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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6월, 프랑스에서 어학연수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기 전에 저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행을 했어요.
그건 바로 제가 다니던 어학원(앙제 CIDEF)의 프랑스인 선생님 한 분이 기획한 '프랑스 남서부 여행'이었는데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프랑스의 남서부 지역을 미니 버스로 편하게 둘러볼 수 있어 좋았고, 역사적·문화적 배경지식이 필요한 곳에서는 프랑스인 가이드의 설명도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여행에서 또 하나 특별했던 점은, 일주일 남짓의 여행 동안 매 끼니를 밖에서 사 먹는 대신, 주로 인솔자였던 프랑스인 선생님과 함께 요리를 해 먹었던 거에요. 점심으로는 빵과 샐러드, 치즈와 과일 등으로 피크닉 바구니를 준비해서 야외에서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숙소에 돌아가 좀 더 본격적으로 요리를 해서 따뜻한 음식을 먹었지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당시에 먹었던 간단한 프랑스 가정식 요리들이 종종 생각나곤 하는데, 오늘 소개하려는 것도 그 중의 하나인 '라따뚜이'입니다. :)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식 야채 스튜라고 할 수 있는 라따뚜이(Ratatouille 하따뚜이유?)는 요리하는 쥐가 등장하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한국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것 같아요. (제가 어학연수 갈 때도 주변 사람들이 라따뚜이 만드는 법 배워 오라고 농담을 했었던 기억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야채를 예쁘게 썰어 올려서 데코레이션을 했던데, 아마도 그건 이야기의 배경이 고급 레스토랑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일테고, 실제로는(제가 본 한에서는) 다들 깍둑썰기로 대강 썰어서 익혀 먹는 듯해요.

이 그림처럼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매우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재료 : 가지1, 양파1, 토마토4, 애호박1/2, 파프리카1, 마늘 조금(다진 마늘 가능), 말린 바질, 소금, 후추, (월계수잎, 말린 타임)

1. 먼저 재료인 야채들을 깨끗이 씻어 준비합니다.

2. 한 입 크기로 (또는 원하는 대로) 썰어 줍니다.

3. (순서 상관없이) 양파

애호박

가지

파프리카를 볶아줍니다.


레시피에 따라 재료들을 각각 익혀 섞어 주기도 하고, 처음부터 왕창 넣고 같이 볶기도 하더라구요.
제가 배운 방식은 그냥 다 넣고 익혀주는 것이었지만 오늘은 따로 볶아 봤습니다. (맛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4. 잘 익은 토마토도 적당히 썰어 둡니다.

5. 따로 볶은 야채들은 냄비에 모두 넣습니다.

6. 5의 냄비에 토마토를 넣고 허브, 소금, 후추로 간을 합니다.

7. 1시간 정도, 때때로 저어 주면서 끓입니다.

8. 드디어 완성!

저는 오븐에 넣어 살짝 더 익혀 주었답니다.


처음에 야채에 토마토를 넣고 끓일 때만 해도 싱겁기 짝이 없어서 뭔가 잘못한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요,
말린 허브들을 넣고 1시간 끓이고 나니까 특유의 새콤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야채의 맛이 우러나오더라구요.
월계수 잎은 원래 안 들어가는데 한 번 넣어본 것이고, 말린 바질은 꼭 넣어야 라따뚜이 특유의 맛이 나는 듯 합니다 :)
그리고 마늘은 처음부터 넣는 것을 깜빡해서 중간에 끓이다가 다진 마늘 넣어주었는데, 별 이상없었어요. (주먹구구식 레시피;)

오늘의 점심 - 라따뚜이, 호밀빵, 체리

딱딱하고 담백한 호밀빵과 라따뚜이가 잘 어울려요 :)


차게 먹어도 좋은 메뉴여서, 한 번 만든 다음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드시는 것도 괜찮답니다. 한 번 만들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