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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OJT 이야기에 앞서서, 약 일주일 동안 룩소르에서 먹고 마신 것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

먼저, 호텔에서 아침과 저녁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선배단원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는 경우를 빼고는 호텔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비채식인의 경우에는 저녁 메뉴를 아래에 보이는 메뉴판에서 그냥 고르면 되는데, 저는 채식을 하므로 첫 날 호텔 프론트에 가서 채식으로 가능한 지 물어보았지요. (어떤 분들은 이런 것이 번거롭지 않냐고 하시던데, 사실 저는 이렇게 찾아가서 물어보고 하는 것을 좀 좋아하는 편입니다+_+) 프론트에서는 호텔 식당의 관리인을 불러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저는 약간 양보해서(원래 밖에 나오면 락토나 페스코로도 변신하기 때문에?) 치즈, 샐러드, 빵 등이면 충분하다고 말 해 두었습니다.

아침식사에 나오는 꿀, 살구잼, 치즈

이 곳 사람들이 종종 먹는 빵

홍차 또는 커피

저녁 식사는 보통 여기에서 하나를 고르는데

저는 렌즈콩 수프와 오리엔탈 샐러드를 먹어보았습니다


문제는, 그 쪽에서 일주일 내내 거의 똑같은 메뉴를 제공할 것이라고는 제가 예상을 못 했다는 점이었지요. 사실 저는 여러 끼니 같은 것을 먹지 못 하는 성격이라, 요리를 할 수 있을 때면 이것 저것 이상한 것들을 만들어 먹곤 하는데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니 좀 답답했습니다. 채식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잡곡이나 통밀빵이 아닌 흰 빵(제 돈 주고 흰 빵을 사 먹어본 것이 언제인지)과 너무 풍성한 치즈, 감자튀김이나 냉동 야채 등의 냉동 식품으로 점철된 식탁 자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답니다. 조금만 수고를 들이면 신선한 야채를 듬뿍 먹을 수 있는 환경의 이집트인지라 더 아쉽게 생각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나중에는 요령이 생겨서 렌즈콩 수프와 오리엔탈 샐러드만 주문하고 빵은 그냥 통밀빵을 사서 먹기도 했습니다. 제 생각엔 렌즈콩 수프도 인스턴트였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흰 빵에 치즈 듬뿍 발라서 감자튀김이랑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어요. 상당히 '호텔식사 성토대회' 분위기가 되었습니다만, 제가 음식의 맛 자체에 까다로운 사람이라기보다는 제 입에 들어가는 것이 '제대로 된 음식'인지 아닌지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거라고 이해해 주세요 :)


다음으로, 호텔 밖에서 저녁을 먹어야 할 일이 생겨서 선배 단원 언니와 함께 'A Taste of India'라는 인도 식당에 가 보았는데, 여기는 대만족이었습니다. 저는 태국음식이나 인도음식 같이 향신료가 팍팍 들어간 음식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 한국에서도 자주 가곤 했는데, 한국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맛의 인도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 특히 '실론' 커리는 코코넛 크림이 들어가 부드러우면서도 매콤했는데, 꼭 떡볶이의 감칠맛 같기도 한 친숙한 맛이었습니다. 아마 룩소르에 가서 살게 되면 제 외식의 주된 목적지는 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글씨부터 왠지 인도 느낌

베지테리안 메뉴는 저렴합니다 흐흣

십여 가지의 다양한 커리가 있네요

저는 차파티와 '갈릭 마살라'를

함께 간 언니는 '실론'이라는 커리와

갈릭 난을 주문했습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들렀던 '스낵타임'이라는 패스트푸드 음식점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메뉴에 초록색으로 베지테리안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표시되어 있었어요. 저는 베지버거를 주문해 보았는데 빵에 마요네즈 비슷한 것이 발라져 있던 것으로 보아 비건 음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 무엇보다 좋은 것은 세트메뉴에 감자튀김이 아닌 그릭 샐러드가 포함되어 있어서, 신선한 야채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점이었지요. 치즈는 원하지 않는다면 빼버리면 될 것이고, 드레싱은 특별히 유제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오른쪽 상단에 베지테리안 메뉴가 따로 있고

베지버거 앞에도 초록색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세트 메뉴에 포함된 신선한 샐러드

토마토와 모짜렐라 파니니

파니니 안에는 구운 야채들이~

제가 먹었던 베지버거 (보기보다 꽤 큽니다)

녹두부침개 느낌의 패티와 야채들



각종 먹거리에 이어, 마실거리도 간단히 소개합니다. 먼저 선배단원들을 따라 갔던 카페에서는 민트를 넣은 레몬주스를 마셨고

시샤를 피울 수 있는 자리

기대고 앉아 있으면 편합니다

민트를 넣은 레몬주스


학교 앞에 있는 주스가게에서는 이집트에 온 이후 처음으로 사탕수수 주스를 마셔보았습니다!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어요.

사탕수수를 저 구멍에 넣어 즙을 짜내면

단돈 200원에 즐길 수 있는 시원한 주스 완성


정리해 보자면, 룩소르는 채식을 이어가기에 크게 문제가 있을 것 같지는 않은 곳입니다. 호텔 식사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OJT 기간에는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집을 구해서 생활을 할 때에는 주로 제가 요리를 해서 먹게 될 테니 괜찮을 것이고 외식을 하는 경우에도 몇몇 채식 옵션들이 존재하니까요.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일주일 후부터 시작될 룩소르 생활을 겪어 보아야 알 수 있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