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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뭐 하나에 꽂히면 그것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한동안 죽어라고 그것만 하다가, 시들해지면 쳐다도 안 보고, 또 어느 순간이 오면 그 열정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좋게 해석하면 실천력이 좋은 것이고 안 좋게 보면 변덕이 심한, 뭐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지난 가을 즈음에는 한창 빵 만드는 데 재미를 붙여서 100% 통밀빵을 만들곤 했는데, 주로 무반죽빵이었어요.
무반죽으로도 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나름 담백한 맛이 매력인 빵들이 좋아서 종종 만들다가 슬그머니 그만뒀는데
갑자기 어제,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바게뜨나 통밀빵 호밀빵 이런 것들이 너무 생각나서 새벽부터 일어나서 만들었답니다.

그래도 전에는 나름 레시피를 찾아보고 계량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무슨 배짱인지 아무것도 안 보고 막 만들었어요 ㅋㅋ
먼저 통밀가루, 글루텐, 이스트, 소금, 물을 그야말로 '적당히' 넣고 매끈해질 때까지 반죽한 다음, 발효를 시켰어요.

원래는 이것의 반 정도였는데, 발효 후 부피가 커졌습니다


발효를 시킨 후에는 공기를 빼준 다음 해바라기씨를 콕콕 박아 넣었고 (독일 브뢰트헨? 그걸 따라했어요+_+)
다시 2차 발효를 시킨 후에 180도로 예열한 오븐 속에 집어 넣습니다.

내열 용기에 잘 담아서 2차 발효

해바라기씨를 예쁘게 콕콕 박아 넣었지요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졌지요?

옆에서 본 무설탕 무지방 100% 통밀빵의 자태 :)


잘 구워져 나왔는데, 문제는 용기에 오일을 안 발랐더니 빵이 딱 달라 붙어버렸다는 것.
어쩔 수 없이 칼로 억지로 떼어냈더니 아래쪽이 별로 예쁘지 않게 되어 버렸어요 흑.

아래쪽이 좀 뜯겨나갔어요 흑흑


빵이 충분히 식고 나면, 이제 칼로 썰어줄 차례!
프랑스 다녀와서 바게뜨에 한창 미쳐있던 때 장만한 빵칼인데, 역시 짝꿍인 나무 도마가 없으니 빛을 덜 발하는군요.
어쨌든 쓱싹쓱싹 예쁘게 썰어주었습니다. (다른 칼과는 확실히 달라요, 빵칼을 쓰는 이유가 있다는...)

작아 보이지만 손바닥 두 개 크기랍니다

쓱싹쓱싹, 잘 썰렸지요?



아침으로 먹을 만큼만 빼 놓고, 나머지는 냉동실로 직행~
전에 발사믹 식초를 조려서 만들어 놓은 소스가 있어서 그걸 발라 먹어 보았는데, 잘 어울리네요!

가까이에서도 한 번 들여다 보고 :)

전에 만들어 놓은 발사믹 소스를 꺼냈습니다

쓱쓱 아무렇게나 발라서 먹기도 하고

예쁘게 모양을 내서 한 쪽 더~


계량도 없이 만든 통밀빵 치고는 성공적이었어요. 손반죽도 처음 해 본 건데 글루텐을 첨가해서인지 잘 되었구요, 흐흣.
단, 오븐에 넣기 전에 용기에는 꼭 오일을 발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