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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8일 월요일 ~ 4월 24일 일요일

 

업무 (룩소르 관광호텔 고등교육원)


도착한 다음 날인 화요일부터 수업을 시작했는데, 3학년은 holy week라 집에 가는 학생이 있어 수업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4학년 수업 두 개와 2학년 수업 하나만 하게 되었다. 첫 수업이라 새로운 내용을 가르치는 대신 전에 학생들이 배웠던 내용을 복습하면서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방향으로 수업안을 작성했다. 

먼저 4학년 학생들은 한국어 수준에 따라 두 반으로 나뉘어 있는데, B반의 세 명은 연수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다녀왔기 때문에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반면 10명 남짓의 A반은 영어로 수업을 해야 했다. 내가 맡고 있는 4학년 수업은 관광한국어로, 학생들이 룩소르의 유적을 한국어로 설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당장 그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또, 학년은 4학년이지만 제대로 수업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한글도 잘 읽지 못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A반 내에서도 편차가 있어서 앞으로 수업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다.

그에 비하면 2학년 학생들은 비교적 발음이 정확하고, 이전 학기에 배운 내용을 잘 기억하고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두어 명은 한국어 공부에 강한 의욕을 보여서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좀 더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있어 이번 학기는 시작 자체가 늦은 탓에 전체적인 수업 계획을 짜기 힘들고, 한국어 수업은 처음이라 각 활동에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예상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업안을 상세하게 짜는 대신 수업 후에 후기를 자세하게 남기기로 했다. 이번 학기
의 경험이 축적되면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 학기는 조금 더 탄탄하게 준비된 수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활


카이로에 있는 동안 집 문제가 잘 해결되어서 OJT 기간에 계약해둔 집으로 바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일단은 집 청소를 하고 가지고 내려온 짐과 OJT 기간에 가져와서 맡겨두었던 짐을 풀어 정리했다. 또, 쌀과 식초 등 기본적으로 필요한 식료품과 물과 휴지 등의 생필품, 그릇과 냄비 등을 사 오고 계좌도 개설했다. 수요일에는 저녁 7시에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배추를 발견해서 김치까지 담갔는데 무리를 해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결국은 금요일에 몸살이 났다. 몸에서 슬슬 열이 나고 기력이 없는 데다 (정말 흔치 않게도) 소화가 안 되고 식욕이 없어서(!) 기분도 착 가라앉아 있었다. 

주변 분들의 따뜻한 손길(미역죽&장아찌, 시니어 선생님의 청국장 등) 덕분에 몸이 괜찮아져서 일요일 저녁에는 성당에 다녀왔다. 부활절이라 그런지 사람은 꽤 많았는데, 신기하게도 미사통상문은 이탈리아어, 제1독서는 영어, 제2독서는 프랑스어, 복음은 영어인지 이탈리아어인지로 읽다가 강론은 막상 아랍어로 하는 등 매우 글로벌한 분위기였다. 

이렇듯 룩소르에서의 첫 주는 살짝 하향곡선을 그리는 모습이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활기차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기를 :)