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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 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밥보다 빵을 좋아라하는 빵순이인 저이지만, 가끔씩은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자취생인 제가, 그것도 일주일에 몇 번 밥을 먹는 게 전부인 제가 이런 저런 밑반찬을 구비하고 있을 리가 없다 보니 밥을 해도 함께 먹을 반찬이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는 그럴 때면 참치캔이나 계란을 이용해 뭐라도 뚝딱 만들어내면 되었는데 이제는 그럴 일도 없고 말이에요. 이럴 때 저는 한 그릇으로 밥과 반찬을 해결할 수 있는 덮밥을 만들곤 하는데, 특히 양파를 푹 익히고 간장으로 간을 해서 조린 것을 현미밥 위에 올린 것을 제일 좋아합니다 :) 그렇지만 이 날은 마침 냉장고에 팽이버섯이, 찬장에는 마른 표고가 있었기에 만들다 보니 버섯덮밥이 되었어요. 게다가 전에 사 놓은 브로콜리를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살짝 데쳐 된장에 무쳐서 처음 생각보다 풍성한 밥상이 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기준에서요!)
 

이 날의 주인공인 버섯덮밥에만 초점이 맞았네요 윽


제 입맛은 사실 짜고 맵고 단 것을 좋아하는 쪽이지만, 의식적으로 그렇게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제는 좀 간이 심심하다 싶은 편인 음식에서 원재료의 맛을 찾아낼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 같아요. 이 덮밥도 양파의 단맛을 이용하고 간은 간장으로만 한 것이어서, 짭짤한 조림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싱겁게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제가 일본 음식을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일본 집밥 느낌이 나는 덮밥이에요. 왠지 모르게 기운이 없어서 ‘따끈하고 살짝 달콤 짭짜름하면서도 찰기있는 것’이 먹고 싶은 날, 그러니까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은 날의 메뉴로 적당한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있는 버섯 덮밥 속에는

표고, 가지, 팽이버섯이 들어있어요

잡곡을 섞어 지은 현미밥

갈색과 연두색의 조화 :)

매실장아찌&브로콜리


저는 요리하면서 사진을 찍는 내공은 없어서,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간단한 설명으로 대신할게요 :)

들어간 재료 : 다시마, 표고버섯, 양파, 팽이버섯, 가지, 간장, 후추
만드는 법 : 다시마와 말린 표고로 채수를 내듯 끓이다가, 다시마는 건지고 거기에 취향에 맞게 양파를 썰어 넣고 끓입니다. 저는 양파가 살살 익어갈 때쯤 간장을 적당량 넣어 간을 하고, 양파가 푹 익을 때까지 조리면서 적당한 시점에(!) 부재료인 가지와 팽이버섯을 넣어주었습니다. 가지는 태국음식점에서 본 것을 떠올려서 보라색 껍질 부분은 벗겨내고 사용해 봤어요. 끄집어 낸 다시마는 버리기가 아까우니 얇고 긴 모양으로 잘라서 다시 넣고, 양파의 단맛이 간장과 잘 어우러졌다 싶으면 후추를 살살 뿌려 마무리합니다. 좀 더 걸쭉한 국물을 선호하시는 분들은 녹말물을 조금 넣어 주시면 되겠죠?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되는 따끈따끈한 현미밥 위에 이 녀석을 올리고 깨를 살짝 뿌려주면 완성!입니다 :-) 덮밥이 아닌 반찬이 필요할 때는 기본 조합인 다시마+표고+양파+간장에다 곤약을 넣어서 조림을 만드는데, 요것도 깔끔하니 맛이 좋아요.

브로콜리 무침도 만들었습니다

파릇파릇하니 예쁘지요


곁들인 브로콜리 된장무침은 베가스그녀님의 레시피대로 만들고 싶었지만, 캐슈넛 쌈장이 없는 관계로 그냥 '물에다가 일본 된장과 한국 된장을 반씩 넣고 아가베시럽을 약간 넣어 걸쭉한 정도로 만든 소스'를 데친 브로콜리에 뿌려 살살 버무려 주었습니다. 데친 브로콜리는 늘 초고추장과 먹었는데, 이렇게 먹으니 괜찮은 반찬이 되는군요. 파릇파릇한 브로콜리의 색깔이 기운을 더 북돋우면서, 따끈한 버섯덮밥과 좋은 짝을 이루어 마음을 달래주는 효과가 있는 듯해서 다소 거창하지만 저런 제목을 붙여 보았습니다.

흔히들 기운이 없다고 하면 "고기 먹어!" 라는 말을 습관처럼 해 주는데, 저는 채식을 하기 때문에 그 말에 해당사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고기가 영양학적으로 꼭 사람에게 기운을 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면에서는 '고기를 먹으면 힘이 난다'는 생각 자체가 힘을 내게 만드는 플라시보 효과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뽀빠이가 아닌데도 시금치나 브로콜리처럼 초록색 야채를 먹으면 왠지 힘이 나는 느낌인 것도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일까요 :) 그런 거라면, 저는 계속해서 '두부, 콩, 견과류, 현미밥과 각종 야채를 골고루 챙겨먹기만 하면 고기 없이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어!'라고 믿어야겠어요. 즐거운 채식은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