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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부푼 마음을 안고 들어간 학교. 중간에 휴학 2년을 하고, 7학기 만인 2010년 8월 31일에 졸업했습니다.
아직도 제가 졸업생이라는 실감은 별로 나지 않습니다. 그냥 7, 8월의 여름방학이 9월까지 쭈욱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제가 취직을 해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었다면 좀 달랐을텐데, 지금의 백수 생활은 대학생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인 듯합니다.

돌이켜 보면, 제 나름대로 의미 있고 보람된 대학생활이었습니다.

스스로 참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규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제가 정말 듣고 싶은 강의들로 시간표를 채웠던 거예요.
인문학 글쓰기, 조선시대의 지성사(노관범 선생님), 한국문학과 여성, 서양미술사 입문(윤세진 선생님), 라틴어 1, 2(김헌 선생님), 희랍비극(김헌 선생님), 매체언어 교육론(정현선 선생님), 희랍로마신화(김진식선생님), 희랍어 1, 2(김헌 선생님), 고대희랍로마문학(김헌 선생님), 삶과 교육(김지현 선생님), 프랑스어 회화연습, 한국어 교육론(로버트 파우저 선생님) – 잘 고른 수업들은 한 학기 내내 저에게 배움의 기쁨을 느끼게 해 주었고, 어떤 선생님의 어떤 강의를 듣느냐에 따라 조금씩 저는 방향을 바꾸어가며 자라났습니다. 그 결과 제가 지금의 이 길 위에 서 있는 것이기에, 저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강의들이었어요. 즐겁게 들은 강의들은 결과에 있어서도 결코 배신하지 않았습니다. (제 학점을 깎아먹은 범인은, 저에게 선택권한이 없었던 전공 필수 과목들이었답니다 하핫.)

진지한 자세로 4년(학교에 적을 둔 것은 5년 반? 정도이지만 ^^)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후회 없습니다.
어떤 이들은 “대학에 들어가면 놀아야지!” 라며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저학년 시절을 즐겁게 보내라고 말하지만,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어야 할 것 같아요. 1학년 때부터 교사가 내 길이 아니라면 어떤 길을 가야할 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학교 안과 밖의 ‘교육’에 대해서 오랜 시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술자리나 미팅 대신 문학학회와 성서모임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과 마음이 풍성해지는 시간을 보냈던 것 – 저에게 다시 대학생활을 하라고 해도 저는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또한 단지 겉으로 보이는 스펙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면서 바쁘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을 생각할 시간도 없이,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단 스펙에 매달려야 하는 요즘 새내기들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직업이 ‘학생’이라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배움을, ‘이제껏 내가 모르던 나를 찾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놓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제 저의 직업은 학생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저는 계속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교육’이라는 것이 단지 교육기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어디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임을 - 제 2기 교육학을 다룬 <삶과 교육> 수업에서의 ‘교육’의 의미지요 -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나에게 ‘변화’와 ‘성장’ 기쁨을 주었던 관악에서의 시간, 이젠 안녕!


+ 졸업 인증 사진입니다 :) 학사모는 볼 때마다 고려 시대 불상들을 생각나게 하는군요 (얼큰이 불상들, 기억나시나요? ㅎㅎ)

교원자격증을 받았습니다!

인문대 1동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