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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시원한 수박이랑 팥빙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수박이야 잘 익은 녀석으로 골라 쓱쓱 잘라 먹으면 되지만 팥빙수는 마음에 차는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팥빙수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팥조림'이 너무 달기만 하거나 무르게 익지 않아 딱딱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고,
팥은 온 데 간 데 없고 아이스크림과 시럽, 후르츠 칵테일 같은 통조림 과일로 범벅을 시킨 것을 팥빙수라고 팔기도 하고 말예요.
완전 채식을 한 이후로는 우유도 입에 잘 대지 않다보니, 더더욱 밖에서 팥빙수를 사 먹을 일은 줄어들어 버렸는데
그렇다고 팥빙수 한 번 해 먹자고 팥 삶아서 조리자니 일이 너무 커지고 마는 것입니다! (작년에는 그렇게 하긴 했었지만요 하핫)

그런데 한울벗 회원이신 '민서'님이 대학로에 오픈한 카페, 마노의 팥빙수를 보고서는 그런 걱정이 사라졌답니다.
기본 재료인 팥에 가장 충실한 진짜 팥빙수를 드디어 찾아냈거든요 :) 거기다 아늑하고 정감 어린 카페 분위기는 덤이랍니다.

마노에는 두 번을 갔었는데 여기에는 두 번의 방문 사진들이 섞여 있어요.
한 번은 늦은 오후, 다른 한 번은 저녁 때에 갔던 지라 사진의 느낌이 조금 다를 수도 있는 점 이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카페 마노는 대학로 CGV를 지나 성균관 대학교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왼쪽으로 들어간 골목에 자리잡고 있어요.
처음 찾아갈 때는 약간 헤맸는데, 한 번 위치를 알고 나니 별로 어렵지 않았습니다. HOT 떡볶이집 부근이랍니다 :)

밖에서 본 카페 마노의 모습, 한 눈에 보아도 깔끔!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끌벅적한 카페가 아니랍니다.
주인이신 민서님을 생각하면 카페에 얼른 사람이 많아져야 좋은데, 제 욕심 같아서는 늘 이렇게 조용했으면 싶다는 >_<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어요

아늑한 내부

왼쪽은 주문하는 곳, 오른쪽 앞에는 화장실


'마음과 노니는 아지트'라는 예쁜 이름에 걸맞게, 곳곳에 읽어볼 수 있는 좋은 책들(주로 심리학 책이나 문학 종류)이 놓여 있고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색연필, 파스텔, 종이 등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만다라'라는 것을 색칠할 수도 있던데 해 보지는 않았네요.

책장에 꽂힌 책들은 주로 소설, 심리학 관련 책

마노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


마노에서는 비건인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음료가 꽤 있어요. 무엇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단점이랄까요 :)
사진에 보이는 메뉴판에서 하트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다 가능합니다! 라떼 류는 우유를 두유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음료 외에 콩초코케이크(진한 초코 브라우니, 콩 맛은 안 나요!), 두부케이크(두부무스로 치즈케이크 같이 만든),
넛트타르트, 쿠키 등이 있는데 이런 것들도 비건이 먹을 수 있으니 정말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깔끔한 손글씨가 돋보이는 메뉴판

하트 표시가 된 것은 모두 비건도 먹을 수 있대요


선택의 폭은 넓지만 결국 두 번 다 저는 팥빙수를 시켰습니다! 크크. 왜냐, 한 번 먹고 나서 다시 먹지 않을 수가 없었거든요.

통통한 팥이 듬뿍 올려져 있는 팥빙수 등장

알록달록 양갱과 떡이 유일한 토핑


마노의 팥빙수는 심플합니다. 식물성 크림과 코코넛 밀크를 베이스로 한 얼음에(잘 녹지 않아 좋았어요! 물 생기는 빙수 싫다는)
직접 삶아 조린 팥을 듬뿍 올리고 그 위에 단호박, 딸기, 쑥 맛이 나는 양갱과 달지 않은 쫄깃한 떡을 얹었을 뿐이에요.
풍성한 과일과 시리얼, 아이스크림 같은 것들을 원하시는 분이라면 과일빙수를 주문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저는 팥매니아 ㅋㅋ

처음 갔던 날은 팥빙수를 먹고 친구가 오기를 기다리느라 한 시간 넘게 혼자 놀고 있었는데,
제가 저녁 시간을 넘긴 것을 보고 주인장이신 민서 님이 고구마랑 약밥, 퓨얼리 아이스크림까지 챙겨주셨어요 >_<
(원래 나오는, 당연한 것이 아니므로 이런 것 기대하시면 안 됩니다!! ㅋㅋ)

퓨얼리 데카던트 아이스크림 샌드

챙겨 주신 고구마랑 약밥

단호박 맛이 진한 단호박소이라떼


매크로에서도 그랬듯이, 한울벗 회원님들이 하시는 곳을 찾아가서 음식을 먹을 때면
그냥 돈을 지불하는 손님-주인의 관계를 넘어서 채식이라는 연결고리를 가진 '친구'를 만나는 느낌이라 참 좋아요.
다음에 찾아가면 얼굴 기억하고 반가워해 주시니까 좀 멀어도 '꼭 다시 가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에요.

나무 사이에 걸려있던 예쁜 종이


대학로의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카페 마노, 다음 번에 들르면 팥빙수 말고 다른 것도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팥빙수를 포기할 수 있을래나요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