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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즈음에 5차에 지원했다가, 면접도 가 보지 못 하고 서류에서 똑 떨어진 이후로는 좀 속이 상하기도 했고, 또 다시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면접을 보고 온 후에도 면접 후기를 적어놓긴 했지만, 붙지도 않았는데 덜컥 올릴 수가 없더라구요. 그렇지만 최종 합격을 한 지금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모드로 돌입 :)

아래가 전에 면접 다녀와서 바로 적어두었던 면접 후기에요.

2010년 8월 15일 일요일

1시 30분에 면접 시작이었지만 면접 장소에 좀 일찍 도착했다. 11시 30분에 도착했으니 2시간이나 일찍 갔네 +_+ 인성검사 567문항(!)을 풀고 답안지에 체크하느라고 좀 힘들었다. (예전에 대학생활문화원에서 해 본 기억이 나는데, 설마 성격 이상은 아니겠지?) 인성검사를 다 끝낸 후에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앞에 띄워주는 코이카 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거의 2시가 다 되었을 무렵 이름을 불러서 4층에 있는 대기실로 내려갔다.
기다리면서 파악하기로는 내가 나이 어린 축에 속했고, 국문학이나 국어교육 전공이 아닌 분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먼저 면접보고 나오신 분이 문법 관련 질문을 받으셨다고 하길래 살짝 걱정하면서 들어갔는데, 그런 질문을 받지는 않았다.

면접관은 여자 두 분, 남자 한 분이셨는데 오른쪽 여자분은 많이 웃어주셔서 대답하기 제일 좋았고, 가운데 여자분은 일부러 웃지는 않으셨지만 내가 대답할 때 고개를 끄덕 끄덕 해 주셔서 한결 마음이 편했다. 그에 반해 남자분은 살짝 대답을 자르시면서 나를 궁지에 몰려고 하시는 느낌이 있기는 했지만 그냥 그 분 스타일이려니 생각하고 꿋꿋이 대답했다.

아래가 나에게 던지신 질문들.

■ 국어교육 전공인데 학교에 한국어 교육 관련 과목도 개설되어 있나
■ 학교에서 한국어 도우미 활동을 했는데 학생들이 어떤 것을 주로 질문했었나
■ 실생활에 필요한 한국어 구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둔 한국어 교육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떻게 하면 한국어를 좀 더 활동적으로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 나이가 어린데, 현지에서 나이가 많은 학생들을 만났을 때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까
■ 자신이 생각한 봉사를 할 수 없어 임지에서 좌절하게 된다면 포기하고 싶지 않을까
■ 프랑스어를 배운 이유는 무엇인가
■ 나름 프랑스어나 영어 등의 '스펙'이 있어, 원하는 직장에 취직을 할 수도 있을텐데 해외봉사를 가려는 이유는
■ 21세기 우수인재상을 받았는데 뭘로 받은 건가
■ 웃지 않을 때는 좀 차가워 보이는 인상인데, 다른 사람들의 평가는
■ (위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파생)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가 / 반장도 했으니 리더쉽이 있는 편일텐데
■ 자신이 해외봉사를 나가면 잘 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마지막 질문에는 네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겸손하면서도 자신감있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대답했더니(사실 저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요) 남자분이 뭔가 말씀을 하셨는데 내가 그 말을 잘 못 들어서 네? 하면서 갸우뚱하니까 다른 분들이 '잘 할 것 같다'며 웃으셨다. 뭐라고 말씀하셨던 걸까 =_=?

사실 친구들에 비하면 대학을 1년 반이나 늦게 졸업하는 거라 나이가 적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째 질문, 그러니까 나이가 어려서 그 곳 학생들을 만났을 때 교사로 인정받기 힘든 상황을 만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고서야 내가 어린 축에 속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나는 실제 나이에 비해 나이들게 사는 편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시끌시끌한 거 싫어하고, 입맛도 할머니 입맛이고 등등) 별로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을 하지 않아서, 면접관분들께도 '원래 다른 사람들에게 조숙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며 또한 교사의 권위는 나이가 아니라 신뢰감 있는 말과 행동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물론 실제 상황에서는 이것보다 훨신 부드럽게, 길게 답변했음!)

다른 질문들은 그냥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이어서 별로 어렵지 않게 답변할 수 있었다 :)
대학 입학 면접 이후로 이렇게 합격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면접은 처음이었는데, 제발 잘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