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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일에는 유숙소와 어학원만 오가다 보니 여기가 이집트인지 어디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도 항상 동기 단원들이 있으니 아랍어보다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많기도 하구요. 그렇지만 휴일이 되거나 잠시 짬이 날 때 거리를 돌아다니면 비로소 이 곳이 이집트, 카이로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까지 소소히 돌아다닌 곳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가난한 봉사단원의 발이 되어주는 지하철부터 소개합니다.
택시비도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한 번 타기 시작하면 습관이 된다는 이야기에 지하철로 갈 수 없는 곳을 빼고는 되도록 이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집트 지하철에는 여성칸이 따로 있어서 아래 사진처럼 빨간 표시가 된 칸은 항상 여성 전용이고, 초록색으로 표시된 칸은 아침 9시부터 밤 9시까지 여성 전용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굳이 여성칸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여성칸이 아닌 곳에 타면 같이 타고 있는 사람들의 눈길이 다 쏠려서 상당히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굳이(?) 여성칸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

문 위의 빨간 표시가 여성칸임을 말해줍니다



가장 자주 가는 곳을 꼽자면 단연 길거리 음식을 파는 작은 상점들입니다. 지금은 점심 도시락을 간단히 싸 가서 어학원 앞에서 에이쉬만 사서 함께 먹기도 하지만, 처음에는 길에서 주로 팔라펠과 코샤리 등을 사먹었거든요. 아래의 사진을 보시면 아랍어의 압박이 좀 느껴지시나요? :) 지금도 읽는 데는 한참 시간이 걸리고, 사실 제대로 읽었는지 확인하기도 힘들답니다.

코샤리집

케밥과 팔라펠 샌드위치

어학원 근처의 샌드위치집


여기는 카이로의 다운타운인 사다트(Sadat)역 근처의 주스 가게입니다. 지나가는데 예쁜 등들이 눈길을 사로잡길래 뭔가 하고 들여다보았는데, 과일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이 생과일 주스 가게라는 것을 말해주더라구요. 저는 오렌지 주스를 시켰는데 즉석에서 자그마한 오렌지에서 즙을 짜서 유리잔에 담아주었습니다. 유리잔이라 그 자리에서 다 먹고 가야한다는 점이 좀 아쉬웠지만, 700원 정도에 신선한 오렌지 주스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팔라펠 샌드위치에 비교하면 좀 비싼 편이죠? :)
 

예쁜 등이 가득 걸려있는 주스가게


길거리 음식점들 만큼이나 자주 가는 곳은 시장과 마트입니다. 유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알파마켓은 이틀에 한 번 꼴로 들르는 것 같고, 시장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가게 됩니다. 시장에서는 신선한 야채를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어서, 채식을 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특히나, 한국에서 자꾸 오르는 야채값에 채식은 부르조아나 하는 거라며 농담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게 생각이 되는 것 같아요. 가까운 알파마켓말고 아래 사진에 나온 메트로마켓도 카이로 곳곳에 있는데, 여기에 가면 비트샐러드, 병아리콩샐러드 등을 무게에 따라 살 수가 있어 저는 샐러드를 사기 위해 종종 이용합니다.

휴일에 먼 길을 걸어 찾아간 메트로마켓

새해라고 이런 장식을 해 놓는 센스



먹는 것을 벗어나서 가 본 곳을 꼽자면, 일단 이 곳이 이집트인 만큼 피라미드를 빼 놓을 수가 없겠습니다만, 솔직히 아직도 피라미드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 한 상황입니다, 흑흑. 유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기자 피라미드에 가려고 동기 언니들과 함께 출발을 했는데, 거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무모하게 지하철역에서부터 걷는 바람에 한 시간 정도 걷다가는 결국 택시를 타고 피라미드 정문 앞까지 갔으나, 4시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왔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보시면 아주 멀리 피라미드의 꼭대기만 보이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거에요. 과연 언제쯤 피라미드를 직접 볼 수 있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결국 멀리서 보고 돌아온 피라미드입니다

뭔지도 모르고 그냥 찍었습니다


다음으로, 이번에는 비교적 제대로 구경한 이집트의 유물, 이집트 박물관이 되겠습니다 :) 현지적응훈련의 일환으로 휴일에 이집트 박물관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다녀왔는데, 입장료는 60기니지만 박물관 내부의 미라 전시실에 들어가는 데 추가로 100기니가 들어가더라구요. 사실 유물이 너-무 많다보니 박물관 내부가 잘 정리되어 있다기 보다는 그냥 창고에다가 쌓아놓은 느낌을 주어서 좀 아쉬웠습니다. 아무런 설명이나 배경지식 없이 그 많은 유물들을 쳐다보기만 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요. 패키지로 여행을 오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가이드가 설명을 해 주기도 하는지 좀 궁금했습니다. 제 경험을 돌아보면, 예전에 이탈리아 여행을 했을 때 바티칸 박물관 해설을 들은 것은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거든요. 제가 가르칠 학생들이 가이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집트 박물관의 건물 앞에서

입장료는 60기니입니다



아래 사진은 아랍어 사전을 구경하기 위해 들렀던 사다트(Sadat)역 근처의 AUC 서점입니다. AUC는 American University of Cairo로, 이 서점에 들어가려면 여권과 같은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서점이 아주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각종 영문 서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 오랜만에 책들을 둘러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쉬다가 돌아왔습니다.

서점 한 쪽에 마련된 요리책 섹션

모처럼 깔끔한 서점에 오니 이집트 같지 않네요



마지막으로, 취미생활인 '빵집 찾아다니기'의 일환으로 찾아가 보았던 메리어트(Marriott) 호텔의 The Bakery 입니다. 인터넷에서 맛있는 통곡물 바게뜨 등을 판다는 정보를 보고 지하철로는 갈 수 없는 '자말렉'까지 택시를 타고 갔었는데, 돌아오면서 생각하니 여기가 아니라 메리어트 호텔 '옆의' 다른 빵집이었던 듯해서 결국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메리어트 호텔에 들어간 것 자체가 꼬꼬마 시절에 테이블 매너 교육 받을 때로 10년은 훌쩍 지난 일이라 화려한 내부에 살짝 기가 죽기도 했지만, 아무도 안 볼 때 거울로 셀카까지 찍고 나왔네요 :)

호텔 내부의 작은 서점

이 날의 목적지였던 빵집

아무도 없길래 거울 셀카


이상이 제가 대략 한 달 동안 카이로에서 돌아다닌 곳들입니다. 앞으로 한 달 후면 룩소르로 가게 될 텐데, 그 때까지 꼭 가 보고 싶은 곳들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좀 구경을 해야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또 언제쯤에나 보러 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