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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친구와 이태원 부다스 벨리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근처에서 예쁜 빵집을 발견해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밖에서 본 날개 베이커리

들어가보고 싶게 만드는 외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란, 우유, 버터 등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있냐고 물었는데, 친절한 직원 분이 웃으면서 "저희 집 빵은 다 그래요~" 하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알고 보니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한, 날개 베이커리(Wing Bakery)와의 만남은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습니다 :)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용산구에 또 다른 '날개 베이커리'라는 사회적 기업이 있던데, 이 곳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취급하는 빵 종류를 보면 둘이 좀 다르기는 한데, '빵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빵을 만든다'는 취지가 동일하다는 점을 보면 그 곳에서 뻗어나온 가지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태원 점은 문을 연 지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해요.

빵 진열대의 모습

시식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요

호밀식빵을 맛보았습니다


직원 분이 말씀하신 대로 담백한 유럽빵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컨셉의 빵집들에 비해 가격도 착한 편이고, 캄파뉴처럼 꽤 큰 빵들을 작은 사이즈로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한 점이 좋았어요. 어떤 빵을 고를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호밀캄파뉴와 가장 인기있다는 씨앗브로트를 골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씨앗이 붙은 호밀롤

양파가 들어간 빵

씨앗 브로트의 미니 버전

호밀 캄파뉴들과

인기가 좋다는 씨앗 브로트

무게를 달리해서 팔아 더 좋아요

씨앗브로트와 호밀캄파뉴를 샀습니다

날개 베이커리라는 이름도 참 예쁜 것 같아요


가게 앞에는 이렇게 빵이 나오는 시각이 적혀 있었는데, 이 때 가면 갓 나온 따끈한 빵을 살 수 있겠네요. 가게 명함의 뒤에 약도가 있었는데, 녹사평역에서 경리단 쪽으로 5분 정도 걸어오다 보면 나온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핫.

빵이 나오는 시각에 맞춰가면 더 좋겠지요?

약도가 나와있는 가게 명함


집으로 돌아오니 꽤 늦은 시각이었기 때문에 빵을 썰어두기만 하고 다음 날 아침 친구와 브런치로 함께 먹었습니다.

호밀 캄파뉴를

슥슥 잘라보면

촘촘한 단면이 나옵니다

약간 더 짙은 갈색인 씨앗 브로트는

단면에서도 여러 곡물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호밀캄파뉴는 생각보다는 좀 심심한 맛이었어요. 보통 호밀이 많이 들어간 빵들은 먹기 전부터 호밀 향이 솔솔 나서 코 끝을 간지럽히는데, 날개 베이커리의 호밀 캄파뉴는 그렇지 않고 그냥 백밀빵에 가까운 느낌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대신에 씨앗브로트는 해바라기씨와 여러 곡물들이 들어가서 든든한데다, 구수한 맛도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표 메뉴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리고, 그냥 먹는 것보다는 토스트를 하는 편이 한결 더 바삭하고 맛있어지는 빵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날 친구와 함께 먹은 아침

가을의 과일들이 총출동

병아리콩 후무스와 무화과잼

오븐에 노릇하게 구운 빵은 더 먹음직스럽습니다

후무스를 살짝 얹어 한 입, 맛있어요


날개 베이커리 (Wing Bakery) @ 이태원 - 곰파의 '내맘대로' 좋은 빵 :D 기준에서는 두 가지를 충족시키네요!

하나, 통밀로 만든 빵 (통밀이 아니라면 호밀, 잡곡 등을 사용한 빵) 
둘, 우리밀로 만든 빵
셋, 농약을 덜 쓴 밀. (즉, 무농약 또는 유기농) - 호밀과 통밀은 밥스레드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하신대요.
넷, 사람이 직접 손으로 만든, 하나 하나의 개성이 살아있는 빵

우리밀이나 무농약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대신 이 빵을 사먹음으로써 장애를 가진 분들의 자립을 지지할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의사표현이 되지 않을까요 :) 이런 것을 다 떠나서라도, 담백하고 깔끔한 빵을 찾으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착한 빵집 날개 베이커리. '오월의 종', '타르틴'에 이어서 이태원에 가면 들르고픈 빵집이 또 하나 생겨버린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