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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아프리카의 역사
국내도서>역사와 문화
저자 : 루츠 판 다이크(Lutz van Dijk), 데니스 도에 타마클로에(Dennis Doe Tamakloe) / 안인희역
출판 : 웅진주니어 200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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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읽었을까?
내가 가는 이집트도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보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는데, 그 곳에 대해 아는 것은 정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마침 언니 책들을 살펴보다 보니 이 책이 있는 것이 아닌가. 언니에게 예전에 수업에서 읽었던 책인지 물어보았더니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샀다고 한다. 가끔 이런 식으로, 나와는 전혀 관계없을 만한 책을 주변에서 손쉽게 발견할 때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 어땠냐고?
청소년을 위한 아프리카의 역사라고 하는데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면 나이에 상관없이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프리카의 역사를 시기별로 나누어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였고, 중간 중간 아프리카 사람들이 했던 말을 인용해서 그들의 입장과 가치관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사진이 아닌 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그림을 삽화로 사용하였는데 그 느낌이 상당히 독특하면서, 글과 잘 어울린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이름이나 지명에 익숙하지 않아 읽을 때 자주 앞을 뒤적거려야 하긴 하지만 이점은 이 책의 문제라 볼 수 없을 것 같고, 낯선 것을 마주할 때 기울여야 할 최소한의 노력이 아닐까 싶다.

■ 무슨 생각을 했냐면...
아프리카의 역사를 읽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잔인하게 대할 수 있는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끊이지 않는 착취와 억압. 그 속에서 만연한 빈곤과 질병.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을 것이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그래도 그것이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버리고 싶지는 않다. 
 
■ 기억하고 싶은 구절

서부 아프리카에 있는 작은 나라 라이베리아는 한 번도 유럽 사람들의 식민 지배를 받지 않았는데, 이 나라의 역사는 아마도 가장 고약한 경험에 속할 것이다. 그것은 억압으로 고통을 받았으면서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구조를 스스로 깨뜨리는 일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비유처럼 읽힌다. (177쪽)

'나는 프랑스 사람들이 오류를 범한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훌륭한 자질도 가지고 있다. 이 얼마나 경탄할 만한, 그러면서도 실망을 주는 민족인가. 얼마나 유혹적이면서도 화나게 만드는 사람들인가! ...... 그들은 이익보다 존경심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들은 남들이 자기들을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만큼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한 확고한 비판을 하면 그들은 이성과 인간성의 이유에서 진실에 고개를 숙인다.' (207쪽)

우리 모두에게 '가족'이란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개인적인 가족을 넘어서고 종족 무리를 넘어서고 나라를 넘어서고 대륙을 넘어서서 전체 인류를 끌어안을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210쪽)

내가 방문한 수많은 나라들에서 본 것에 따르면 부당함 때문에 고통 받는 모든 개인을 위하여 정의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완전히 비현실적인 일이다. 그러기에는 피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정의감이 살아 있는 생활 태도를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 그러니까 문제는 사람들이 정의가 지배하는 사회의 건설에 동참한다는 느낌을 갖는, 살아 있는 체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231쪽)

"우리가 가난하기 때문에, 우리가 검기 때문에, 우리가 여러분에게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생명의 가치가 더 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270쪽)

개인적인 또는 민족적인 이기심에서 자유롭고, 온갖 종류의 '영향'에 언제나 그리고 완전히 수동적으로 노출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 대한 현장의 존경심을 잃지 않는, 합리적이고 철저한 분석은 아직도 너무나 드물다. 그들의 동경과 꿈을 출발점으로 삼고, 그러면서도 무비판적으로 되지 않고, 책임을 떠맡고, 또한 새로운 '개발 지원금'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그 기금만큼이나 중요한 -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는 하지 않더라도 - 부분이라고 인정해주는 것이 진짜 대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282쪽)

어디나 좋은 사람과 덜 좋은 사람이 있는 법이다. 그것은 피부색과는 별 관계가 없다. (287쪽)

루츠 판 다이크(저자)와 나(암마 다르코)는 같은 세대에 속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대륙에서 태어났다. 아주 뒷날 우리는 여행을 하고 두 세계를 체험할 특권을 가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가 우리 대륙의 역사를 쓸 권리를 가진단 말인가? 그의 책을 오래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점점 더 확신하게 된다. 루츠 판 다이크는 아프리카의 다양한 목소리들을 아주 조심스럽게 경청하기 때문에 그 권리를 스스로 얻었다고. 그는 이런 일을 정열적으로 행하여 독자들에게 아프리카나 유럽, 혹은 세계 어느 곳에 잇든지 상관없이 똑같은 것을 한 번 시도해보라고 격려해준다. 처음에 가장 낯설게 들리는 목소리라도 조심스럽게 귀 기울여 들으려는 노력을 더 해보라고 말이다. (2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