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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일입니다.
먼 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소식을 전할 목적으로, 나름대로 기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보낼 생각이었는데 중간에 인터넷이 끊기는 불상사도 있었고 생활하는 것도 바쁘다 보니 거의 3주 만에 두 번째 메일을 보내게 되었네요 :) 참, 혹시 저를 아시는 분들 중에 이 편지를 메일로 받아보실 생각이 있는 분은 비밀댓글로 메일주소를 남겨 주세요.



안녕하세요. 다들 잘 지내셨나요? 오늘이 1월 25일이니 제가 한국을 떠난 지 거의 한 달이 된 셈입니다.
그 동안은 이 곳 생활에 적응하느라 몸과 마음이 피곤해서 블로그에도 통 소식을 올릴 수 없었는데,
오늘은 마침 경찰의 날로 이집트 국경일이라 학원 수업이 없어 마음 놓고 쉬면서 밀린 포스팅을 했습니다.
 
처음 도착해서 이집트 카이로의 유숙소에 짐을 푼 후, 첫 주에 입소식과 기본 교육 등을 받은 이후로 계속 어학원에서 아랍어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세 시간 수업을 듣고, 1시간 동안 점심시간을 가진 후 다시 1시부터 4시까지 세 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됩니다. 전체 8명인 저희 기수는 네 명씩 두 반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선생님에게 수업을 받는데, 워낙 시간이 길다 보니 수업만 끝나고 나면 녹초가 되는 듯해요. 게다가 학원이 유숙소에서 가깝지 않아 1시간이 약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집에 돌아오면 5시가 살짝 넘고, 그 때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나면 7시 즈음이 됩니다. 그러고 나면 학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고, 혹시 숙제가 있는 날에는 숙제를 하고... 그러다 졸리면 잠을 자는 것이 대략 요즘의 생활이네요 :)
 
안타깝게도, 여섯 시간이나 수업을 듣는 것에 비해 아랍어 실력이 쑥쑥 는다는 느낌은 받지 못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업 외에는 아랍어를 쓸 일이 별로 없다 보니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냥 아랍어가 어려운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뭐 2년 동안 이 곳에 있을 거니까 조금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기로 했습니다. 괜히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잖아요 :)
 
학원 수업이 없는 날에는 근처 구경을 가기도 하고, 시장에 나가 사람들 구경을 하기도 합니다. 일단은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 (하핫) 머리도 식힐 겸 이것 저것 요리를 해 먹기도 하고, 가끔은 서점에 가서 그나마 읽을 수 있는 영어로 된 책 구경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어요.
 
참, 이 곳은 금요일이 휴일이고 토요일은 반 휴일이어서 오전에만 수업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요일은 마치 한국에서의 월요일 같은 느낌이에요. 한국처럼 토요일 오후-일요일 종일 이렇게 하루 반을 쉴 수 있다면 좀 더 좋을 텐데, 하루를 쉬고 어정쩡하게 반을 쉬다 보니 피로가 확 풀리지를 않습니다. 오늘 같은 국경일이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린 덕분에 이제까지 쌓였던 노곤함을 좀 덜어낸 것 같거든요. 

이번 주와 다음 주까지 열심히 수업을 듣고 나면 드디어 5일 간의 OJT를 떠나게 됩니다. OJT란 On the Job Training의 약자로, 앞으로 일하게 될 기관으로 가서 그 곳의 상황을 파악하고, 인사도 나누고, (매우 중요한) 집 구하기 등의 활동을 하는 것입니다. 카이로에 있을 단원들은 유숙소에서 출퇴근을 하겠지만, 룩소르가 임지인 저는 비행기를 타고 나일강 아래 쪽의 룩소르로 날아가야 합니다. 지금은 이 OJT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요 :) 

음, 이 정도면 대강 제가 어떻게 지내는 지는 다 말씀드린 것 같네요.
빼먹고 안 한 이야기도 있을 텐데, 궁금한 게 있으시면 개인적으로 물어봐 주시구요 :)
한국은 많이 춥다고 하는데 다들 건강하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니 메일 받으시는 본인의 소식도 좀 부탁드려요!

이집트 카이로에서, 은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