이번 학기 성미산 학교 책 수업에서는 내가 책을 지정해 주는 대신에 학생들이 각자 읽고 싶은 책을 한 권씩 골라 읽고 글을 쓰는 방식으로 수업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민환이가 고른 책인데, 나도 내용을 알고 있어야 어떤 식으로든 피드백을 해 주니까 무조건 읽어야 했다 =_= 그렇지만 전부터 궁금했던 책이라서 마침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읽었음.

■ 어땠냐고?
이야기만 놓고 보면 좀 잔잔하지만 감동도 있고 설정 자체도 흥미로웠는데, 그 표현 방식에서 특별히 인상깊은 것은 없었다. 읽으면서 여러 번 곱씹어 보게 만드는 표현도 없었고, 발목을 붙잡는 것 같은 물음을 던지지도 않아서 좀 심심했다. 아, 수학적 표현을 통해 뭔가 그런 효과를 거두려고 한 것 같기는 한데, e 파이 아이 어쩌고 하는 수식은 사실 이해도 안 가고 (흑흑) 논리적으로 딱 떨어지는 설명을 한다기보다 감성적으로 뭉뚱그리려려는 것 같아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 무슨 생각을 했냐면...
이 책을 읽고 나서 영화를 바로 봤는데, 두 개를 비교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영화는 책에 비해서도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말하는 이를 수학선생님이 된 아들로 설정해놓고, 옛날에 있었던 일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야기 해 주는 식으로 전개했는데 특히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소중한 추억인데 그걸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박사와의 일을 덜 소중히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달까. 게다가 왜 그 녀석에게는 몸에 맞지도 않는 헐렁한 양복을 입혀 놓은 거야! 그런 모습을 통해 '수학을 좋아하고 현실 감각은 살짝 떨어지는 순수한 사람'의 이미지를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 과도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들어 거북했을 뿐이다. 아무튼 덕분에 화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느끼게 되었고, 그 외에도 영화와 소설의 다른 점들을 좀 더 탐구해 보면 얻을 것이 꽤 있을 듯하다. 민환이에게도 이 방향으로 글을 써 보는 것을 추천해 볼까. 
 
■ 기억하고 싶은 구절
헛, 읽으면서 모서리를 접어 놓은 페이지가 하나도 없었다.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닌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