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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태원에 새로 연 러빙헛에 간 김에 외국식품마트 (Foreign Food Market)에도 잠깐 들렀습니다.
저의 눈을 잡아 끄는 식재료들이 많이 있었지만 앞으로 한국에 있을 날이 그리 길지 않은 관계로, 몇 가지만 집으로 데려왔어요.

■ Bob’s Red Mill의 7가지 곡물 와플/팬케이크 믹스

7가지 곡물이 들어간 믹스

뒷편의 재료들을 꼼꼼히 확인

700g 정도라 그리 크지 않아요

요즘은 집에 있는 생현미가루랑 통보리가루를 섞어서 손쉽게 와플을 만들어 먹고 있는데, 이 와플 믹스에는 무려 7가지 곡물이 들어갔다고 해서 또 솔깃한 마음에 집어들었습니다. 통밀, 호밀, 현미, 퀴노아, 카무트, 옥수수, 귀리, 스펠트밀, 아마인 분말이 들어갔는데 모두 유기농이고, 베이킹파우더와 소금, 설탕이 첨가되어 있어요. 오늘 아침에 와플 반죽을 만들면서 살짝 찍어 먹어 보았더니 이미 간이 되어 있는 상태라 제가 따로 뭘 더 넣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일단 우유나 계란, 버터 같은 것들이 들어가지 않는 비건용 와플 믹스라는 점에서 만족했고, 들어간 재료들도 거의 유기농 통곡물이라 건강에도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저는 여기다가 통보리가루를 좀 더 넣어서 와플을 만들었더니 더 쫄깃한 반죽이 되었습니다.

■ 폴콘브로트 (독일식 호밀빵)

왠지 벽돌의 느낌이 폴폴

재료는 오직 호밀, 물, 소금

총 8장으로 얇게 썰어져 있어요

한 장을 꺼내보니 이런 모양

호밀 알갱이들이 보이시나요?

제가 종종 들르는 Meeps[각주:1]블로그에서 이 빵(이라고 해도 될까요…)을 본 적이 있어서 저도 한 번 도전해 봤어요. 전에 악소의 폴콘브로트를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건 그래도 '빵'이었다면 이건 뭐랄까, 호밀과 물을 섞어서 네모지게 만들어 놓은 덩어리 정도? 뒷면을 보니 정말로 호밀과 물, 소금만 들어가 있었습니다 하핫. 아 그렇다고 못 먹을 정도로 이상한 것은 아니었는데(음 제가 먹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남보다 모험심과 비위가 강한 것일 지도!), 보통 빵이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질감이나 향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해요. 부드럽다거나 쫄깃하다거나 이런 것을 기대하면 곤란하고, 그냥 익은 호밀 알갱이들이 서로 엉겨붙어 있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거 계산대에 올려놓았을 때 (외국인인) 주인 아저씨가 “이거 맛있어요?”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제가 “저도 처음 먹어보는 거에요.”라고 했더니 “오 제 입맛에는 안 맞아요.”라고 하셨는데, 집에 와서 먹다 보니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이해가 가서 혼자서 큭큭 웃었습니다. 뭐 그래도 별미정도로 생각하고 천천히 먹을 거에요 :) 

폴콘프로트와 함께 한 저녁

크래커처럼 보이기도

시큼한 맛이 매력(?)입니다


■ 볶은 병아리콩(으로 추정되는 식품)

상표도 이름도 없습니다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콩들

껍질 벗기고 먹으면 고소하고 맛나요

볶은(볶았다고 표현하긴 했지만, 진짜로 볶는 것도 있고 뻥튀기 하는 것도 있던데, 후자가 좀 더 바삭하고 고소한 것 같아요) 콩 종류는 검은콩이든 흰콩이든 가릴 것 없이 좋아하는데, 집에 사다 두면 자꾸 손이 가서 아예 사다놓질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FFM에서 이름표도 없는 이 콩을 보니 분명 볶은 콩인 것 같아, 호기심에 결국 사 왔어요. 제가 이제까지 본 병아리콩보다 사이즈가 좀 작기는 하지만 같은 종류인 것 같고, 검은콩 흰콩 볶은 것에 비하면 좀 더 바삭하고 과자같은 느낌입니다. 껍질에는 살짝 간이 되어 있는 것 같던데, 껍질은 쉽게 바스라져서 분리가 가능하니까 소금을 원치 않으시는 분은 껍질을 벗겨내고 먹으면 되겠지요?

이 외에도 신기해 보이는 것들이 많았는데, 다 시도해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하긴, 파리에 있는 백화점에 갔을 때도 다른 매장 구경은 안 하고 식료품 매장만 열심히 돌아보았던 저니까요 흑흑. 페루에 가게 되면 그 곳만의 특이한 식재료들을 구경하고 제가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 한 맛에 도전해 보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신납니다 :D

  1. 서울에 살고 있는 비건 채식 블로거인데, 가나, 영국 등에서 자라 영어를 한국어보다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포스팅 한 거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 공부도 된답니다 크크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