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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된 백설탕이 보기에는 하얗고 예쁘지만 몸에는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설탕을 대체할 수 있는 여러 재료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조청, 비정제설탕, 아가베시럽 등은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는데 딱 한 가지, 외국 레시피에 주로 등장하는 '몰라세스'라는 것은 시중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어요. 그러던 중, 며칠 전 들른 이태원 FFM(Foreign food market)에서 이 몰라세스를 발견하고 고민 끝에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사실 가장 만들어 보고 싶었던 것은 몰라세스와 아마씨가루가 들어간 통밀빵(베가스 그녀님의 레시피)였는데, 마침 통밀가루가 똑 떨어져 주문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일단은 간단한 것들만 시도해보았습니다 :) 

용량은 354ml로, 그리 크지 않은 병에 담겨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몰라세스(Molasses)에 대해 좀 알아보니, 한국어로는 '당밀'이라고 번역되는 것으로, 정제설탕을 뽑아내기 이전의 사탕수수나 사탕무 즙, 또는 그것으로부터 설탕을 분리해내고 남은 시럽을 의미합니다. 정제설탕이 각종 미네랄이 다 제거된 상태인 데 비해 몰라세스에는 칼슘, 마그네슘, 철과 비타민이 남아 있으므로 영양분이 풍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구입한 몰라세스는 설탕을 뽑아내지 않은 사탕수수 즙을 그대로 농축한 것이라 original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외국에서는 한 번 또는 두 번 설탕을 뽑아내고 남은 몰라세스도 판매를 하는데 그 경우 단맛은 매우 적다고 해요. 아래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조청보다는 좀 묽은 정도의 끈적한 시럽이고, 단순히 설탕시럽 같은 단맛 대신에 약간 씁쓸한 특유의 풍미가 느껴집니다. 

시나몬와플과 사과, 소이라떼

시나몬과 몰라세스를 넣은 와플

몰라세스를 넣은 소이라떼

스르르 흐를 정도의 농도

통밀크래커와 먹어도 맛있습니다

약간은 홍삼액 같은 느낌?


레시피 1. 시나몬 와플
재료 : 곡물 와플 믹스(통밀가루나 현미가루 등으로 대체 가능), 통보리가루, 시나몬가루, 몰라세스 한 스푼, 물 적당량 
만드는 법 : 가루류에 물과 몰라세스를 넣고 잘 섞은 다음 와플팬에 오일을 살짝 발라주고 굽습니다.
아침으로 즐겨 먹는 와플 :) 보통 때는 와플을 구운 다음 아가베시럽이나 무화과잼을 살짝 곁들여 먹었는데, 시나몬과 함께 몰라세스를 넣으니 두 가지의 향이 아주 잘 어우러져 좋았습니다. 저는 평소 사용하는 와플믹스가 있어 그것을 사용했지만 통밀가루나 현미가루를 이용하셔도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통보리가루를 넣어주면 좀 더 쫄깃한 와플이 되니 참고하세요. 발효시켜 오븐에 굽는 빵들에 비해, 와플은 오일만 잘 발라주면 망할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초보자분들도 걱정 없이 시도할 수 있습니다.

레시피 2. 소이라떼
재료 : 커피, 두유, 몰라세스 작은 한 스푼
만드는 법 : 뜨거운 물에 커피백을 약간 진하게 우려낸 다음, 데운 두유를 넣고 몰라세스로 단맛을 냅니다.
사실 저는 커피를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데, 어디에선가 몰라세스와 커피가 아주 잘 어울린다는 글을 읽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시도해봤습니다. 제가 사용한 두유는 단맛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몰라세스를 조금 넣었더니 커피향과도 잘 어울리는 깊은 단맛이 느껴져서 좋았어요. 아마 삼육이나 베지밀처럼 특유의 향이 있는 두유도 몰라세스가 잘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몰라세스를 즐기는 팁!
FFM에 갔을 때 비건 통밀크래커도 하나 데려왔는데, 그냥 먹기는 약간 심심한 그 크래커에 몰라세스를 곁들이니 괜찮았습니다.

몰라세스는 조청보다도 조금 더 진한 향과 맛이 있어서 호불호가 갈릴 듯한 식품이지만, 저는 금세 적응이 된 것 같습니다 :) 몰라세스를 구하고 싶으셨는데 한국에서 파는 곳을 몰라 고민이셨던 분은 이태원으로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